"그 분이 봉하마을에서 떨어질 때 우리나라 정의도 떨어졌습니다. 그런 분이 나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노무현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천안 추모제'가 열린 지난 28일 오후 9시 천안역 광장. 추모제에 참가한 한 중학생은 자유발언에서 "자신이 장차 노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시민들 앞에 약속했다.
목천중학교 3학년 오한이군은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떨리지만 지금 이 말을 못하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 같다"며 자유발언 마이크 앞에 섰다. 오군은 "제가 아는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싸우고 헐뜯는 사람들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지적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천안 추모제는 오후 8시30분쯤 시작해 참가자 모두의 묵념, 애국가 제창, 노 전 대통령 약력 소개, 생전 영상물의 상영, 시민 자유발언 등으로 진행됐다.
충남노사모와 안티뉴라이트, 천안진실을알리는시민 등 3개 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마련한 추모제에는 시민 5백여명이 참가했다. 시민들은 주최측에서 제공한 촛불에 저마다 불을 켜고 추모제의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추모제 사회를 맡은 최용안 전 충남노사모 대표는 어느 학교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명의 초등학생들이 28일 낮 천안역 광장의 분향소에 들러 편지를 전해주고 갔다며 그 가운데 한 통의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에서 초등학생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떠나가셔서 안타깝다"며 "하늘에 가셔서는 꼭 행복하세요"라고 적었다.
자유발언에서는 10여명의 시민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울분과 슬픔을 토했다. 순천향대학병원 의사인 윤인규씨는 "의료인으로서 전직 대통령이 그렇게 돌아가시도록 한 경호시스템과 응급의료시스템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자유발언에서 직설적인 화법으로 현 정부의 책임을 질타했다. 이 시민은 "이명박 대통령 당신도 몇 년 뒤에는 초야로 돌아간다"며 "그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줄 알아야 안다"고 말했다.
추모제는 오후 10시경 추모제 참가자들의 합동 배례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추모제 이후에도 역 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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