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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지천면 신동재에서 제9회 아카시아벌꿀축제가 열렸어요. 지역에서 열리는 많은 잔치에는 이렇게 모두가 한데 어울려서 즐겁게 보낼 수가 있답니다.
▲ 잔치잔치 열렸네! 칠곡군 지천면 신동재에서 제9회 아카시아벌꿀축제가 열렸어요. 지역에서 열리는 많은 잔치에는 이렇게 모두가 한데 어울려서 즐겁게 보낼 수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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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5월이면 이른바 '축제'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진달래축제', '유채꽃축제', '산수유축제', '철쭉제'처럼 싱그러운 봄을 알리며 앞 다투어 피어나는 '꽃 축제'가 많이 열리지요. 거의 철따라 피어나는 꽃 이름 앞에다가 자기 지역 이름을 붙여 큰 잔치를 벌이는 곳이 많답니다. 우리도 자전거를 타고 이런 꽃 잔치가 열리는 곳을 여러 군데 다녀봤는데, 가는 곳마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생기가 솟아납니다. 또, 이런 잔치에 가보면 어김없이 여러 가지 맛난 먹을거리도 많아서 오가는 이들을 무척 즐겁게 하지요.

얼마 앞서는 충남 금산 '하양꽃빛마을'에서 열린 '임금님 조팝꽃 축제' 그리고 이웃마을 군북면 산안리 '산벚꽃 축제'에도 가봤는데, 마을사람들이 손수 나와서 자기네가 만든 먹을거리와 지역특산품 따위를 전시하고 팔기도 했지요. 또 고향을 떠나서 사는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마을잔치를 준비한 것도 봤답니다.

우리처럼 다른 지역에서 찾아간 이들도 많았는데, 온통 곱게 핀 꽃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웠답니다. 이처럼 산과 들에 피는 꽃들을 주제로 삼아 잔치를 벌이는 곳이 많기 때문에 여러 자전거 동호회에서는 일부러 지역 '꽃 축제' 때에 맞춰 자전거를 타는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충남 금산군 군북면 산안리에서 열렸던 '산벚꽃 축제'에는 산을 통째로 꽃이 물들이고 있어요. 이 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기분도 퍽 남다르지요.
▲ 산벚꽃 축제 충남 금산군 군북면 산안리에서 열렸던 '산벚꽃 축제'에는 산을 통째로 꽃이 물들이고 있어요. 이 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기분도 퍽 남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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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매우 작은 마을, 이름도 아름다운 '하양꽃빛마을'에서 열린 조팝꽃 축제에도 다녀왔어요. 이곳은 고향을 떠나 살고있는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서 마을 잔치를 벌인답니다.
▲ '하양꽃빛마을'에서 열린 '임금님조팝꽃축제' 소박하고 매우 작은 마을, 이름도 아름다운 '하양꽃빛마을'에서 열린 조팝꽃 축제에도 다녀왔어요. 이곳은 고향을 떠나 살고있는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서 마을 잔치를 벌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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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10일)는 가까운 칠곡군 지천면 '신동재' 고갯마루에서 펼쳐진 '아카시아 벌꿀축제'에도 다녀왔지요. 자전거를 타고 35km쯤 달려가서 무척 즐겁게 머물다 왔는데,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이 잔치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넘쳐났답니다. '벌꿀따기', '짚풀공예', '민속놀이체험'과 같은 여러 가지 거리행사도 함께 하는데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사람들 틈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퍽 남달랐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달콤한 아카시아 냄새가 온 산을 채우는 칠곡군 지천면 신동재, 올해로 벌써 아홉 번째로 열린 이 잔치를 보면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해를 거듭하여 잘 이어질 거란 믿음이 들었지요.

산속에 꾸며놓은 너른 마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무려 네 시간에 걸쳐 갖가지 공연을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었답니다. 올해에는 자전거 동호회 식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느라고 남편과 단둘이 오붓하게(?) 다닌 적이 거의 없었기에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을 합니다.

몇 해 앞서 '동춘 서커스단' 공연에 가서 봤던 '줄꾼' 박선미씨도 왔더군요. 일부러 아슬아슬 재미난 몸짓으로 줄을 타면서 한바탕 웃음으로 몰아넣는 입담 또한 어찌나 재미나던지...
▲ 아슬아슬 줄타기 공연 몇 해 앞서 '동춘 서커스단' 공연에 가서 봤던 '줄꾼' 박선미씨도 왔더군요. 일부러 아슬아슬 재미난 몸짓으로 줄을 타면서 한바탕 웃음으로 몰아넣는 입담 또한 어찌나 재미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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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락 가운데 슬픈 가락은 한 없이 구슬픕니다. 우리네 한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렇겠지요? 살풀이 춤을 넋놓고 바라봤습니다. 춤꾼의 손짓, 몸짓이 어쩌면 그리도 아름답고 슬픈지... 이런 멋진 공연을 아카시아 꽃내음이 달콤한 산속에서 구경하는 것도 참 기쁘더군요.
▲ 살풀이 춤 우리 가락 가운데 슬픈 가락은 한 없이 구슬픕니다. 우리네 한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렇겠지요? 살풀이 춤을 넋놓고 바라봤습니다. 춤꾼의 손짓, 몸짓이 어쩌면 그리도 아름답고 슬픈지... 이런 멋진 공연을 아카시아 꽃내음이 달콤한 산속에서 구경하는 것도 참 기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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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 도라지 춤을 추고 있는 지역 주민들, 그동안 연습하며 애쓴 솜씨가 매우 빛나더군요.
▲ 도라지 도라지~ 한국무용 도라지 춤을 추고 있는 지역 주민들, 그동안 연습하며 애쓴 솜씨가 매우 빛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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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거의 칠곡 주민들이 꾸리는 동아리 모임에서 준비를 했는데, 어르신들이 손수 준비한 '한국무용', '아코디언 연주', '시조창', '사물놀이', '풍물연주'와 같은 공연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우리 뿐 아니라, 산속에 둘러앉아 구경하는 많은 이들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매우 흥겨워하는 걸 보니 저절로 신이 났답니다. 생각대로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 가락에 더 쉽게 빠져들고 감동하며 더욱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였답니다.

그 가운데 평균 나이 '예순다섯'이나 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코디언을 연주할 때엔, 모두 손바닥에 불이 날 만큼 손뼉을 쳤답니다. 연주단 맨 앞자리에 매우 눈에 띄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는데, 하얀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쪽을 지고, 깔끔하게 단체복을 입고선 아코디언을 껴안고 있는 모습이 매우 남달라보였어요. 어르신들이 공연하기에 앞서 사회자가 이 할머니한테 다가가서 몇 가지를 여쭈었는데 이야기하는 걸 들어봐도 참 젊게 사는 분이시구나! 하는 걸 느끼겠더군요.

"할머니 연세가 몇이세요?"
"나? 올해 6학년 15반!"
"네?"

우리도 잠깐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이내 알겠더군요. 올해 나이 '일흔다섯'이란 얘기였어요.

"할머니, 아코디언을 연주 하고 난 뒤에 뭐가 가장 좋으세요?"
"이런 걸 하니까, 항상 즐겁고 뭣보다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다 쓰니까 치매 걸릴 걱정이 없어서 제일 좋지요!"

구경하는 이마다 한바탕 크게 웃었지요. 할머니가 말씀도 재미나게 하시고 재치가 넘치는 말솜씨에 모두가 즐거웠어요. 연주를 할 때에도 무려 다섯 곡이나 했는데, 손놀림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기울여서 하는 걸 보면서 참 놀랍더군요. 누구나 할 것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 할머니한테 눈길이 많이 쏠린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어르신들이 날마다 갈고 닦은 솜씨로 아코디언을 연주합니다. 그 가운데 이 할머니는 손가락 발가락 모두 쓰면서 연주하기에 '치매 걱정' 없다고 무척 자랑스러워하십니다. 할머니는 무척 재치 있고 재미난 분이셨어요. 내 나이, 올해 6학년 15반!이라고 외치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 내 나이, 6학년 15반! 어르신들이 날마다 갈고 닦은 솜씨로 아코디언을 연주합니다. 그 가운데 이 할머니는 손가락 발가락 모두 쓰면서 연주하기에 '치매 걱정' 없다고 무척 자랑스러워하십니다. 할머니는 무척 재치 있고 재미난 분이셨어요. 내 나이, 올해 6학년 15반!이라고 외치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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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를 보면서 한 가지 몹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가 사는 구미에도 이런 좋은 잔치를 하면 참 좋겠는데, 사실 되짚어 봐도 그다지 마음에 쏙 드는 건 없었어요. 구미에서는 잔치 이름도 매우 낯선 '하이테크페스티벌', '다문화축제' 이런 것들인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조차 "그게 뭐야?", "뭐? 하이…… 뭐라고?…." 하면서 매우 낯설어하는 걸 많이 봐왔어요. 본디 구미가 공단지역이라서 그런 특성을 잘 살린다고 했겠지만, 어쩌면 이름만 번드르르한 잔치일 지도 모르겠어요. 적어도 실제로 우리가 이런 축제에 가보고 느낀 건 그랬어요.

또 홍보도 썩 잘 된다고 볼 수도 없었어요.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언제, 어떤 '축제'가 열리는지 통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았거든요. 우리처럼 시청이나 동사무소 인터넷 누리집에 자주 들어가서 살펴보는 데도 잘 모를 때가 많았답니다. 제발 널리 알리는 데에도 마음을 써주면 참 좋겠습니다.

신동재에서 열린 '아카시아벌꿀축제' 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축제'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잔치들 마다 너도나도 웃음꽃이 핍니다. 한바탕 웃으면서 즐기다 보면, 하루 해가 지는 줄도 모르지요. 이런 재미난 잔치를 우리가 사는 구미에서도 많이 열리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너무 큰 욕심은 아니겠지요?
▲ 잔치는 즐거워라! 신동재에서 열린 '아카시아벌꿀축제' 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축제'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잔치들 마다 너도나도 웃음꽃이 핍니다. 한바탕 웃으면서 즐기다 보면, 하루 해가 지는 줄도 모르지요. 이런 재미난 잔치를 우리가 사는 구미에서도 많이 열리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너무 큰 욕심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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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를 잘 살리고, 또 그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는 이런 여러 가지 잔치도 반드시 한몫을 한다고 봅니다. 이참에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이런 잔치를 함께 생각해보면 참 좋겠네요. 요즘 지역마다 너무나 막무가내로 '축제'라는 이름을 빌려서 돈만 퍼붓는 행사를 치른다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제대로 계획을 세워 우리 지역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걸 하나 골라보면 안 될까요?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고 또, 오랫동안 해를 거듭하여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잔치를 꾸려보면 어떨 까요?

구미시에 이런 부탁을 한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되도록 '축제'라는 말보다 그 옛날부터 온 마을 사람이 모두 함께 어울리며 즐거워했던 '잔치'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될까요?      


태그:#축제, #아카시아벌꿀축제, #구미시, #잔치, #신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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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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