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7일은 '마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가 남긴 노래와 그가 이야기했던 철학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거침없이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했던 고 신해철을 재조명해봅니다. 이에 지난 2009년 4월 16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됐던 3시간 분량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다시 소개합니다. 이 인터뷰에는 6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신해철의 진솔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편집자 말>
논쟁의 중심에 섰던 가수 신해철이 입을 열었다. 그는 2월 중순 특목고 입시학원 광고모델로 나와 언론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3월 14일 한 강연업체가 고려대에서 연 대학생 특강에서 '욕설 강연'을 했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지난 8일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 축하글을 써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마왕' '논객'으로 불리던 신해철이 졸지에 '트러블 메이커'가 됐다. 물론 언론들이 만들어준 감투다. 그는 학원광고 논란이 계속되자, 2월 28일
신해철닷컴에 5편의 반박글을 올렸다. 그러나 언론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자제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 오후 신해철을 만나 3시간 가까이 인터뷰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그가 가리키려고 했던 '달'이 무엇이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신해철은 격정적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학원광고 파장이 예상보다 컸느냐'는 물음에 신해철은 "예상했던 만큼"이라고 했다. 다만 "에너지의 질량은 예상했는데, 에너지의 방향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숲을 통과할 때는 숲의 모습을 모르니 (학원광고로 인한) 득과 실은 세월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며 "대중들이 아직까지 (내 뜻을) 이해할 만한 지점에 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학원광고에 분노한 것은 '내가 사교육시장의 광고 진입에 협조했다는 것'일텐데, 나중에 스스로 잘한 일이라고 확신했기에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신해철닷컴에서 말했던 '(교육 문제에 대한) 더 과격한 생각'은 "공교육이 사멸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의 공교육이 수습될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의료민영화에는 반대해도 교육민영화에는 찬성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초거대 언론사가 '옐로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다"신해철은 "무의미한 입시노동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일을 좀더 먼 관점에서 보자"며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훨씬 효율적이라면 공교육이라는 명분에 매달리지 말고 아이들에게 훨씬 더 짧은 시간에 공부를 마치고 (나머지 시간에) 예술과 스포츠로 인성을 키우게 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는, 공교육보다는 홈스쿨링이나 일부 사교육을 통한 교육방식을 자기 자식에게 적용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언론과의 불화'에 대해서 "내 캐릭터가 우리 사회, 그 가운데 보수층과 미디어와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미디어의) 싸움 방식이 너무 저열하다"며 "나를 날려버리려고 하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보도태도에서 악의를 넘어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초거대 언론사가 '옐로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다"며 '고대 욕설 강연 파문'류의 기사들도 그런 바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여긴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위악(爲惡)'적인 캐릭터, 신해철의 진가를 보여준 게 '북한 로켓 발사 축하글'이다. 그 글은 술자리 건배사를 새벽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쓴 것은 "북한 깔보는 마인드가 싫어서"였지만, '핵무기 주권론'은 "절반은 진심이고, 절반은 비꼰" 것이었다. 의문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회 상황에 대한 그만의 '도발 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는 "(2002년)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을 때, 대마초 비범죄화·간통제 폐지 찬성·체벌 금지 등의 주제로 <100분 토론>에 나갔을 때, 입시학원 광고 출연, 북한 로켓발사 축하글을 썼을 때 등 숱한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그런데 아직까지는 안 죽고 있다"고 말했다. 신해철은 "지는 줄 알면서도 나가야 하는 싸움이 있다"며 "거기에는 엉뚱하게도 '무사도의 로망'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스스로 자처하며 걷고 있는 걸까. 이 인터뷰가 그 의문을 푸는 조그마한 단초가 되길 바란다.
다음은 신해철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학원광고 파장, 예상했던 만큼... 공교육 사멸돼야"- 특목고 입시학원 광고 모델 파장이 본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컸나? "예상했던 만큼이었다. 오히려 광고대행사 쪽에서는 이만큼은 아닐 거라 예측했나 보더라. 내가 몇 번이나 경고했다. (사람들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고, 스리슬쩍 넘어갈 상황은 아닐 것 같은데, 분명히 오해도 많이 받을 거라고. 한 가지 예측 못한 건 에너지의 방향이다. 에너지 질량은 예측했는데, 좀비들의 숫자가 너무 많더라. 그래서 너무 낮은 차원의 문제로 논의된 것 같고.
정말 코믹한 건 '죽고 못 사는 처지 아니면 CF 광고료 받은 거 기부해버려라, 그러면 싹 가라앉는다'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렇게 주장한 사람이 꽤 많았다. 광고료를 좋은 일에 기부만 해도 네거티브한 여론 가운데 미니멈 반은 까진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네거티브한 여론이 반으로) 까지면 뭐할 거며,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지며, 내 행위를 납득시키는 게 아니라, 도대체 이건 뭐...(웃음)"
- '자신에게 맡는 학습목표...'라는 광고 슬로건이 평소 자신의 교육지론과 맞아떨어져 그 메시지를 전달하려 광고에 출연했다고 했는데, 그럼 성공한 셈인가."글쎄, 어떤 득과 실이 있을지는 세월이 지나봐야 알겠고. 숲을 통과할 때 숲의 모습을 모르지 않나. 내 속에 든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다 털어나봐야 대중들의 현재 시점에서는, 그걸 다 이해하기 어렵다. 대중들이 무능하고 못나서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라, 아직까지 시대가 그걸 이해할 만한 지점에 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털어놔봐야 소용 없으니까, (그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털어놓지 않았던, 이번 광고 사건에 숨겨진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교육 시장이 광고에 진입하는 길을 여는 것에 대해서 협조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일텐데. 설사 그게 필연적인 일이었어도 '하필이면 왜 네가 그 일을 해야 한단 말이냐'는 분노였던 거다. 그런데 사교육이 광고 시장에 진입하는 데 내가 협조했다는 것에 대해, 훗날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거라는 확신이 생겼으니까 그런 일을 한 것 아니겠나?
또 하나는 약간 장난기랄까, 짓궂음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진보나 보수, 뭐 그런 단어로 날 측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식으로 측정 당하기 싫다는 거부감이 있었다. 황당한 기억인데, '진보의 히든카드', '좌빨의 선봉장'이란 말까지 들었는데, 난 사실 이런 말에 따르는 책임이 싫은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맘에 안 든다. (학원광고 출연을) 그런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찬스로 보기도 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내가 홈페이지(신해철닷컴)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나는 평소 공교육을 비판해왔지 사교육에 대해서 비판을 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말을 사람들이 옹색한 변명 정도로 받아들이는데, 그래서 홈페이지 글에서 '내가 더 과격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 지금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게 무엇이었나 하면, 나는 공교육이 사멸돼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의료민영화는 반대해도 교육은 민영화 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공교육은 수습될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들었고. 수많은 정권들이 들어서서 입시 제도를 수도 없이 뜯어고치고, 엄청나게 많은 짓을 했는데도 그 누구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도 성공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본다. 물신주의 패러다임 아래서는 교육 문제는 해결 안 된다. 내가 너무 감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공교육은 지금까지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했다.
체벌에 대해서도 계속 반대했고, 체벌 토론도 나갔지만 체벌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트라우마 남을 정도로 학생들을 때려서 일이 벌어졌다면, 그건 감옥으로 그것도 아동학대라는 가장 경멸스런 범죄로 감옥에 가야 될 일이다. 그런데 (체벌 교사가) 처벌은커녕 복직이 된다. 철밥 그릇 안 뺏기려고 지들끼리 싸고도는 것 아닌가. 이걸 무슨 수로 개혁하겠는가. 뇌물수수, 돈 봉투 받는 관행 등도 안 없어지고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교사들도 많은데, 일부 교사들 문제 갖고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냐'고. 그러면 나는 '똥물 1리터에 맹물 10리터를 부으면 뭐가 되느냐'고 물어본다. 그건 똥물 아니냐고. 똥물 1리터 제거하지 못했으면 나머지 맹물 10리터도 답이 없다는 거다.
사교육을 비난하는 사람들 중 과연 몇이나 사교육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교육은 무조건 악인가. 권력이나 부의 세습을 강화하고 빈자들을 고립시키는 대표적인 악으로만 이야기될 뿐이지 사교육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공교육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름 아닌 앨빈 토플러가 이야기했다. 21세기의 조직 가운데 제일 먼저 사라질 게 학교라고. 우리는 학교가 소멸하는 미래를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학교가 나쁜 짓을 많이 한 나라에서는 학교를 빨리빨리 없애야 한다.
홈스쿨링이 빈약한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대단히 강력한 교육수단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사교육이 그런 진화 단계를 밟게 될 것이라고 본다. 사교육 시장이 동네 학원에서 거대 학원으로 진화하고, 온라인 툴을 갖추고, 공교육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고. 또 그 다음엔 같은 사교육 업자들끼리 경쟁을 통해서 가격을 밑으로 내리게 되고. 미래의 사교육은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을 통해 가난한 민중들에게도 얼마든지 공급될 수 있는 형태로 재편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공교육이 빨리 몰락해야 한다는 게 제 사고방식이니 (나를) 과격하다고 이야기한다."
- 그런 메시지를 꼭 광고 형태로 전달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공교육의 발전적 붕괴에는 필연적으로 사교육의 지렛대 같은 힘이 작용해야 한다고 본 것인가."그런 점도 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연예인답지 않은 싸움을 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MBC <100분 토론>에 나가서 연예인 가운데 예외 케이스로 대우를 받는 것보다는,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차라리 연예인으로 광고에 나가는 싸움 형태가 나한테는 더 적합하다. 그래서 <100분 토론>에도 일부러 연예인스러운 복장을 하고 나간 것이다.사람들이 '연예인 놈들은 다 대가리에 똥만 들었지만 너만큼은 예외야'라고 말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난 연예인 일원으로 토론에 나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토론에 나가면 연예인 집단에서 나를 분리해 떨어뜨려 놓는다. '연예인들은 다 똘빡이지만 신해철은 아니냐'.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좋아하겠나. 연예인이니까 광고에 나가서 '삽질'을 한다. 그 싸움이 낫지 않겠나? 다만 (입시광고로) 사회적 파장이 벌어졌을 때 '왜 생산적 토론이 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독불장군 신해철? 난 아직 귀 막히지 않았다"- 어쨌든 학원광고 논란 과정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의견이 나와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진 못했다."거의 전무했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나의 잘못도 인정한다. 여기에 변명을 덧붙이자면, 지금 분위기에서 내가 이야기하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을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미안하게 생각하는 건, 아주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갖고 정중한 태도를 갖춰서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신해철닷컴에 와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나는 이런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싶고, 그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그들이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도 인간 대 인간의 예의를 갖춰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 이 X새끼야' 하고 문 박차고 들어오는 무뢰한들과 싸우느라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학원광고 논쟁 과정에서 '신해철이 너무 독불장군이 되어가고, 자기 의견만 내세우고 마구 앞으로 치닫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불안하고 안타깝다'고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나는 여전히 당신들 이야기 듣고 있고, 내가 잘못한 점은 뭔가, 내가 너무 서둘렀다 싶은 점은 뭔가 등에 대해 반성도 하고 내가 당신들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걸 꼭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무뢰배와 싸우느라 내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당신들 역시 무뢰배들과 싸우는 내 모습 때문에 당신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나는 여전히 귀가 막히지 않았고, 눈이 막하지 않았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다음 번 싸움에서는 고치려고 한다. 한 번의 싸움으로 끝장내겠다는 생각은 87년 이후에 접었다(웃음). 그 때는 청와대까지 쓸어버리고 끝내자고 생각했지 않나. 20살 때에는(웃음). 이번 학원광고 논쟁도 앞으로 교육과 관련해 우리가 치러야 할 수만 번의 전쟁 가운데 한 번에 불과하다. 내가 이미지 타격을 받을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신경을 안 썼다."
- 학원광고, 고대특강, 북한 로켓발사 등에 대한 발언에 대한 언론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내 캐릭터 자체가 현재 우리 사회, 그 가운데서도 특히 보수층, 또 그 가운데서도 미디어와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미디어와의) 문제이자 싸움인데, 다만 그 싸움의 방식이 너무나 저열하다는 거다. '저 새끼를 내가 매장시킬 수 있다'는 저들(언론)의 교만..."
- 실제 그러한 언론 보도에서 악의나 살의가 느껴지나. "조중동은 특히 살의를 갖고 있다는 게 분명히 느껴진다. 사람의 목숨을 끊어야만 끊는 게 아니니까. 조선시대 때 사형보다 더 무서운 벌이 사람을 죽은 것으로 치고 실제로 장사 지내고 곡을 하고 죽을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일반 대중음악가의 카테고리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소통을 한다. 그들(조중동)이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거다. 내가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보다 절대로 더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나보다 더 뛰어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응집할 수 있는 역할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를 날려버리고 싶어하는 거라고 본다."
- 대중 연예인으로서 자기의 모든 걸 거는 싸움일 수 있는데,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나서야 하느냐'는 갈등은 없었나. "갈등, 당연히 한다."
- 주변에서 많이 말리기도 했을 텐데. "숱하게 말린다. (큰 목소리로) 하하하하. 그 싸움은 이미 고비를 넘겼다. 어떻게든 싸우다 끝내겠다고 마음의 결심을 한 지 이미 꽤 됐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후보 지원 활동을 한 게 한 고비였고, 또 <100분 토론> 나갔을 때도 그렇다. 그 때 토론 주제가 대마초 비범죄화였는데, 이게 이번 학원광고와 굉장히 공통점이 있다.
대마초 비범죄화 진영에서 나한테 <100분 토론> 출연 협조를 요청했을 때 내가 말했다. 내가 나가면 오히려 대마초 비범죄화 진영에서 내놓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라고. 내가 대마초를 피운 전력이 있는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가서 이야기하는 순간 사람들은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토론에 나왔다고 생각할 것이고.
대마초라는 특수한 아이템이 한국에서 어떻게 작용해 왔으며, 어떤 식으로 시민의 권리를 억압했느냐라는 포인트보다는, '연예인은 대마초 펴도 돼?' 뭐 이런 인터넷 초딩 수준의 토론으로 떨어질 텐데, 굳이 어째서 나를 나가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데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가 어차피 똑같다는 거다. '당신이 안 나오면 우리가 어떤 말을 해도 사람들은 듣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100분 토론> 나갈 때 매니저를 비롯해 온 주위 사람들은 정말 울면서 나를 말렸다. 가수 생명 그거 하나로 완전히 끝난다고. 토론 나간 뒤 수많은 욕설을 들었지만, 그래도 대마초라는 '절대악'에 대해서 반박도 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수 의견도 존재한다는 걸 알리는 최소한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장기적인 싸움으로 접어드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거다.
그 후 <100분 토론>에 몇 번 더 나갔더니 이제는 '저 놈이 <100분 토론>을 통해서 포지셔닝을 다시 했다', '논객으로 다시 태어났다', '저 놈이 단순 가수를 벗어나 사회적 영향력 행사하기 위해서 교묘한 작전을 펼쳤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다 뭐라고 이야기하겠습니까(웃음)."
- 본인도 차마 해석하지 못했던 의미를 부여해 준 거네요. "내가 그런 사회적 반향을 예측하고 욕설을 일시적으로 얻어먹더라도 사회적 발언권이 강화된다는 예측을 하고 갔다면, 저는 희대의 전략가가 되는데 제가 그걸 왜 마다하겠습니까(웃음). 똑똑한 놈으로 봐주겠다는데, 정말 웃기는 거다."
- 역설적으로, 긍정이든 부정이든 간에 신해철을 둘러싼 과도한 관심이 지금의 신해철을 만든 게 아닌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 건 그러한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대는 민중들의 입이다. 상감마마한테 욕설을 해도 모가지 날아가지 않는 게 광대였다. 그러나 우리 시대 광대들은 마땅히 갖고 있어야 하는 민중의 입으로서의 기능을 제한 당했다. 그런데 그렇게 지껄이는 놈이 하나 나온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속 시원하다는 표현을 썼던 것이고.
사실 '착한 신해철'을 누가 원하나. 착한 신해철이 과연 이 시대에 무슨 쓸모가 있고, 착한 신해철이 무슨 낯으로 세상을 대하나. 착한 차인표와 착한 신애라는 정말 필요하다. 그렇지만 착한 신해철은 쓸모가 없다. 착한 차인표와 착한 신애라는 우리 시대에 보석 같은 존재인데, 착한 신해철은 휴지조각만큼의 가치도 없다(웃음). 그게 인생이라는 연극 속에서 나에게 맡겨진 배역이다. 이 배역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느냐 마느냐, 그리고 왜 하필 나냐 라는 것에 대한 불평불만도 많이 했다. 정말 왜 나냐(웃음)."
"신해철에게 전투식량을 달라, 연예인으로서"- 본인 스스로 그걸 느끼고 있나.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선배들은 이런 이야기도 한다. 내 나이 또래, 혹은 바로 밑 또래, 그러니까 내 노래를 열심히 듣던 애들이 이제 와서 내 노래를 듣기 불편해 한다고. 왜냐면 자신들은 다 변했는데, 그리고 이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녹아들었는데, 나만 마치 혼자만 안 변했다는 듯이 행동하고 말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나를 볼 때 껄끄럽지 않겠느냐는 거다.
내 입으로 말하려니 민망한데, 신해철을 존경한다는 황당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신해철이라는 가수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광대는 존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광대는 사랑을 받고 살지 존경을 받고 살지 않으니까. 젊은층에게서 '형님은 너무 멋지고 쿨하고 용기 있으십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음악 하는데 도움이 되나? 도움이 안 된다.
내가 마지막으로 <100분 토론>에 나갔을 때, 주제가 '이명박 정권 1년에 대한 결산'이었다. 그 때 내가 날렸던 멘트 가운데 제일 히트 친 게 '이명박은 박정희를 꿈꾸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이명박에게서 전두환을 본다'는 것이었다. 어록에도 올라갔는데, 그러고 났더니 인터넷에 '신해철을 보호하자', '이 놈을 우리가 지켜주자' 뭐 난리가 났다.
그래서 내가 그 다음날 솔직히 음반 판매고가 좀 점프를 했나 봤다. 변동이 없더라. 신해철을 지킨다고 하면서. 내가 정치인인가? 신해철을 지키고 싶으면 음반을 사달라고요, 음반을!(웃음) 사랑도 해주고! 음반을 사줘서 얘가 음악 활동을 편안하게 해줘야 얘가 또 여유를 갖고 나가서 싸움박질도 하고 그러는데, 지켜주자며 판 한 장도 안 사주는 놈들이 날 뭘로 지켜준다는 건가."
- '1인 미디어'인 신해철에게 '전투 식량'을 줘야 하는데."좋은 지적이다. 전투 식량을 달라는 말이다. 전투 식량을 달라고!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위협감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바로 '네 말이 옳구나' 하고 우르르 박수를 칠 때도 그 사람들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정당을 만들어서 싸움을 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1인 미디어라는 게 그 한 사람의 캐릭터의 위력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1인 미디어는 그 1인이 넘어가면 끝나는 거다. 언제든지 붕괴될 수 있다.
거기에는 엉뚱한 어릴 때부터의 '무사도의 로망'이 작용한다. 무사는 안방에서 베개를 베고 누워서 죽는 것이 가장 수치다. 죽으려면 싸움터에서 죽어야지. 또 하나는 뻔히 지는 싸움인지 알지만 말을 몰고 적진에 달려드는 돈키호테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죽을 고비를 계속 넘기고 살아남아 있으니까 사람들은 신기해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나는 노무현 지지 때도 죽을 수 있었고, <100분 토론>에서도 매번 죽을 수 있었고, 이번 학원광고에서도 죽을 수 있었다."
- 매번 '대인지뢰'를 밟고 있는 셈인데. "그렇다. 이번 북한 로켓 건에서도 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안 죽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살아남겠나. 죽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지는 줄 알면서 나가야 하는 싸움이 있다. 사람들은 참 단순하다. <100분 토론>에 나가서 또박또박 얄밉게 말 받아칠 때는 '저 새끼, 죽이고 싶어' 하다가 <무릎팍 도사>에 나가서 '지는 싸움인지 알고 나간 거지 내가 거기 이길라고 나갔겠느냐' 하면, 갑자기 나를 용기 있는 청년이야 하면서 예뻐해준다. 악플이 확 줄어들고(웃음). 이건 우리 대중들이 앓고 있는 정신병이다."
- 학원광고 건에서도 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 '이해할 수도 있다', ''상황이 어려우면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등. "난 그 말이 제일 싫더라구요(웃음)."
- 그런 사람들은 팬 호적부에서 빼 버리겠다는 식의 발언도 하지 않았나. 그럴 때 갈등을 느끼지 않나. "팬 호적부? 하하하하. 난 내 팬들에게 가차 없다. 팬으로서 도리를 지키는 게 아티스트로서의 도리를 지키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아티스트는 꼴통 짓도 하고 실수도 하고, 별의 별 짓을 다 한다. 광대니까. 그걸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팬이 되는 거다. 아티스트는 변명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하지만 팬은 포용성과 지속성과 애정을 상실하면, 너는 아직도 팬이라고 생각하는데, 넌 아니야! 다른 데 가서 자유롭게 살아, 여기서 울지 말고! 가서 나를 욕해 그냥. 그게 내가 팬한테 할 수 있는 도리라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팬'이라는 말 자체가 패러독스다. 팬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함의를 왕창 담고 있는데, 객관적 팬이라는 골 때리는 패러독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무슨 힘이 되어주겠나. 그냥 내가 '현정화라고 하면 현정화'고, 내가 '임춘애라고 하면 임춘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 팬이고, 그 사람들이 내 전우다.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싸우는 거다."
"24시간 학원인지 몰랐다... 내자식은 공교육 안 시킨다"- 학원광고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신해철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 광고를 보고 '이 학원, 다닐 만한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입시학원이 악은 아니라고 하지만, 선도 아니지 않나. "피치 못할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다. 독일식 교육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빨리 공부할 놈하고, 기술 배울 놈을 선별한다. 독일처럼 빨리 선택하는 게 맞다고 본다. 공부에 대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다. 공부에 대한 재능이 없다고 다른 재능을 안 가진 건 아닌데, 그 측면을 무시한 채 모조리 공부하라고 지랄 닥달을 하니까 문제다.
이번에 광고 모델은 한 학원은 특목고를 위한 엘리트 학원이다. 대자본이 학원들을 일시에 합병해 나가면서 초대형 학원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게 부정과 긍정적 측면 모두 갖고 있다. 현재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이지만, 나중에는 긍정적인 펙터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광고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당연히 나쁜 해악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그 학원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를 했는데, 내가 실수한 것은. 이 학원이 24시간 학원이란 걸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넌센스인 게, 나중에 알고 보니 24시간 학원이 아니더라."
- (공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홈스쿨링도 이야기했는데 이상론 아닌가. 공교육이 해체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교육이 계속 성장한다면 공교육의 폐단과 사교육의 부정적인 면이 조합돼 나타날 수도 있지 않나. 특히 대학입시제도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훨씬 심해질 텐데. "10년을 놓고 보면 역사가 후퇴할 수도 있고, 진보할 수도 있다. 100년간의 그래프를 보면 그래프가 좀 더 한 방향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또 밀레니엄 단위로 보면 그 화살표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 분명하다. 난 그 방향을 분명히 믿는다. 지식의 독점을 해체하고 민중들이 지식을 손에 넣게 되는 이 방향은, 일시적으로는 후퇴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후퇴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사교육의 부익부 빈익민을 이야기하지만, 공교육만 두고 따져보자. 공교육을 받을 돈도 없어서 공장 나가거나 노동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고등학교 다닐 돈도 없는 사람들 말이다. 어차피 부익부빈익빈 문제를 해소하려면 시스템을 통째로 뒤바꿔야 한다. 역사의 이행 발전단계에서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건전한 기업간 경쟁으로 자리잡는 그 시스템이 혁명처럼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중간단계로 소비자들이 선택함으로써 공교육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그런 시대는 우리가 죽기 전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 안에 열린다고 본다.
내 자식들부터 그 방법을 택하려고 한다. 공교육에 맡기지 않겠다는 거다. 홈스쿨링과 사교육 등을 통해서 공교육을 부정해 버리는 거다. 학교에서 쓸데없는 이데올로기나 가르치고, 또 너무나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다루기 때문에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는다. 우리 세대 때의 자율학습은 학생에게는 완전히 죽은 시간이고 비효율적이다. 한 명 한 명에게 맞춘 디자인된 교육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막대한 시간을 날린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걸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거다. 그러면 인성교육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내가 알기론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이 인성교육을 시킨 적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언제 공교육이 인성교육 시킨 적 있다고(웃음). 여보세요, 왜 이러십니까. 사교육이 인성교육에 대해서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인성교육 시킨 적도 없다."
- 군대에서 인성교육을 시켰다는 말과 똑같은 건가. "그러니까 웃긴 거다. 미국에서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거긴 땅이 너무 넓으니까. 반경 80km 안에 인가가 하나도 없는 옥수수 천지에 살고 있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부모 트럭을 타고 150km 달려야 한다. 홈스쿨링 말고는 답이 없다.
부모가 가르치는 게 부실하다면 인터넷으로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지 않느냐. 그런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사교육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되고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 그럼 인성교육은 뭘로 할 건데? 스포츠와 예술이다. 학교는 안 보낸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모든 지식을 전수받지만, 한 군데 정도 학원에 보낼 수 있다. 취약 과목이나 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과목들에 한해서 말이다.
그 대신에 훨씬 압축해서 콤팩트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 이 아이는 동네 야구팀에 소속되고, 축구팀에 소속되고, 이런 식이 되는 거다. 지금 또 남미의 몇 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뭐냐면, 폭력과 범죄에 찌들어 있는 청소년들을 오케스트라에 집어넣어서 예술 활동을 시키는 거다. 그랬을 때 범죄율이 얼마나 줄어들고,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인생 자체의 관점이 전화되는가의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수학시험 풀면서 손으로 계산 암산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수학시험 치면서 계산기 꺼내놓고 시험 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계산기가 하면 될 일을 왜 자꾸 사람에게 하라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음악 교육 할 때도 악보를 외워서 연주할 것을 강요하는 풍토가 남아 있는데, 서양 음악교육에서는 그렇게 안한다. 음악이 악보를 외우는 암기교육이 아니잖느냐.
우리 아이들을 무의미한 입시노동에서 해방시키는 일을 좀 더 먼 관점에서 보자는 거다.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훨씬 효율적이라면 공교육이라는 명분에 매달리지 말고 아이들에게 훨씬 더 짧은 시간에 공부 마치고 예술과 스포츠로 인성을 키우고 10대 때부터 인생을 즐기게 해주자는 겁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생 즐기는 걸 잠시 보류하라고. 일단 지금은 공부하고 대학들어 간 이후에 인생 즐기라고 한다. 새빨간 뻥이다. 대학 들어가면 어떻게 인생 즐기나? 그때는 취직 공부해야 한다고 애들 지랄시키고. 직장 가져도 똑같고. 우리는 지금 (교육 때문에) 민족 전체가 탈진 상태다. 개발독재 시절부터 전 국민 몰아세워서 온 국민이 탈진했다. 이러면 국가 자체가 미래로 가지 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
- 그게 무슨 병인가. "못됐다는 말이다(웃음). 성격이 나빠 분노를 조절 못하는. 분노할 때 엄청나게 분노하고 예뻐하는 대상이 있으면 아주 환장할 정도로 예뻐하다가 어느 순간에 무섭게 돌변해서 예쁘다고 했던 대상을 내려친다. 그렇게 해서 희생당한 사람들이 이 사회 스타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찬호다. IMF 때 얼마나 그를 국민영웅으로 숭상했나. 그리고 그가 얼마나 건실한 청년으로 올바르게 행동했나.
신해철은 행동 그렇다고 치자. 박찬호가 뭘 잘못했나. 그런데 박찬호 부진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 보였는가. 이웃나라와 너무 대비되는 모습이다. 노모 히데오 선수가 부진했을 때 온 일본 국민들은 눈물로 성원하면서 이제 와서 메이저리그에서 퇴출한다고 해도 그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갑자기 '박사장', '먹튀'라고 박찬호에 대해서 온갖 인격적 모독을 했다. 여기에 앞장선 게 미디어였다. 그런데 박찬호가 잘 나가고 있을 때 재미 본 건 또 그 미디어 아니었나.
그래서 조마조마해 죽겠고, 가슴이 오그라 드는 게 바로 김연아 선수다. 나는 김연아 선수가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 업적을 자기 분야에서 이미 했다고 본다. 이제부터는 국민들이 덤으로 즐겨야 된다고 봐요. 이젠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딴다면? (언론에서부터) '광고 수십 개 찍더니 훈련을 잘 안했구나'라는 말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있나. '역시 배부르면 안돼'라고 비난이 쏟아질 거다. 이게 경계성 인격장애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탈진상태다. 그 탈진이 청소년때부터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내 의견에 동조하는데, 그럼 왜 그걸 아는 놈이 왜 사교육 광고에 나갔어라고 묻는다. 더 그걸 심화시킬 텐데라고. 나는 반대로 이야기하는 거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파워풀해지고 그들 사이에서 경쟁이 시작되고, 또 가격인하가 되고. 그래서 공교육의 몰락을 재촉하는 게 우리의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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