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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7일은 '마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가 남긴 노래와 그가 이야기했던 철학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거침없이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했던 고 신해철을 재조명해봅니다. 이에 지난 2009년 4월 16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됐던 3시간 분량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다시 소개합니다. 이 인터뷰에는 6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신해철의 진솔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편집자 말>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홈페이지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홈페이지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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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은 인터뷰 도중, 처음으로 밝히는 것이라면서 "SBS <고스트 스테이션>을 그만둔 건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 아니라 SBS에서 자신을 쫓아낸 것"이라며 "윤도현이 KBS에서 쫓겨나기 몇 달 전에 자신이 SBS에서 쫓겨났다"고 토로했다.

"이번 학원광고 파문에서처럼 나를 속물 나부랭이였던 것으로 치부하고 끝내버리면 나의 코어로서 역할은 상실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SBS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 진행하면서 경이적인 청취율을 올려줬지만 SBS는 나를 쫓아낸 것이고.

그것도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SBS에서는 내가 방송 진행에 피곤함을 느껴서 그만둔 걸로 돼 있지만, 사실 난 쫓겨났다. 윤도현씨가 KBS에서 퇴출되기 전에 이미 첫 순서로. 윤도현씨가 <러브레터>에서 쫓겨나기 몇 달 전에 나는 SBS에서 쫓겨났다."

- SBS 라디오에서 쫓겨난 이유가 뭔가.
"그냥요! SBS 중간 간부진들은 상당히 격분했다. 약체 채널에, 그것도 굉장히 약한 시간대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무조건 잘라내라고 했으니까. 지금 김미화씨나 신경민씨 퇴출 문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SBS에서는 먼저 벌어진 것이다. 나는 거기서 싸우기보다는 '알았다, 내가 그만둘 게' 하고 걸어서 나온 거다."

- 굉장히 애착이 강한 방송 프로였을 텐데.
"애착이 강했지만, 그런 일이 한두 번 벌어진 것도 아니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인터넷 방송으로 전환해서 방송을 계속했다. 그리고 다시 공중파와 붙는 애증 관계의 게릴라전 싸움을 계속해왔는데 지금은 좀 뭐랄까, 한 8년간 그 싸움을 하면서 피로가 많이 누적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쉬고 싶었고. 그래서 작년까지는 케이블, 라디오 진행으로 굉장히 바쁘게 지냈는데, 지금은 백수로 지낸 지는 약 6개월 된다. 요즘엔 넥스트하고 음악작업 이외에는 돈벌이는 아무 것도 안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광고로 돈 벌어서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할 거 아니냐(웃음)."

"윤도현 퇴출되기 전, 내가 SBS에서 먼저 쫓겨났다"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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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밴드 '장기하 신드롬'은 어떻게 보는가.
"양날의 칼이라고 본다. 나는 장기하가 이거보다는 덜 뜨길 바랐다. (갑자기 뜨게 되면) 위험한 요소가 있다. 사실은 장기하 신드롬에 나도 일조를 했다. <고스트 스테이션> 할 때 장기하 특집을 하고, '싸구려 커피'부터 정말 한 개 프로그램 치고는 폭격 때리듯이 했으니까. 장기하가 산울림이나 송골매나 전통적인 가요 맥락에서의 족보를 잇는 음악적 해설도 했고, 그랬는데...

지금 이 정도로 뜨면 다음 2집이 위험하다. 2집이 초대박 나서 서태지가 되든가, 아니면 존재 자체가 없어지든가. 둘 중 하나라는 극단을 가기 때문이다. 나는 한 아티스트가 세상에 공헌을 하기 위해서는 10장 이상 앨범을 내고 꾸준히 활동해야 한다고 믿는 쪽이기 때문에. 모쪼록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기하가 '미미 시스터즈'나 여러가지 상업적 배치는 잘한 점들, 그런 것에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내가 항상 인디에서 음악하는 친구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클럽에서 30명 관객 뻑을 못 보내면서 TV에 나가서 400만 시청자를 대상으로 음악을 한다고? 댄스뮤직 프로덕션에 소속돼 있는 연습생 애들을 우습게 알지 마라. 걔네들은 TV에 나가서 400만명을 상대한다. 너희들은 30명도 못 울리잖아. 근데 왜 걔네들보다 너희들이 우월하다고 믿는 거야? 뭐 이런 이야기 막 한다.

그런데 이제 인디 음악이 세력화돼서 그 물꼬를 장기하가 텄다고 볼 수는 없다. 장기하는 장기하이기 때문에 뜬 것이다. 인디와 장기하는 사실 무관한 거다. 장기하는 인디에서도 별종이고, 소위 말하는 4대 메이저 프로덕션이라든가, 이런 도식화된 루트 통하지 않고 스타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다. 조피디도 등장 당시는 그랬었다. 장기하도 지금 프로모션 PR이나 장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컨텐츠 내용만으르 히트를 하는 케이스를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여준 것이기에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인디의 첨병 역할 못 한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 지속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속에 우려가 있다는 얘기인가. 
"인디에서 이런 히트가 하나 났을 땐, 그와 비슷한 형태의 뮤지션들이 한 놈이 뚫어놓은 구멍으로 와르르 몰려가서 세력 판도를 왕창 바꾸는 경우가 생기는데, 장기하에게는 그걸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이 좀 안타깝다. 너무 독특한 컨텐츠가 뜬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장기하는 지금 2집이 위험하다고 했지 않느냐. 과연 장기하의 2집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2집인 '하여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김흥국의 '호랑나비'에 이은 2집이 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장기하? 이대로 가면 다음 2집이 위험하다"


- 넥스트(N.EX.T) 6집 연작앨범을 준비중인데, 그게 7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뭔가.
"드러머가 교체돼서 그렇다. 밴드는 오크통의 법칙에 의해서, 판자 쪽 하나가 떨어지면 가장 부족한 팩터만큼의 성과물밖에 담을 수 없다. 지금의 드러머보다 전 드러머가 플레이를 못했다는 건 아닌데, 우리 5명이 이런 식으로 우리가 균형을 갖췄고, 완성체가 됐다는 느낌을 음악 시작하고 처음 받았다.

김세황은 나랑 넥스트를 오래 했는데도, '형 나도 넥스트 하면서 이런 기분 처음 느껴본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밴드가 한꺼번에 리허설 룸에 들어가서 20~30분이면 곡 하나가 나오고, 더빙도 없고, 이번 앨범은 레코딩 전체가 원샷 레크드라서 라이브하고 레코딩하고 사운드가 똑같은 앨범이다. 우린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제 컴퓨터로 조작하고 꾸며낸 음악들이 온 세상을 다 장악하고 있는데... 사실 그 선봉에 섰던 게 나인데.

미디음악 1세대이고, 컴퓨터 편집기술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것도 나고. 알고 안 쓰는 것과 몰라서 못 쓰는 건 다른 이야기다. 이번에 컴퓨터 편집 더빙, 뭐 이런 모든 게 금지된다. 멤버들한테는 개별 작업도 금지돼 있다. 전원이 출석하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곡 작업도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음악을 만드니까, 아주 골을 찧고 있는데, 이걸 넥스트로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켠에서는 음악 방향이 달라지긴 했지만, 신해철이 노래를 부르면 여전히 넥스트가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있고.

굉장히 음악적으로는 내 생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 이야기한다. 음악하면서 전국 순회공연 티켓을 20분만에 매진시킨 그런 90년대 좋았던 시절에 음악하면서 왔지만, 고등학교 때 애들끼리 쌈지돈 천원짜리 모아서 합주실 들어갈 때보다 행복하던 시절은 없었다고. 그런데 요즘 와서 느끼는 건데 고교 합주실 들어간 것보다 행복한 시절이 지금인 것 같다. 내 음악 인생에서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절이다."

- 앨범 작업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이 됐나.
"원래는 이피(EP, 정규 음반과 싱글 음반 사이의 중간 규모급 음반) 형태로 내려고 하다가, 밴드가 곡을 닥치는 대로 쏟아내고 있어서 앨범으로 갈 가능성도 있고. 상업적인 어떤 외관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이번 앨범부터는 CD를 발매하지 말고, 인터넷에서는 신해철닷컵과 넷스트닷컴에서만 판매하자는 이야기도 있고. 그런 상태다."

- 5월초에 앨범이 나온다고 했는데, 약간 늦춰질 수도 있는 건가.
"약간 늦춰질 수도 있고, 더 빨라질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 결정난 게 없다. 이 앨범을 영어로 부를 것인가, 우리말로 부를 것인가 하는 점도 결정이 안 났다. 넥스트가 올해부터는 미국과 유럽에서 공연하면서 그 쪽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이 음악이 한국 사람에게 어떻게 들려질 것인지보다는 서양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려질 것인지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토론하고 있다."

- 신해철을 보면 '위악(僞惡)'으로 '위선(僞善)'을 깨려는 사람 같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영광이다.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지만, 그게 서양 록 뮤지션들이 서양현대사에서 했던 일이 그거다. 위악으로 위선을 조롱하고 비웃는 것. 나는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고 본다."

3시간에 걸친 '마라톤 인터뷰' 말미에 신해철은 '아니 음악 하는 애가 왜 이렇게 사회적 발언만 하고 음악은 안 해?'라는 질문을 들으면, 이렇게 대꾸한다고 한다. "미안하다. 사회적 발언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판을 아직 26장밖에 못 냈고. 해마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전국투어를 돌고, 해마다 앨범을 한 장밖에 못 내서 미안하다고.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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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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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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