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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국무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 '200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 '200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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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벙글!" "하하하"

7일 오후 5시, 2009 건설인 신년인사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건설인 100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 "싱글"이라고 건배사를 외치자, 연회장은 "벙글"이라는 외침으로 떠들썩했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건설업계는 최악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이날 신년인사회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전 산업계가 경기침체로 고통 받고 있는 지금, 건설인들만 즐거운 한 해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연회장 한쪽 벽면에 크게 써 붙인 '건설산업 재도약 국운상승 전기 마련'이라는 문구가 이날 신년인사회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중소건설업체 대표이사는 "어제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 정책으로 건설업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 뉴딜' 발표한 한승수 총리 "건설산업, 적극 지원하겠다"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 '200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 회장과 한승수 국무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 '200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 회장과 한승수 국무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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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녹색'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책에 큰 기대를 나타내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지금껏 저탄소 녹색성장을 공언하며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건설업자들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6일 정부는 지금까지 내놓은 녹색 정책들을 한데 모아 '녹색 뉴딜 정책'으로 묶어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4대강 살리기·녹색 교통망 구축·에너지 절약형 그린 홈 건설 등 36개 사업에 4년간 50조원을 투입, 일자리 96만개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녹색 성장 정책을 동시에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녹색 뉴딜 정책을 아무리 뜯어봐도 '녹색'은 거의 없고 토목 건설만 남는다. 50조원 중 저탄소에너지 개발사업 등 순수한 의미의 녹색 정책 예산은 2조원에 불과하다.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갖가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도 건설업체 살리기에 올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이런 비판 속에 한승수 총리는 당당히 이날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건설업체 지원을 공언했다. 녹색 뉴딜에 대한 건설업계의 기대는 당연한 셈이다.

한승수 총리는 "정부는 건설산업이 경제 위기 극복의 선도 산업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사회간접자본시설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빠른 시일 내에 경기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최대한 만들어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 총리는 "과거 건설인 선배들이 가졌던 불굴의 용기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며 "건설신화를 쌓아온 그 정신이라면 지금의 경제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인들의 노고에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나섰다. 그는 "우리 건설인들을 믿는다, 정부가 건설인들을 위해 앞장설 테니, 위기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전했다.

일부 건설업자 "녹색과 건설은 모순"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 '200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 회장, 한승수 국무총리가 건배를 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 '200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 회장, 한승수 국무총리가 건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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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총리가 녹색 뉴딜 정책 발표 다음날 직접 나서 건설업체 지원 의지를 보이자, 건설업체들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했다. 그러면서도 신년인사회 첫발언자로 나선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정부 지원을 더욱 압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정부는 무엇보다도 극도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전후방 연관효과가 거대한 건설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최근 추진키로 한 4대강 정비 사업은 침체된 지방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건설업계 원로인 조남옥 삼부토건 사장도 "경제 위기 속 우리 건설인들이 매우 어렵지만, 정부가 경기 부양으로 SOC 사업에 25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큰 기대를 나타났다. 정부는 '녹색'이라 포장했지만, 건설업체부터가 자신들을 위한 SOC사업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녹색 뉴딜 정책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될 업체 관계자들은 화색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을 사실상 운하 건설 전단계로 인식하는 듯했다.  

김광태 길산토건 대표이사는 "고속도로·물막이 공사를 주로 하는 우리 회사에 이번 정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운하를 하게 되면 대규모 토목공사가 생기니, 무척 좋다"고 말했다. "SOC투자는 일자리 창출도 많지 않을 뿐더러 질 낮은 일자리만 늘릴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요샌 삽질 안한다, 중장비업자 등 고급 일자리가 많다"고 답했다.

전북지역의 한 중소건설업체 대표이사는 "R&D·교육 등에 해야 할 투자를 당장의 SOC사업에 돌려 미래를 갉아먹는다"는 지적에 대해 "건설 분야 R&D, 건설인 교육을 하면 된다, 건설업 투자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아파트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토목공사만 벌이는 것을 염려하기도 했다. 건설업체도 걱정하는 녹색 뉴딜 정책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이날 만난 한 건설업체 대표이사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솔직히 개발과 녹색은 모순 아니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아니라 놓칠 수 있다. 정부가 큰 그림을 안 보고, 즉흥적으로 건설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승수 국무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건배사 '싱글 벙글 하하하!'를 따라 외치고 있다.
▲ 건설인들 "싱글 벙글 하하하!" 한승수 국무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건배사 '싱글 벙글 하하하!'를 따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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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녹색 뉴딜, #건설인 신년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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