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번 전국언론노조 총파업에 대해  보수세력 일각에서는 "MBC노조+MBC 경영진+정치세력이 연대해 MBC 파업을 이끌었다"고 보고있다. 이들은 '정치세력'의 대표적 인물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을 꼽는다. 

 

그가 정치세력의 대표적 인물인지는 논란이 있겠지만, 언론노조 위원장과 MBC사장이라는 경력에다가 국회에 진출한 뒤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점에서 발언과 행동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의 MB악법 저지투쟁에서도 그는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미디어 관련법이 될 것"이라면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과 본회의장 점거농성에 전력을 기울였다.

 

"방송사의 독립성이 문제가 될 경우 외국은 사장이 자기 직을 건다"

 

6일 오후 문방위 농성장 앞에서 만난 최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의 본회의장 농성해제에 대해 "2월 연장전에 들어가기 위한 휴전"이라고 평가하면서 "한나라당이 공영방송법을 내놓는 2월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은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었지만, 2월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한나라당이 KBS는 국영방송으로, MBC는 민영으로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라면서 "KBS가 직접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KBS노조도 가담하도록 해야 하고, 시민들도 나서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막아낼 수 있을지 대단히 어려운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 관련법 개정이 경제살리기에 일조한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채널이 늘어난다고 광고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IPTV가 생긴다고 가입비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케이블 가입자가 이동하는 것뿐"이라면서 "전체 경제 차원에서 보면 비효율적 분야에 투자하는 것으로, 지독한 레드오션 시장을 더 지독하게 만드는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들어 특히 논란이 되는 방송사 독립성 문제에 대해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방송사의 정치적 독립성은 노조가 아니라 사장이 지키는 것으로 돼왔다"면서 "방송사의 독립성이 문제가 될 경우 외국은 사장이 자기 직을 거는데, 이병순 KBS 사장 등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엄중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최근 '문순c네'라는 블로그를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언론취재가 제한된 문방위와 본회의장 농성 상황을 전해 하루 방문자가 4만명을 넘기도 했다. 그가 올린 블로그 사진을 통해 추미애 의원의 '쌩얼'과 박지원 의원의 본회의장 구보 장면이 공개됐다.

 

그는 "한동안 반응이 별로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임계점을 넘어가는 것에 놀랐다"면서 "1인 미디어가 민주주의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올해만 4번의 대회전 예정"

 

- 본회의장 농성을 해제한 소감은 어떤가.

"2월에 2라운드 연장전으로 들어가기 위한 휴전이라고 본다. 방송법·신문법·사이버모욕죄·IPTV법이 언론 7대 악법 중에서도 악성인데, 2월에는 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나았지만 2월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운 점이 있고, 거기에 안건도 하나가 추가된다. 공영방송법이다.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이 KBS는 국영방송으로, MBC는 민영으로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방송법 문제에 이게 덧붙여져서 더 어려울 것이다. 이건 KBS가 직접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KBS 노조도 가담해야 하고, 시민들도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도 막아낼 수 있을지, 어려운 사안이다."

 

- 민주당의 본회의장 농성해제에 대한 언론노조 반응은 어떤가.

"특별한 반응은 없는 것 같다. 언론노조가 6~8일을 집중 투쟁기간으로 설정했는데 농성이 해제돼 긴장감은 조금 떨어진 모양이다. 

 

2월에는 공영방송법으로 붙어야 하고, 3월에는 정부가 종합편성PP를 허가하겠다고 하고, 8월에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임기가 끝나고, 12월에는 정부가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올해 예정된 일정만 해도 4번의 대회전을 치르게 돼 있다. 2월에는 KBS노조가 함께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3월에는 춘투와 연계돼있고, 4월에는 재보선이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렵지만 붙어볼 만한 상황이다."

 

- 이번 민주당의 농성투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무승부다. 그동안 민주당이 죽을 쒔는데 이번 농성투쟁을 계기로 지도부의 당내 리더십도 생기고 결속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여당 기질이 다분한 의원들이 많다."

 

- 한나라당으로서는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인데, 공영방송법까지 내걸까 싶다.

"한나라당이 85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내걸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방송법·금산분리완화·한미FTA비준안 등 서너 가지였다. 상황에 따라 이 서너 가지를 넘나들었지만 방송법은 항상 요구사안에 들어갔다. 2월에는 최종적으로 공영방송법이 들어갈 것이다."

 

"채널 늘어난다고 광고·가입비 늘어나나"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5일 방송법 등 한나라당이 준비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이 경제살리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꾸준히 '방송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MBC 사장을 해본 처지에서 방송법 개정이 경제 살리기와 연관이 있다고 보나.

"전혀 상관없다. 경제살리기는 매출이 확대되고 이것이 일자리창출로 연결돼야 하는 것이다. IPTV나 재벌의 방송진출로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IPTV는 기업광고와 가입비가 매출을 구성하는데, 기업광고는 정해져 있다. 채널이 늘어난다고 광고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가입비도 IPTV가 생긴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라 케이블에 있던 게 이동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매체를 접하는 시간도, 이를 위해 내는 비용도 정해져 있다. 늘어난다 해도 조금 미세하게 늘어나는 수준일 뿐이다. 전체 경제 차원에서 보면 비효율적 분야에 투자하는 것으로, 지독한 레드오션 시장을 더 지독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언론은 경쟁이 부족해서 영세한 게 아니라, 경쟁과잉으로 영세한 것이다."

 

- MBC의 소유구조가 완전 공영도 완전 민영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 구조가 87년 체제에서 언론장악을 위해 탄생한 기형적 구조이므로 완전 민영화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구조가 바람직한가.

"공영-민영 2분법은 1980·90년대 방송의 독과점시대에 있었던 분류 방법이다. IPTV까지 하면 채널이 400개에 달하는 지금에는 맞지 않다. 공영-민영의 기준은 소유구조와 재원조달방식 두 가지다. 이 기준으로 보면, KBS와 SBS는 어떤가. 정도 차이일 뿐이다. 공영과 민영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는 것은 정치 공세다. 그렇게 고르라고 하면 다 골라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북한의 조선중앙TV가 가장 분명할 것이다."

 

- <중앙일보>가 다양하게 MBC를 공격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연봉 1억원 직원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비판 자체가 방송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쪽의 밥그릇 싸움이다. 양쪽 모두 그런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면이 있다. 그러나 평균연봉 1억은 과장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신문이든 방송이든 그 산업 내에서 잘 보호·육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틀을 확 터서 넘나드는 것은 서로를 교란하는 것이다. 이걸 트면 각각 성장하는가? 아니다. 과잉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시장비용이 늘어난다."

 

- 방송광고공사의 경우도 87년 체제의 산물이다. 정부는 현재 방송광고공사의 비효율성을 들어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작은 미디어들이 고사하는 문제만 해결하면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관점에서 방송광고공사가 유지되는 게 낫다. 우리는 방송광고가 싼 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슈퍼볼 경기 광고는 엄청 비싸다. 우리는 실제 가격보다 낮다. <조선일보>의 맨뒷면 전면광고가 1억원 수준이다. MBC의 뉴스데스크 15초 광고는 1500만원이다. 효과는 뉴스데스크가 더 크다. 방송광고는 기업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기업부담, 국민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를 현실화한다면 지금보다 7~8배는 올라가야 한다. 또 방송광고공사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종교방송 등과 연동되면서 방송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 언론노조 총파업과 관련 일부에서는 'MBC노조+ MBC경영진+정치세력'이 연대해 MBC 파업을 이끌고 있다면서 정치세력의 대표인물로 최 의원을 꼽고 있다. MBC 노조와 경영진, 정치인을 다 해본 사람으로서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MBC가 앞장서고 있지만, KBS·SBS·CBS·EBS도 모두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생존차원에서 모두 힘든 상태다. 다만, MBC는 정치적 압박, <PD수첩> 수사 등으로 불만이 누적돼있는 것일 뿐이다."

 

- 엄기영 MBC사장이 노조에 파업중단 촉구 및 업무 복귀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유감을 표명했다. 최 의원이 현재 사장이라면 어떻게 했겠나.

"허허허, 저도 (사장으로서) 파업중단 촉구를 했을 것이다. 다만 경영진이 방송법 문제에 대해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노조가 지켰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방송사의 정치적 독립성은 사장이 지키는 것으로  왔다. 방송사의 독립성이 문제가 될 경우 외국은 사장이 자기 직을 건다. 이병순 KBS 사장 등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해줘야 한다."

 

- 국회 상황이나 언론노조 파업 등의 뉴스로 이미 장기화된 YTN 사태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회 문방위원으로서 제시할 만한 해법이 없는가.

"구본홍씨가 사퇴하지 않고 저렇게 밀어붙이니까 저희로서도 면목이 없고 송구스럽다. 여권은 민간 노사분규로 규정하고 있고,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노조에 밀릴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올 봄의 춘투 등을 감안할 때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총파업에 대해서도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나 박성제 MBC노조위원장에 대해 상당히 심한 징벌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에 밀릴 수 없다는 과거논리가 다시 등장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

 

"대기업 방송진출 막혀있는 것은 보도뿐... 방송법 투쟁은 '보도전쟁'"

 

- 방송법 개정 1월 처리는 일단 막았지만, 2월이 되면 국회에서 논의를 해야 하고 절충안 마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인가.

"미디어 7대악법 중 신문방송겸영, 대기업 방송진출, 외국기업 방송진출, 사이버 모욕죄, 이 네 가지는 물러설 여지가 전혀 없는 악법이다. 언론중재법, 전파법, 디지털방송전환에 관한 법은 일부 여지가 있다.

 

이미 대기업은 방송진출이 다 가능하다. 삼성·SK·KT도 외주사를 사서 드라마 등에 많이 들어와있는데, 문화가 아닌 이윤 대상으로 보면서 많이 실패하고 있다. 드라마도 이윤대상으로만 보면 실패한다. (대기업에게) 딱 막혀있는 하나가 보도영역이다. 재벌이 여기에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YTN·MBN 등이 화가 많이 나있다.

 

그래서 이번 방송법에 대한 언론노조 총파업은 요약하면 '보도전쟁'이다. 보도영역에 진출하려는 신문과 대기업, 이것을 막으려는 방송과 시민사회의 대결이다."

 

- 국회 농성중 '문순c네' 블로그가 인기였다. 어떤 계기로 본회의장 블로그 포스팅을 생각했나.

"기자들이 본회의장 취재가 안 되니까 답답해하는 것 같아서, (사진을 찍어) 한 장씩 올린 것으로 시작했다."

 

- 문순c네 블로그에서 재미있게 봤던 것은 본회의장 내에서 투표소가 취침장소로 가장 인기라는 것이었다. 추미애 의원의 '쌩얼'도 공개됐다. 박지원 의원의 본회의장 구보 장면도 재미있었다. 사진만 보면 블로그 포스팅 콘셉트가 '즐거운 농성'인 것 같던데.

"치열한 내부 논쟁도 있었고 얼굴 붉히는 토론도 많이 있었는데, 그런 건 사진으로 표현이 잘 안 되지 않나."

 

-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다른 의원들은 앉아있는데 최 의원은 마치 기자처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방송과 신문 사진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은 압축되고 각각의 이해에 따라 재포장되면서 왜곡되는 면도 있어서 진솔하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좀 가볍게 전달된 게 아닌지, 진솔하게 제대로 전달된 것인지 걱정도 된다."

 

- 방송 기자였다가 1인 미디어블로그에서 할 말을 하는데 인터넷에 뛰어들어보니 어떤가.

"블로그는 처음 경험했다. 한동안 반응이 별로였다가 어느 날 하루에 4만명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갑자기 임계점을 넘어가는 것에 놀랐다. 1인 미디어가 민주주의에 도움이 많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본회의장 농성에서 제일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

"잠자리다. 침구가 모자라서 그냥 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어제(5일) 정도 되니까 멍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늘(6일)도 본회의장 나올 때 (농성해제 회견하는 것도 모르고) 여야 합의가 된 거냐고 묻는 의원들이 많았다. 나도 합의가 돼서 나온 줄 알았다(웃음)."

 

 

[최근주요기사]
☞ 여야, 쟁점법안 협상 타결... 이상득 "우짜노, 찬성했다"
☞ 롯데백화점 의자, 직원은 못 앉는다고?
☞ 땡전뉴스 시절, '홍조'를 아십니까
☞ [야구의추억] 타율 1할대, 그래도 최고의 선수
☞ 청와대 경제상황실, 왜 하필 지하벙커에...
☞ [엄지뉴스] 와장창 얼음깨기... 참으로 시원해요


태그:#최문순, #국회는 지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