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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28일 오후 5시 40분]
 
"남북관계 파국으로 치달으면 개성공단 폐쇄도 배제할 수 없어"
 
오전 9시 30분에 CIQ를 떠났던 마지막 개성관광버스도 210여명의 관광객을 싣고 오후 5시 10분께 돌아왔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즐거웠다, 하지만 개성관광이 중단돼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송재화씨는 "개성에 들어갈 때는 너무 긴장됐는데 직접 가보니 정말 좋았다"며 "북측의 통제가 많아 좀 아쉬웠지만 안내원 등이 모두 친절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송씨는 "아직 개성관광을 못가본 사람이 많은데 다음에는 꼭 가봤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개성관광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병기씨를 비롯한 다수의 관광객들도 개성관광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뒤 "남북관계가 잘 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4후퇴 당시 월남한 윤현수씨는 '마지막 개성관광'의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향 땅이 보이는데 못 가는 심정을 알 것 아니냐, 북측에 있는 동생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며 울먹였다.
 
완전 폐쇄된 남북경협사무소... "기업들이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어"
 

이날 경의선 열차가 운행을 중단하고 개성관광까지 중단된 데 이어 개성에 설치된 남북경협사무소도 전면 폐쇄됐다.
 
오후 5시 30분께 입경한 김주철 과장(KOTRA 소속)은 "현재 북측이 철수하라고 통보해 경협사무소는 완전 폐쇄됐다"며 "안타깝고 착찹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지난 2005년 경협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현장에서 기업들을 지원해왔는데 북측의 철수 조치로 기능이 마비됐다"며 "그로 인해 기업들이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다"고 개성공단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김 과장은 철수 인원 등을 묻는 질문에는 "통일부 대변인에게 확인해 달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CIQ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남측 인원이 4000명이 넘는데 이 가운데 2000여명이 오늘과 내일에 걸쳐 들어온다"며 "철수한다기보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들어온 인력이 다음주부터 북측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다음주에 다시 들어갈 사람들이 아직 북측으로부터 출입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개성공단이 폐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2신 : 28일 오후 3시 20분]
 
5시간 만에 돌아온 열차... "마지막은 무슨 마지막? 잠시 중단될 뿐이다"
 
오전 9시 30분에 도라산역을 출발했던 경의선 열차 S4401호가 약 5시간 만인 오후 2시 20분에 다시 돌아왔다.
 
경의선 철도가 다시 개통한 이후 줄곧 열차를 운행해왔던 신장철 기관사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이 '마지막 열차를 운행한 소감을 얘기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은 무슨 마지막인가? 잠시 중단할 뿐이다."
 
신 기관사는 "마지막 운행이란 말은 빼 달라"고 취재진에게 거듭 당부한 뒤 "잠시 중단된 것이지만 오늘 출근할 때부터 마음이 착잡했다"고 말했다.
 
신 기관사는 "북측에서도 빠른 시일 안에 다시 만나서 열차운행 발전에 노력하자고 얘기했다"며 "열차운행이 재개되어 물류비용이 절감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재개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신 기관사와 함께 열차운행에 참여했던 권은영 차장도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처음에 만날 땐 어색했는데 서로 마음을 열고 철도인으로서 정보를 서로 교환하면서 북측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잠시 헤어지게 돼 많이 허전하고 섭섭하다."
 
권 차장은 "이왕 연결된 철도니까 다시 이어져서 방북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북측도 많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북측 사람들과 만나면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요즘 북측에 전기공급이 잘 안된다. 그래서 북측에 가면 화장실에 가서 급수가 되는지 안되는지 살핀다. 급수가 되면 물을 마시고, 급수가 안되면 물을 못마시고 나오곤 했다. 또 저에게 심하게 장난을 친 분이 계시는데 당시에는 속상했지만 지금은 기억이 많이 난다."
 
권 차장은 "지난 7월부터 도시락을 준비해 갔다"며 "8월까지는 북측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했는데 그 이후엔 그런 자리가 조심스러워 식사를 따로따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열차는 오후 3시 정각 종착역인 수색역을 향해 떠났다.
 
한편 도라산전망대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은 북측에서 내려오는 차량 행렬을 보면서 "쫓겨나는 걸 보니 짠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남북이 이렇게 싸우면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쁘다"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1신: 28일 오전 10시 40분]
 
개성가는 마지막 열차, 도라산역을 떠나다
 

28일 오전 9시 30분. 도라산역에서 S4401 열차가 힘차게 기적소리를 울리며 북측을 향해 떠났다. 최근 북측의 육로통행 제한에 따른 마지막 열차였다.

 

지난해 12월 11일 다시 개통된 경의선 철도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다시 운행이 중단된 것이다. 이날 남북출입사무소(CIQ)와 도라산역을 뒤덮은 짙은 안개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착잡하다... 이렇게 늦게 출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

 

지난해 12월부터 220여회 경의선 열차 운행에 참가했던 기관사 신장철씨는 '마지막 운행' 소감을 묻는 질문에 "착잡하다"고 답했다.

 

"남북관계가 빨리 정상화되어서 더 많은 열차가 남북을 오가길 바란다."

 

신씨는 "현재 북측의 분위기는 달라진 게 없다"고 전한 뒤 "북측도 열차 운행 등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며 "더 많은 열차 운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남북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열차는 평소 출발시간보다 30분 늦은 9시 30분에 출발했다. 이와 관련, 신씨는 "이렇게 늦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원래 오전 8시 50분께 북측의 승인이 떨어지면 일단 개성관광 버스가 통과한다. 그 다음에 열차가 출발하고 일반 화물 열차가 북측으로 들어간다. 열차는 보통 9시에 출발해 왔는데 오늘은 좀 늦었다."

 

북측의 제한조치에 따라 하루 7차례였던 출경횟수도 4차례로 바뀌었다. 이렇게 변경된 출경시간을 공고한 안내문은 경색된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신씨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과 관련된 언급은 자제했다. 그는 "그런 것은 저에게 물어보지 말라"며 "남북이 서로 믿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라고 적힌 통일부의 안내간판이 북측을 향해 떠나는 마지막 열차를 쓸쓸하게 배웅하고 있었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방치하고 있다"

 

앞서 8시 30여분께 마지막 개성관광 버스도 CIQ를 출발해 개성으로 떠났다. 버스에 탄 관광객들은 '마지막 개성관광'임을 의식이라도 한 듯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날 개성으로 떠난 관광객은 운전기사를 포함해서 총 228명이다.

 

CIQ 경비원인 김윤택씨는 "내일부터 개성관광도 없어진다고 들었다"며 "개성관광 등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줄어들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CIQ에서 만난 장아무개씨는 "개성공단에 4곳의 건설현장을 갖고 있다"며 "장기계획을 갖고 각종 장비들을 공단에 들여놓았기 때문에 북측이 갑자기 공단을 폐쇄한다면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씨는 "북측이 금강산을 폐쇄한 걸 보면 심할 경우 개성공단까지 폐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서 합의한 것(10·4선언)을 60∼70%는 이행하면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 개성공단에 해준 게 뭐가 있냐"며 "핸드폰, 인터넷 등 3통문제도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공단은 전부 중소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공단이 문을 닫으면 이 중소기업들은 어디로 가나? 가뜩이나 정부가 대기업 중심 정책으로 펴고 있는데…. 중소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오전 10시가 넘으면서 햇볕이 조금씩 비치고 있지만 CIQ와 도라산역은 여전히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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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CIQ, #도라산역, #경의선,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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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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