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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11일 제5대 광주광역시의회가 후반기 의장 선출과 함께 원 구성을 시작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5대 광주시의회 전반기 활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후반기 의회가 나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기획기사를 보도합니다. 입장과 견해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분들의 기고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호텔 합숙'으로 의장 뽑는 구태는 반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호텔 합숙'으로 의장을 뽑는 구태만은 반복하지 않게 됐다. 광주광역시의회가 의장 선거방식을 개정하는 규칙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오는 11일 5대 하반기 의장선거를 실시한다. 시의회가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한 것일까.

 

8일 오후 6시에 마감된 하반기 의장선거에는 강박원·나종천·유재신·이정남·이철원 의원 등 모두 5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들은 1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의장단을 구성하게 된다. 후보등록도 없고, 공약도 없으며, 후보자간 토론도 없었던 '3무(無) 선거'가 들끓는 여론에 의해 그나마 개혁된 것이다.

 

달라진 의장 선거방식 만큼이나 광주시의회도 달라진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또 스스로 혁신하기 위해서 광주시의회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광주시의회는 '책임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현역의원이 비리로 구속되고, 집행부로부터 감사를 거부당하는 치욕스런 사건이 즐비했음에도 시의회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단의 무능과 태만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파행으로 범벅이 된 상반기 의회를 이끌었던 강박원 의장이 다시 후반기 의장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A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숙해도 시원찮을 판에 또 의장선거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고 탄식했다. 그는 또 "박광태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예속 논란도 의회정치 복원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며 "견제와 협력은 수레바퀴처럼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말' 빈약했던 전반기 광주시의회,  '집행부 2중대' 치욕 벗을까

 

다음으로는 의회의 '소통 기능'을 높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의회는 '말'이, '비판적 언어'가 풍성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5대 광주시의회 전반기는 '말'이 너무 빈약했다. 해서 '집행부 2중대'라는 치욕스런 멍에까지 뒤집어 쓴 것이다.

 

시민사회의 건전한 비판이 원내로 흡입되기는커녕 의원들끼리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B의원은 "시민과의 소통은 고사하고 의원들끼리도 안 통하니 집행부가 각개격파해도 무방비로 당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통력의 복원은 결국 의회의 생명인 견제력의 복원으로 이어진다. 조호권 의원이 지역 시민사회에 보낸 자료에서 "시민사회와 언론, 의원 간의 소통강화"를 강조한 것은 그래서 눈여겨 볼 만하다. 건강한 비판담론의 양산은 의회 활동력을 높이는 바로미터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의회 운영위원회의 활동을 높이고 각종 소위원회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의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상태에서 비록 제한적이지만 운영위의 효율적 운용은 다양한 의회활동을 보장하는 효과적 기능을 할 수 있다.

 

운영위의 지원을 받으며 각각 의원실에서 다양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조례안 발의 혹은 개정이라는 입법 활동의 결실을 맺어야 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의정활동의 양식이다.

 

각종 소위원회 활동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광주시의회에 활동하고 있는 소위원회는 조호권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한미FTA연구모임' 정도다. 소위원회는 의원들의 자질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연구하고 토론하는 '공부하는 의회'가 좋은 입법안을 만들 수 있다.

 

'범법자 집합소' 오명 벗기 위해선 윤리위 외부인사로 강화해야

 

마지막으로 윤리위의 전면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벌써 세 명의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고, 현역 의원이 비리로 구속됐다. 두 명의 의원은 성폭행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고, 또 다른 의원 두 명이 경찰 조사 등을 받고 있는 지경이다. 이쯤 되니 "광주시의회는 의회라기보다 '범법자 집합소'"라는 비아냥이 절로 나돈다.

 

그래도 윤리위는 열리지 않았다. 한 윤리위 의원은 "어떻게 동료 의원에게 칼질을 할 수 있냐"고 했다.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도, 그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고 있음에도 눈물겨운 동료애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광주경실련과 광주YMCA 등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윤리위를 외부 인사로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민사회의 이 같은 제안을 하반기 의회가 수용할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3일 광주시의회는 의원들의 업무추진비를 전격 공개하기로 하는 조례안을 마련했다. 의회를 향해 있는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자기혁신의 몸부림이었다. 진선기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전국 최초로 의원 발의로 조례안을 마련했다"며 변화를 위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광주광역시의회가 도덕적 지탄과 '집행부 2중대'라는 굴욕을 털고 스스로 제자리를 잡아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이미 몇몇 시민단체에서 "문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운동 돌입"을 분명히 하는 등 시의회에 대한 외부의 압박의 강도가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제로 변화당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혁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태그:#광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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