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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11일 제5대 광주광역시의회가 후반기 의장 선출과 함께 원 구성을 시작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5대 광주시의회 전반기 활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후반기 의회가 나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기획기사를 보도합니다. 입장과 견해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분들의 기고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행정사무감사를 거부당하고도 관계 공무원 징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시 현안사업에 대한 질의조차 "시장의 편리를 봐준다"며 포기했다. 광주시의 각종 현안에 대해 자기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광주광역시의회는 집행부 견제기구인가, '집행부 2중대'인가.

 

행정감사도 거부당하고, 징계도 유야무야... 광주시의회의 끝없는 '굴욕'

 

지난 2006년 11월 광주시의회는 집행부로부터 행정사무감사를 거부당하는 치욕을 당했다. 집행부가 행정사무감사를 거부하는 이유는 더욱 굴욕적인 것이었다. 의원들의 자질을 문제삼았던 것이다.

 

시 집행부에 대한 의원들과 시민단체의 성토가 이어졌다.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의 사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집행부 견제·감시기구로서 의회의 자존심은 완전히 뭉개진 상태였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사태 그 이후'다.

 

2006년 12월 광주시의회는 박 시장에게 행정사무감사를 거부한 도시교통국장·공무원교육원장·상수도본부장 등 세 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조례에 따르면 행정사무감사와 관련돼 출석을 요구받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증언 또는 진술을 거부한 때는 의장의 통보 등에 의해 시장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당 간부 공무원들은 상징적 징계라 할 수 있는 과태료를 냈을까. 광주시의회 A의원은 "1년 6개월 이상이 지난 7월 3일 현재까지 이들이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의회 차원의 대책이 없느냐는 질문에 "감사 거부에 대한 상징적 의미의 징계지만 그 역시 시장이 집행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의장이 그 이후에 한 번 더 시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전했다.

 

행정감사를 거부당하는 치욕에 이어 관련자들에 대한 상징적 징계조차 사실상 거부당하는 굴욕에도 광주시의회는 참을성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희한한 광주시의회의 인내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의회의 굴욕은 박광태 시장에 대한 지나친 예속 탓

 

의회 안팎에서는 "시의원들이 박광태 시장에 너무 심하게 의존하고 예속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광주시의회 19명 의원의 당적은 모두 민주당. 3선 국회의원에 국회 산자위원장을 지내고 시장에 재선한 박 시장은 민주당에서 영향력이 크다. 즉 당내 영향력이 막강한 시장에게 알아서 충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유치 결정 석 달여를 앞두고 광주시가 하계 U대회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이에 대한 의회의 비판은 아예 실종된 상태였다.

 

왜 치밀한 준비 없이 급작스럽게 유치전에 뛰어드는지, 106억원(이 중 광주시비는 23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은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결국 실패한 U대회 유치전에 다시 뛰어들 것인지를 차분하게 따지는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의회는 오히려 "시민의 열망인 U대회 유치를 위해 박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자"며 예정돼있던 시정질의를 축소하는 등 느닷없는 충성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시의회 B의원은 "언제든지 긴급현안 질의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들이 시장의 편리를 봐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시비 23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시의회 차원의 검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면서 "4일 U대회 추진단이 해체식을 하고 결산보고를 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의회 분위기를 전했다.

 

시의회 주변에서는 의원들이 박 시장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포괄사업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포괄사업비는 시장의 판단에 따라 집행하는 사업비로 의장과 부의장 등 의장단은 일반적으로 연간 4억~5억원을 지역현안사업 해결 등의 명목으로 책정 받는다. 또 상임위원장단은 약 3억원, 평의원은 1억원 규모로 책정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종 지역 민원사업에 시달리는 시의원들에게 포괄사업비는 가뭄 속 단비 같은 돈이다. 지역 민원을 잘 해결하지 못했을 때 "그것도 하나 못 하느냐"는 평가와 함께 차기 선거를 장담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시의원들이 시장에게 아쉬운 부탁을 할 수밖에 없고, 시장은 이를 의회를 통제하는 효과적인 당근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속성 심화 질타에 "광주시 출입하는 언론부터 '시장 예속성' 반성하라"

 

김상집 참여자치21 대표는 "민주당 일색으로 구성된 시의회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규정했다. 한 전직 의원도 "차기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모르는 시장에게 같은 당의 의원들이 어떻게 함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의회가 '집행부 2중대'라는 말을 들으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의원들의 시장에 대한 예속성 심화에 대해 C의원은 "시의회의 예속성을 논하기 전에 광주시를 출입하는 언론부터 시장에 대한 예속성을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원들이 아무리 문제제기를 해도 언론들이 잘 안 다뤄주고, 심지어 일부 출입기자들은 '시장에게 적극 협조하라'고 압력을 넣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C의원의 주장은 일면 타당성도 있어 보인다. 광주시의 U대회 유치 실패 후 전후과정을 비판적으로 돌아보자는 KBS와 KBC 등 일부 방송사의 보도는 다른 지역매체들의 침묵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침묵하기는 시의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언론보다 먼저 문제제기를 해야 함에도  시의회는 문제제기는커녕 KBS와 KBC의 보도가 있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취재 중 만난 한 방송사 기자는 "(시의회의 그런 행태를 보고) 이 사람들이 시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질도 없구나 하는 생각에 허탈했다"고 강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A의원은 "시의회가 시장에게 지나치게 예속돼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그 예속성의 정점에 의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의회는 의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며 모든 일은 의장을 통해서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권한이 의장에게 집중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감사 거부사태, 현역 의원이 비리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 도덕성 논란 등이 벌어지고 있을 때 의장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풀어갔어야 한다"며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만큼 거기에 걸맞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의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의 생명은 견제와 비판, 감시다. 그런 의회가 '시장 예속성' '집행부 2중대'라는 논란 속에 끼어있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다. 광주시의회 안팎에서는 의회 스스로 정치력과 견제력을 복원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


태그:#광주시의회, #박광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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