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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까지는 강한 황사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4월에는 그만큼 강력한 황사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기상청 전망을 보도한 <동아닷컴> 기사.
 3월 25일까지는 강한 황사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4월에는 그만큼 강력한 황사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기상청 전망을 보도한 <동아닷컴> 기사.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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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초강력 황사 습격"(<동아일보> 3월 26일)
"15일 밤부터 황사…주말 비상"(<쿠키뉴스> 3월 14일)
"올해 황사 자주 찾아온다"(<연합뉴스> 3월 3일)

올해도 '최악 황사'라는 단어가 난무했다. 기자가 아는 국어 상식으로는 '최악 황사'라고 하면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가장 큰 규모의 황사를 뜻한다.

3월 3일 한반도 남부에 강한 황사가 찾아왔지만, 중부 지방은 그다지 강한 강도도 아니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황사가 있었지만 '최악 황사'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강한 황사는 없었다.

그러자 3월 말, 기상청은 4월에 아주 강한 황사가 습격할 것으로 예보했다. 정말 4월에는 초강력 황사가 찾아올 것인가. 아니면 평년 수준의 약한 황사가 몇 번 찾아오고 봄이 지날 것인가.

올해도 역시 성급하고 전문성 없는 추측성 예보

기자는 좀 이른 2월 13일에 "중국 대재앙 '폭설', 한국을 황사에서 구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사실 3월 3일 찾아온 황사는 기자가 예상하지 못한 강도의 황사였다. 물론 그렇다고 최악이라고 할 만큼 강한 황사는 아니었다.

이후 베이징에 강한 황사가 한 번 찾아왔지만, 올해 황사의 발생 빈도나 강도는 평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기상청에서는 예년보다 훨씬 심한 황사 운운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 최악의 황사가 올 것이라는 상황 근거는 별로 없어 보인다.

기상청은 2월 22일 올해는 황사가 자주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덕분에 황사 관련 업체들은 발 빠른 행보를 시작하고, 마케팅에도 들어간다는 기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예보를 보면서 황사를 추적해온 기자는 기상청이 참 용감하거나 혹은 무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황사 예보에는 특징이 있다. 우선 황사의 발생 빈도가 낮거나 강도가 약할 것이라는 예측기사는 2월부터 실질적으로 가능하다. 반면에 황사가 많을 것이라는 책임성 있는 예측은 아무리 빨라도 3월 초는 넘어야 가능하다.

황사가 적을 것이라는 예측은 황사 근원지들의 상황이 겨울 내내 나쁘지 않고, 2월초까지도 눈에 덮여 있으며, 저온현상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후에 아무리 환경이 나빠져도 황사가 극도로 강하게 일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는 황사 발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황사 근원지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네이멍구 등지에 분포돼 있다. 이 지역은 눈이 녹는 속도가 느리고, 눈이 다 녹았다고 하더라도 땅에 습기가 많아서 황사의 발생요소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따라서 황사 근원지 상황이 2월 중순까지 좋다면 황사가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보는 가능하다.

거기에다 지난 몇 년간 동향을 봤을 때 황사 근원지에서 2월말에 눈이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월 24일부터 황사 근원지인 네이멍구 지역에 폭설까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눈이 내렸다. 이 눈은 황사를 막아주는 데 아주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황사 발생지 각각의 비중.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황사 발생지 각각의 비중.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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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예측 시기를 모르는 것 아닌가

그 동안 기자가 황사가 많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예측 기사를 쓴 때는 모두 3월을 넘어선 시기였다. 황사가 실제로 많았고, 기자도 많다는 예측을 한 2006년엔 3월 14일에 첫 예측기사('황사' 3년 침묵 깨고 다시 분다)를 내보냈고, 평년 수준의 황사가 찾아온 2004년에도 3월 11일에야 첫 기사(불청객 '모래바람', 2년 만에 돌아왔다)를 내보낼 수 있었다.

반면에 황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 기사는 2월 중순부터 할 수 있었다. 황사가 거의 없었던 2003년에는 2월 10일에 기사('황사, 올해는 안전할까... 난동(暖冬) 현상 덜하고, 강수량 풍부해 약간 안심')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3월 21일에는 현지 답사를 통해 기사('올 황사 횟수 줄고, 강도도 약하다... [중국 현지르포] 강수량 증가로 황사 근원지 대부분 토양 고착')를 출고했다. 역시 황사가 그리 심하지 않았던 2005년에도 2월 17일에 관련 기사('올 황사 크게 약화할 듯... 중 근원지 눈 내리고 기온 낮아')를 내보냈다.

대황사가 찾아온다는 기사가 난무하던 지난해에는 황사 근원지에 눈이 남아 있었던 3월 5일에야 안심하고 기사('사막에 내린 폭설, 황사를 삼키다... [해외리포트] 바람 세기도 약해, 올 황사 심하지 않을 듯')를 내보냈다.

황사의 강약에 따라 기사 출고시점이 다른 것은 2월말에 황사 근원지에 눈이나 비 등 예상 밖으로 많은 강수가 찾아오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3년과 2007년에는 2월말에 황사 근원지에 적지 않은 눈이 내려 황사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 지역에서도 3월 초중순을 넘어서면 강수 확률은 현저히 낮아지고 강수량도 많지 않아 황사 발생 가능성은 높다.

그렇기 때문에 3월의 그 시점까지 황사 근원지의 상태가 나쁘고 2월 말에도 눈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황사가 심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중국 고온이 강한 황사로 이어진다? 성급한 예측

다행히 올해는 황사 근원지에 계속해서 눈이 내렸고, 저온 현상도 지속돼 기자는 2월 13일에 기사("중국 대재앙 '폭설', 한국을 황사에서 구할까")를 출고해 우려할 수준의 강한 황사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설사 2월 말에 큰 눈이나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2002년이나 2006년급의 대형 황사는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월 22일 기상청에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중국 네이멍구를 비롯해 황사 발원지의 기온이 평년 수준을 웃돌아 중국 현지에서 예년보다 황사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며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황사의 발생일수도 올해의 경우 3~5월 사이의 예년 평균값(5.1일)을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는 기사가 나왔다.

물론 이 예보에도 황사 근원지의 눈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자의 기사와 대략적인 궤도는 같다. 그런데 황사가 강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근거에는 올 3월에서 5월까지 기온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포함돼 있다. 기상청 나름대로 장기예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겠지만, 이 시기에 중국 황사 근원지의 기온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2월 25일 이후 황사 근원지의 중심 도시에서는 최고 기온 영하 9도(쿠푸치 사막 동쪽 바오토우)에서 최저기온 영하 19도(훈찬타커 사막 북부 도시) 사이의 저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또 3월에서 5월까지 기온이 급속히 상승할 경우 눈이 녹음과 동시에 습윤한 땅에서 풀씨들이 움을 틔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풀씨들은 황사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급격한 기온 상승이 황사 방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음에도, 기온 상승 예측만을 근거로 올해 황사가 심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무리해 보인다. 또 세계 기상 당국에서는 올해 유난히 심한 라니냐 현상으로 전반적인 저온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중국의 고온으로 황사가 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보내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감이 있다.

반면 올해 자국 중남부의 폭설 예보에 실패한 중국 기상대는 황사 예보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다. 지금까지 황사 근원지의 상황은 좋지만 봄에 강풍이 불어 평년 수준의 황사가 예상된다고 밝혔으며,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황이 좋아서 황사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기상청의 이번 예측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 황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쿠푸치 사막.
 한국 황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쿠푸치 사막.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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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충분해 대형 황사 가능성 줄어

그럼 4월에 황사는 어떻게 될까. 우선 그다지 강한 황사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3월 19일 네이멍구 기상대는 올해도 그다지 황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네이멍구 기상대는 적설량이 많아서 황사의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내다봤다.

물론 훈찬타커 사막의 북부인 후룬베이얼 지역과 따싱안링 산맥을 제외한 지역은 눈이 녹아서 이미 황사 시즌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네이멍구 중부 지방엔 아직 습기가 남아 있어서 황사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네이멍구 기상대의 전망이다. 동부 지역의 경우 강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황사 근원지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막화 정도도 심하지 않고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낮은 편이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황사 근원지인 네이멍구 지역은 4월 1일 하루 기온이 -5~3℃ 정도로 서서히 봄이 찾아오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기록을 봤을 때, 이 지역에서 3월에 대형 황사가 없던 해에는 4월에도 큰 황사가 없었다. 황사 근원지의 상황이 좋을 경우 그 영향이 4월까지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색깔에 따라 강수량을 다르게 표시한 자료. 아래에 있는 3월 2일~4월 1일 사이 중국 각 지역별 강수량 그래픽을 읽는 기준이다.
 색깔에 따라 강수량을 다르게 표시한 자료. 아래에 있는 3월 2일~4월 1일 사이 중국 각 지역별 강수량 그래픽을 읽는 기준이다.

또 중국기상청이 내놓은 한 달(3월 2일~4월 1일) 강수량 측정도를 보면 황사 근원지에 적게나마 비가 내렸다. 이 비는 풀의 성장을 돕고 땅의 습도를 유지해줘 황사를 예방하는 데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또한 황사 근원지에 이미 수차례 강한 바람이 불어 먼지가 쓸려갔기 때문에, 어지간히 강한 바람이 아닌 한 큰 황사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아울러 땅에 습기가 있는 상태에서 4월 초중순을 넘기면 풀들이 싹을 틔우기 때문에 황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줄어든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봤을 때 올 4월에 초대형 황사가 오리라는 기상청의 예보는 지나친 감이 있다.

실제로 대형 황사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 해는 2002년과 2006년 정도로 이때는 2월말이나 3월초에 황사가 닥치기 시작해 일주일 간격으로 계속돼, 4월 중순에는 끝내 황사에 대한 공포감마저 일으켰다.

올해 3월 2일~4월 1일 사이 중국 각 지역별 강수량. 황사 발원지인 네이멍구 지역도 적게나마 전반적으로 강수량을 기록했다.
 올해 3월 2일~4월 1일 사이 중국 각 지역별 강수량. 황사 발원지인 네이멍구 지역도 적게나마 전반적으로 강수량을 기록했다.
ⓒ 중국 기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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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황사, #기상청, #네이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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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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