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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멍구 성도 후허하오터에 9일 강습한 황사의 모습.
ⓒ 조창완
한국에 황사가 착륙하기 하루 전인 3월 9일, 필자는 중국 네이멍구의 중심도시 후허하오터(呼和浩特)에 있었다. 황사진원지를 찾아 길을 나선 지 이틀째이자 취재를 마치고 베이징으로 돌아가려던 그날, 나는 예상치 못했던 황사 한가운데에 놓이게 됐다.

8일 저녁부터 후허하오터에 뿌연 회색 먼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오자 황사는 더욱 심해졌다. 다음날인 9일에는 시내 가시거리가 150~200m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강한 황사(强沙塵暴)라고 한다. 공항 이착륙도 멈췄다. 14시 이후부터 항공기 착륙이 불가능해지더니 밤 10시가 되자 모든 항공기 일정이 취소됐다.

나는 급히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나마 황사로 어두운 밤길을 달릴 수 있는 것은 기차가 유일했기 때문. 아침에 눈을 뜨니 기차는 막 옌산(燕山) 산맥을 통과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후허하오터보다 못하지만 역시 자욱한 황사 기운이 가득했다.

예상대로 10일, 우리나라도 황사의 영향권에 들었다. 8일 깐수성 동부에서부터 발생해 9일 후허하오터를 경유, 10일 베이징을 거쳐서 한국에 상륙한 것. 5~6급의 비교적 약한 황사였지만 지금 상태로라면 언제든지 강한 황사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 황사는 왜 오는 것일까.

3월 7일, 베이징에서 닝샤성의 중심지 인촨(銀川)으로 향했다. 인촨을 시작으로 텅그리 사막, 마오우쑤 사막, 후허하오터 등 한국 황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황사 근원지들을 살펴봤다.

황사, 3년간의 침묵 깨다

▲ 옌산산맥을 넘어온 황사로 인해 힘을 잃은 해의 모습.
ⓒ 조창완
황사발생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황사 근원지의 상태다. 3월부터 기승을 부리는 시베리아 기단은 필수적으로 강풍을 동반한다. 이 강풍은 그대로 동진해, 베이징, 텐지 등 중국 북부를 거친 후 한국으로 향한다.

우리나라에 황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2002년 3월 20일 몰아닥친 대황사 이후부터다. 황사는 황사근원지인 사막과 황토고원의 건조가 지속되는 상태에서 강풍이 몰아치면 발생한다. 2002년 3월 대황사 이후 몇 차례 불었던 거대한 황사도 당시 황사근원지에 비나 눈이 내리지 않고 기온이 높은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다가 발생했다. 이 상태에서 시베리아 기단이 힘을 받는 3월 말이 되자 큰 황사가 닥친 것.

▲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주는 마오우쑤 사막의 북부 모습
ⓒ 조창완
깐수성과 네이멍구 동부에 걸쳐있는 텅그리(騰格里) 사막은 우리나라 황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곳이다. 또 네이멍구 남부의 마오우쑤(毛烏素) 사막과 쿠푸치(庫布齊) 사막도 영향권 내에 있다.

그런데 지금 이곳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말만 해도 눈이 많이 오고, 날씨도 추워서 괜찮았는데 1월 넘어 날씨가 포근해지고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특히 3월에 접어들자 18도까지 올라가는 이상고온이 시작됐다.

이번 황사를 부른 시베리아 기단으로 인해 기온은 떨어졌지만 큰 비나 눈이 오지 않는다면 3년간 소강상태를 보인 황사가 재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월 말까지 8~9급까지의 바람도 예보되고 있는데, 바람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극심한 황사를 피할 수 없다.

5월 초중순까지 큰 황사 없이 지나간다면, 상대적으로 안정권에 들어설 수 있다. 5월이면 황사근원지에 풀들이 자라면서 황사의 발생 자체를 억제하기 때문. 특히 지난 3년간 강세를 보인 라니냐 현상이 올해도 지속돼 바람대가 한반도까지 동진하는 것을 막는다면 황사의 발생빈도나 강도가 훨씬 약해진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비행기에서 본 황사근원지

▲ 텅그리 사막의 동쪽 끝인 아라찬줘치의 사막화 모습
ⓒ 조창완
베이징에서 인촨(銀川)을 향해 동진한 항공기는 마오우쑤(毛烏素) 사막을 지난다. 7일 아침 이륙할 때 하늘은 무척이나 맑았다. 조금만 지나면 바로 옌산산맥을 통과한다. 이 산맥으로 인해 황사의 위력이 반감하고, 사막화의 진전도 더뎌질 수 있다. 과거 북방 민족의 거친 힘을 막았던 산맥이 이제는 황사와 사막화를 막아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 산맥의 위에는 더러 눈이 쌓여 있다. 하지만, 양도 많지 않을 뿐더러 머잖아 녹아버린다. 산맥을 지나면 황토고원이 나타난다. 황토고원은 네이멍구, 산시, 샨시(陝西), 닝샤(寧夏)성이 만나는 거대한 고원이다. 말 그대로 완벽한 황토다.

하늘에서 보는 황토고원은 완벽한 붉은빛이다. 어느 곳에서도 눈은 찾아볼 수 없다. 유일하게 만나는 다른 모습이 있다면 그 고원을 가로지르는 황허(黃河)강이다. 황허강은 지난겨울 내린 눈과 비로 인해 수량이 상당히 불어난 상태다.

다음에 보이는 곳은 어얼뚜어스(鄂爾多斯)인데 회색빛 대지다. 이곳은 마오우쑤 사막과 쿠푸치 사막의 중간에 있는 초원지대다. 초원인지 사막인지 혼란스러운 곳이지만 그것은 이 곳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사막화 방지대책이 시행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두 사막이 연결돼 베이징을 함락시키는 것도 시간문제다. 다행히 수년 동안 중국 정부는 비행기로 풀씨를 뿌리고, 관계시설을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여 사막화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 물론 속도를 늦추었을 뿐, 사막이 늘어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 지난 7일 하늘에서 본 황토고원의 시작점. 옌산산록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다. 비행기 안에서 촬영했다.
ⓒ 조창완
인촨에 도착하기 20여 분 전, 마오우쑤 사막이 펼쳐졌다. 사막의 중간에 몇몇 집을 볼 수 있는데, 사막화의 진전 때문에 지금은 길마저 끊겼다.

베이징에서 인촨까지의 2시간여 비행 동안 만난 것은 황토와 사막뿐이었다. 물론 초원도 있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고 우리가 상상하는 일반적인 풀 많은 초원이 아니라 사막화 방지를 위해 가뭄에 강한 다년생 풀들을 심어놓은 것뿐이다. 바람이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니 황사 근원지를 막는 게 인간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네이멍구 기상국 류징타오(劉景濤) 최고연구원(62)의 말이 생각나지만 이 땅을 생각하면 막막하기 그지없다.

사막화를 막아야 한다

▲ 마오우쑤 사막과 쿠푸치 사막의 중간인 캉진치. 멀리 보이는 쪽이 쿠푸치 사막의 북부다
ⓒ 조창완
인촨에 도착하자마자 닝샤 기상국의 정광펀(鄭廣芬) 예보관을 만났다. 다행히 그는 올해 황사가 평년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년 수준은 보통 가시거리 1km 이하의 황사가 5~6회 정도 오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03년 이후 3~5회 정도로 황사 발생 빈도가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지난 3년 실적을 약간 웃돌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톈진 기상국의 생각은 달랐다. 톈진 기상국은 올해 황사가 빈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누구의 말이 정답일까. 직접 돌아보자.

텅그리 사막의 동쪽인 아라산줘취(阿拉善左旗)로 향했다. 인촨에서 3시간 거리인 이곳은 텅그리 사막의 동쪽 끝 지역 가운데 하나다. 사막의 시작점으로 향하면서 살펴보니 초원과 사막의 상태가 상당히 건조하다. 지난겨울에 눈이 내린 후 별다른 눈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손으로 모래 바닥을 파보니 30㎝쯤 파야 약간의 물기가 느껴졌다. 텅그리 사막의 남쪽 벽인 허란산(賀蘭山)의 사면에도 약간의 눈이 있을 뿐 거의 녹은 상태여서 방어벽의 기능도 상당히 떨어졌다.

다행히 이 지역은 지난 10일을 전후해 눈이 내린 지역이 많다. 실크로드 길인 허시주랑(河西走廊)의 주요도시인 진창(金昌), 장예(張掖) 등은 10일 전후로 약간의 눈이 내렸다. 큰 도움은 아니지만 2002년 첫 황사에 영향을 주었던 지역을 덮어주는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날인 8일에는 마오우쑤 사막의 북부에 있는 우란전(烏蘭鎭)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황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곳이다. 비행기에서 봤을 때 황막한 황토와 사막만 가득했던, 그리고 중국정부의 사막화 방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던 지역이다.

▲ 2004년 톈진을 지나는 황사 모습.
ⓒ 조창완
이 지역도 지난 12월 전후로 눈이 내리고 이후로는 거의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토양 상태도 매우 건조했다.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고, 강풍이 계속된다면 톈진기상국의 예보대로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9일 발생한 황사의 발생지가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그 위험성이 더 높다.

마오우쑤 사막과 쿠푸치 사막의 중간에 있는 캉진(杭錦)이나, 샹사완(响沙灣) 사막도 건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샹사완 사막은 10일 네이멍구 황사의 발생지 가운데 하나다. 11일부터 한국에 영향을 준 황사도 상당 부분 이곳에서 흘러간 것이다. 바오토우(包頭)나 후허하오터 지역도 건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3년 황사 감소는 우연

▲ 지난 9일 후허하오터 황사 모습.
ⓒ 조창완
그런데 왜 2003년~2005년까지는 황사가 소강상태를 보였을까.

2002년 대황사 이후 2003년은 상대적으로 추운 겨울이었다. 특히 황사근원지에 큰 눈이 내려 황사가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었다. 2004년 3월에도 황사가 시작되긴 했으나 역시 현지 상황이 그다지 건조하지 않아 큰 황사는 오지 않았다. 2005년에는 근원지에서 낮은 기온이 계속되면서 겨울이 지속됐다. 때문에 첫 황사도 4월 초에야 나타났고 그 강도도 높지 않았다. 해동이 늦어지면서 눈이 녹자마자 풀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올해는 상태가 좋지 않다. 이번에 한국에 영향을 준 황사와 같이 대부분의 황사는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시베리아 기단과 함께 온다. 때문에 황사 이후에 한파가 오는데 꽃샘추위가 황사 이후에 나타나는 것도 이런 원인이다. 그러나 이번 황사가 네이멍구에 비해 한국에서 약하게 발생했던 것은 시베리아 기단을 막아줄 따뜻한 기단이 한국 등에 광범위하기 자리하고 있었던 점도 있다.

시베리아 기단은 10급 이상의 강풍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상태에서 강한 바람이 계속 불면 거대한 황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지의 관측이다. 다행히 지난 9일 전후 영상 18도까지 올라갔던 네이멍구 지역은 현재 2도에서 영하 15도 사이로 기온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총체적으로 봤을 때 올해 황사는 2002년 대황사에는 못 미치겠지만 전체적으로 평온했던 지난 3년간보다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황사를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중국 기상 당국과 좀더 유기적인 예보시스템을 작동해 제대로 된 예보를 하는 정도가 그나마의 대책일 것이다. 또 중국은 황사를 가시거리에 따라 푸천(浮塵 10km 이상의 먼지), 양사(揚沙 가시거리 1~10km), 사천바오(沙塵暴 가시거리 500m~1km), 지앙사천바오(强沙塵暴 기사거리 500m 이내)로 나눠 부른다. 우리나라도 막연히 황사로 통칭하기보다 강도에 맞춰 달리 부를 필요가 있다.

▲ 지난 9일 후허하오터 황사에 마스크를 한 시민의 모습
ⓒ 조창완

덧붙이는 글 | 위 글에 나오는 중국 지명은 현지발음대로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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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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