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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태동기인 3월이 갔다. 그간 3월 10일 일부에 영향을 준 이후 3차례 정도 비교적 농도 짙은 황사가 한반도를 지나갔다. 물론 최악의 황사는 아니었지만 큰 황사가 없었던 지난 3년간에 비해서는 한층 강해진 황사였다.

▲ 지난 3월 10일 네이멍구 후허하오터에 불던 황사 모습
ⓒ 조창완
지난해는 4월 7일에 약한 황사가, 20일경에 비교적 규모가 큰 황사가 한 번 왔을 뿐 거의 황사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사가 본 모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온 황사를 염려하기보다는 기상이변으로 생각보다 강한 황사가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이 시기에 불던 강한 바람이 본격화될 경우 황사철인 4월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한 황사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황사 근원지 상태 여전히 나빠

사실 지난 3월 황사에 가장 영향을 주는 황사 발생지들의 상황은 상당히 나빴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마오우쑤(毛烏素) 사막, 텅그리(騰格里) 사막, 쿠푸치(庫布齊) 사막은 물론이고 황토고원 등은 가뭄과 기온 상승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 최근 30일(3월 1일~30일) 중국 강수량 분포도. 노란 지역이 무강수 지역인데 왼쪽은 타클라마칸 등 신장과 시장, 가운데는 네이멍구 근원지, 오른쪽은 네이멍구 훈찬타커 사막이다.
ⓒ 중국기상대
중국국가기상국이 30일 내놓은 30일간 강수량 분포도(사진)를 살펴보면 해당 사막들에는 지난 한 달간 전혀 비가 오지 않았다. 네이멍구 성도 후허하오터의 남북으로 약간의 비가 내렸지만 10mm 이하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곳은 지난 3개월간 강수량이 거의 없어 상태가 계속해서 나빠졌다.

반면 28일 전후로 닝샤 인촨이나 네이멍구 바오토우, 후허하어터 지역은 20도까지 올라가는 등 급속히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럴 경우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지면 상태는 먼지 발생 가능성이 늘어난다.

중국도 깐수, 닝샤, 네이멍구 등 근원지는 물론이고 베이징, 톈진이나 랴오닝, 지린 등 동북3성과 샨시, 산시, 후베이, 산둥은 물론이고 황사의 영향권에 잘 들지 않았던 허난, 후베이 등지까지 황사가 확산했다. 황허 아래 지역인 정저우(鄭州)나 우한(武漢)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황사가 불어닥쳤다.

또 강수량이 없고, 건조한 날이 지속되면서 헝산(恒山)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에 산불이 나는 등 적지 않은 손해를 입기도 했다. 20일에는 도교 명산인 헝산에 산불이 나 21일까지 큰 피해를 냈다. 또 26일 오전 푸로우(怀柔), 28일 산시 줘추엔(左權)에도 큰 산불이 나 3명이 희생됐다. 특히 최근 산불은 베이징의 황사 방어막인 산시성 헝산 쪽에서 났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 30일간 최고 기온 상황도. 아래에서 두번째(청회색)가 15도에서 20도인데, 황사근원지는 보통 이 정도 온도까지 올라갔다.
ⓒ 중국기상대
다만 최악의 상태가 오지 않은 것은 올해 들어 바람의 강도가 현저하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멍구 등지의 바람 강도는 4~5급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이 지역에 가장 강한 바람이 부는 3월 15일에서 4월 15일까지는 보통 10급의 강풍이 부는 날이 7~8일이다. 그런데 올해는 10급에 육박하는 강풍이 부는 일이 거의 없었다.

후허하오터에 첫 황사가 있었던 3월 10일 즈음에도 바람은 6~7급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는 올해 기상대에서도 예측했던 부분으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시베리아 기단이 아래로 진출하지 못하면서 바람의 강도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가 추위를 동반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시베리아 기단의 강세에 따라 동풍이 불고, 황사가 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를 강습하는 게 일반적이다.

잔인한 4월, 큰 황사 올 수도

그럼 4월에도 비교적 온순한 수준의 황사가 불 것인가. 지금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이다. 황사 근원지는 보통 4월 말이 지나야 풀이 제대로 돋기 시작하고, 5월이 지나야 황사 근원지들을 덮을 정도로 풀이 자란다. 그전까지는 어떨까.

▲ 3월 29일 12시부터 4월 1일 12시까지 황사 발생 예측도. 가운데 붉은 지점은 텅그리 사막과 마오우쑤 사막 서부 지역이다.
ⓒ 중국기상대
이런 예측은 3월이 끝나는 시점에 중국기상대가 발표한 황사 예보를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 황사 예측도는 3월 29일 12시부터 4월 1일 12시까지 황사 발생을 예측한 것이다.

지도에서 붉게 표시된 가운데 지점은 닝샤의 성도 인촨(銀川)의 북부로, 네이멍구에 속하는 텅그리 사막과 아라산멍(阿拉善盟)이다. 이 지역은 아직까지 사막화를 잡지 못한 지역으로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는 황사의 근원지다. 그 외 지역은 네이멍구와 샨시성의 접경 등 황토고원지대다.

이런 예보가 나오는 것은 당분간 국지적인 수준의 강풍만이 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텅그리 사막이나 황토고원 등지는 5급 정도의 바람으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황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지적인 황사예보를 하는 30일 오전 8시 예보에서는 시베리아기단의 영향으로 신장이나 네이멍구 동북부 쪽은 약간의 눈이 내리겠지만 깐수 서부나 네이멍구 동부 쪽은 6~7급의 바람이 불어 황사가 일 것으로 예보했다. 따라서 이번 시베리아 기단의 남하가 강할 경우 4월 2일부터 한반도에도 황사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예보에 들어있지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 4월에 평년처럼 8급 이상의 바람이 분다면 최악의 황사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통 5, 6급에서 부는 황사와 8급 이상의 강풍에서 부는 황사는 근원적으로 다르고 현재 황사 근원지 상태는 최악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큰 황사가 아니더라도 황사근원지들에 풀이 돋고, 바람의 강도가 약해지기까지 앞으로 보름에서 한 달 정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그 사이에 크고 작은 황사들이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에 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상대는 30일 차가운 바람을 동반한 시베리아기단의 영향으로 중국 북방 대부분 지역에 강풍과 더불어 기온이 하강할 것으로 예보했다. 앞으로 10일간 부분적으로 황사가 일고, 비나 눈이 오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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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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