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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7시 30분에 칼같이 일을 시작하는 양털깎이들. 1마리 깎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2분이 안걸린다.
ⓒ 김하영
아! 드디어 양털을 깎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왔다! 양 농장 주인인 톰(60세 가명)에게 전날 들은 바로는 양털깎이 팀은 아침 7시 반에 일을 칼같이 시작한다.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라서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한데, 2시간 일을 하고 30분 쉬고 다시 2시간 일을 하고 점심을 1시간 동안 먹는다. 그 후, 다시 일과 휴식, 일을 반복하면 하루 일이 끝난다. 하루 8시간, 주 5일을 일한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그들의 첫 양털깎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마치 새해 첫 해돋이를 기다리는 벅찬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조금 늦게 일어난 탓에 첫 모습은 보지 못했다. 아침 8시쯤 내가 양털깎기 창고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큰 라디오 소리와 함께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를 본 톰은 나란히 서서 일을 하고 있는 양털깎이들의 옆 구석으로 데려갔다. 덕분에 양털깎이들의 코앞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양털깎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 배테랑 양털깎이인 니노(57세)가 양을 뒤에서 껴안듯이 끌고 나오고 있다.
ⓒ 김하영

▲ 양털깎이는 허리를 보호해주는 장치를 자신의 배에 걸고 양을 뒤에서 껴안듯이 잡는다. 그 다음에 전기 컷터를 들고 양의 앞가슴-배-앞다리-뒷다리-등 순서대로 깎는다.
ⓒ 김하영

▲ 양모가 조각조각 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므로 하나가 되게 깎아야 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양 스스로 옷을 벗은 것처럼 보인다.
ⓒ 김하영

▲ '자 이제 여기만 마저 깎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어'
ⓒ 김하영
너무도 얌전히 "벗으라면 벗겠어요"

울타리 안에 있는 양들은 무척이나 겁을 먹은 상태였다. 심장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를 뚫고 내가 들을 수 있었다. 또 그들의 가슴은 얼마나 벌렁벌렁거렸던가.

양털깎이가 창고에 연결된 울타리로 들어가 양을 뒤에서 껴안듯이 앞발을 잡고 끌고 나온다. 이때 양이 크게 저항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모든 삶을 포기한 듯 그저 그에게 몸을 맡기고 얌전히 굴었다.

양을 꺼내온 양털깎이는 몸의 무게를 실어서 허리를 보호해주는 장치를 자신의 배에 걸고 양을 뒤에서 껴안듯이 잡는다. 그 다음에 전기 컷터를 들고 양의 '앞가슴-배-앞다리-뒷다리-등' 순서대로 깎는다. 이때 양모가 조각조각이 나서는 상품가치가 떨어지므로 통째로 깎는 데 그 모양이 마치 양 스스로 옷을 벗은 것처럼 보였다.

초보 양털깎이에게 걸리면 상처 많이 입기도

그리고 아주 놀라운 사실은 양털깎이들이 양 한 마리를 깎는 데에 채 2분이 안 걸린다는 것이다. 특히나 내 바로 앞에서 양을 깎던 니노(57세)는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어찌나 능숙하게 일을 하던지 마치 양하고 한 몸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양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도 1분 40초 만에 일을 끝냈다.

하지만 다 그와 같은 것은 아니고, 그 네 명의 양털깎이 중에 가장 어린 미키(31)는 경력 2년차로 아직 일을 배우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양을 깎는 속도도 3분이 넘고 양에게 상처도 많이 내는 편이다. 양 입장에서 양털깎이를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억울해도 그저 상처없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한편, 보통 경력 5년은 되어야 프로 양털깎이라고 불릴 수 있다.

▲ 창고 안에 있던 각 구멍 밖에는 다른 울타리가 있다. 그래야지 나중에 어떤 양털깎이가 몇 마리를 깎았는지 셀 수 있다.
ⓒ 김하영

▲ 경력 2년차인 초보 양털깎이 미키(31)가 깎은 양들은 상처가 많이 났다.
ⓒ 김하영
뚱뚱한 줄로만 알았던 양이 사실은 말라깽이!

가진 모~오든 것을 줘버린 양은 너무도 불쌍해 보였다. 1년 동안 자란 양모의 길이는 12~15cm 정도 됐는데 그걸 모두 깎아내니 비쩍 마른 몸만 남았다. 뚱뚱한 줄로만 알았던 양이 사실은 살 하나 없는 말라깽이였다니! 심지어 이마에 조금 났던 털마저 깎인 양은 이제 추워서 어떻게 사나. 털이 다 깎인 양은 밖으로 나있는 조그만 문으로 빨려나가듯 탈출했다.

그 밖에는 다시 울타리가 있는데, 사진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각 구멍별로 다른 울타리가 있다. 그래야지 나중에 어떤 양털깎이가 몇 마리를 깎았는지 셀 수 있다. 그리고 털이 깎인 양들만 봐도 해당 양털깎이의 경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하영 기자는 2005년 9월 22부터 2006년 7월 1일까지(총 9개월 반) 호주에서 생활하였습니다. 그중 8개월 동안 우프(WWOOF;Willing Worker On Oganic Farm)를 경험하였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호주 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우프 호스트들의 이름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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