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양 농장 끝에서 끝까지가 50km

호주의 대표 산업 중 하나인 양모 산업. 호주에는 대규모의 양 농장(현지에서는 이런 가축 농장을 흔히 스테이션이라고 부른다.)이 정말 많이 있다. 내가 3주 동안 우프 경험을 했던 ‘파인 포인트 스테이션(Pine Point Station)’은 총 면적 16만 에이커(호주에서 사용하는 단위로 2.5에이커가 1헥타르이다.)에 7천 마리의 양을 소유하고 있다. 스테이션 끝에서 끝까지가 50km로 차로 달렸을 경우 50분이 더 걸린다. 우리에게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규모가 개인 소유지라고 믿기는 어려우나 현지의 다른 스테이션과 비교했을 때 이는 작은 규모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가뭄이 너무 심하면 일정수의 양들을 죽이기도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주 브로큰 힐(Broken Hill) 바로 밑. 거의 수평에 가까울 정도로 평평하고 넓은 땅위에서, 양들은 대체로 평화롭게 지낸다. 하지만, 가뭄이 극심한 지역이라 들판에 충분한 풀이 자라지 못한다. 그나마 여름에는 어느 정도의 풀이 자라나고 그 안에 있는 수분이 양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겨울에는 아주 극소수의 풀만 자라나기 때문에 겨울에 좀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양 뿐만이 아니라 캥거루, 에뮤, 여우, 토끼 등 아주 많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가뭄이 정말 심할 때에는 양들이 더 많은 풀을 먹을 수 있도록 그들을 총으로 쏴 죽이기도 한다고 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일정수의 양들을 죽이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양들이 굶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주 브로큰 힐(Broken Hill) 바로 밑에 위치 한 양 스테이션. 항상 가뭄이라 메마른 땅에는 많은 풀이 자라지 못한다.
ⓒ 김하영
여러 개의 큰 댐으로 양들에게 물 공급!

양에게 풀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물이다. 그래서 농장에는 댐이 6,7개있다. 모두 양을 위한 것으로 댐에 수로가 연결되어있고 그 수로의 끝에는 양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이 되어있다. 농장 소유주, 톰(가명 60세)은 수시로 이 댐을 확인해야하는데, 여름에는 1주일에 한번, 겨울에는 2,3일에 한번 꼴이다.

내가 양 농장에 있던 때가 막 겨울이 되던 시기여서 톰은 자주 댐을 확인하러 갔는데 나도 따라 갈 수 있었다. 톰이 댐을 확인하러 가는데 원하면 따라가도 된다는 말에 차마 댐이 여러 개 일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30분정도면 되겠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 조수석에 탔다. 웬걸 총 1시간 반이 더 걸렸다. 그것도 댐 3개만 확인한 거였는데 말이다. 나중에 양 농장의 지도를 보고 안 사실인데 모든 댐이 그 큰 소유지 안에 고루 퍼져있다.

그리고 그 큰 소유지를 여러 개로 분할해서 일정 수의 양들을 한 분할에 넣기 때문에 댐까지 가는 길에 많은 울타리와 그 울타리를 통과할 수 있는 많은 문을 거쳐야 했다. 이 어마어마한 거리에 놀라서, 톰에게 여기서 길을 잃어 본적이 있냐고 물었는데 자신의 집에서 길을 잃는 경우도 있냐고 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저 멀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주 평평한 들판 위에서 아무런 표지판도 없는 그 길을 나 혼자 운전해야 했다면 아마 나는 지금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댐 옆에 설치 된 긴 물통에서는 정말로 수십 마리의 양들이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중 한마리가 멀리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는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하자 다른 양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 무리 안에는 아주 작은 새끼 양도 있었는데 영문도 모른 체 그저 엄마 양을 따라서 뛰어가고 있었다.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그들의 엉덩이는 아주 귀여웠다. 특히나 그 짧은 꼬리! 처음 보는 양이었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어찌나 겁이 많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그들인지 그저 뒷모습을 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 포동포동 살이 올라보이는 양들. 새끼양 바로 뒤에 있는 것이 엄마양이다.
ⓒ 김하영
톰은 일주일 후 양털 깎는 기간이 시작되면 모든 양들을 양털 깎는 창고 옆 큰 울타리 안에 몰아넣어야 하는데, 그게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며 나도 바빠질 거라고 했다. 나는 말로만 듣던 양치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즐거워서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고 행복해했는데, 톰은 양이 너무 멍청하다며 양이 너무 싫다고 했다. 나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도망가는 저 순하고 귀여운 양들이 왜 싫을까하고 WHY(왜)?하고 되물었으나 톰의 대답은 똑같았다.

정확히 일주일 후, 나는 너무도 뼈저리게 톰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양들은, 정말 멍청하다!

덧붙이는 글 | 김하영 기자는 2005년 9월 22부터 2006년 7월 1일까지(총 9개월 반) 호주에서 생활하였습니다. 그중 8개월 동안 우프(WWOOF;Willing Worker On Oganic Farm)를 경험하였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호주 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 첨부 된 사진의 저작권은 김하영 기자에게 있으며 기자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서 쓰일 수 없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우프 호스트들의 이름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