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은 노장배우가 됐지만 톰 크루즈는 갓 20대 중반에 접어들던 198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까지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흥행작을 배출해 온 배우다. 실제로 톰 크루즈의 배우인생에서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는 톰 크루즈가 만 60세가 되던 2022년에 개봉해 무려 14억9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던 <탑건:매버릭>이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물론 톰 크루즈의 커리어에 슬럼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톰 크루즈는 2006년 <미션 임파서블3> 이후 <로스트 라이언즈>와 <작전명 발키리>,<나잇&데이>,<락 오브 에이지>,<젝 리처>,<오블리비언>이 나란히 북미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하지 못했다. 물론 이 중에는 해외에서의 높은 흥행으로 북미에서의 부진을 만회한 영화도 있었지만 톰 크루즈의 높은 지명도를 고려하면 북미흥행 1억 달러 이하는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특히 2011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이후에는 세 편 연속으로 북미 흥행 1억 달러 돌파에 실패하면서 톰 크루즈의 티켓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2014년에 개봉한 이 영화를 통해 3년 만에 북미흥행 1억 달러를 넘는 작품을 만들며 건재를 보여줬다. 더그 라이먼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은 SF액션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였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국내에서도 469만 관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국내에서도 469만 관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전사부터 여왕까지 소화할 수 있는 배우

198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블런트는 학창시절 취미로 연극과 뮤지컬을 하다가 캐스팅 에이전트에게 발탁돼 2000년 연극 <로열 패밀리>에서 명배우 주디 덴치의 손녀딸을 연기하며 배우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TV영화와 드라마 등 매체 연기로 범위를 넓힌 블런트는 2004년 영화 <사랑이 찾아온 여름>에서 주연을 맡아 '이브닝 스탠다드 브리티시 필름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2006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 편집장의 수석비서 에밀리 역을 맡으며 인지도를 높인 블런트는 같은 해 TV영화 <가디온의 딸>을 통해 골든글로브 TV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블런트는 이를 계기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는데 2007년에만 호러 영화 <윈드 칠>, 로맨틱 코미디 <댄 인 러브>, 전쟁 드라마 <찰리 윌슨의 전쟁>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다.

2008년 <선샤인 클리닝>에서 에이미 아담스와 자매로 출연한 블런트는 2009년 <영 빅토리아>에서 빅토리아 여왕을 연기했고 2010년에는 <걸리버 여행기>와 <울프맨>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2011년 <컨트롤러>에서는 맷 데이먼의 연인인 무용수 엘리스를 연기하며 발레와 현대무용을 배웠고 브루스 윌리스,조셉 고든레빗과 호흡을 맞춘 2012년작 <루퍼>에서는 터프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블런트는 2014년 톰 크루즈와 함께 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여전사 리타 브라타스키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블런트는 리타 역을 소화하기 위해 40kg에 달하는 무거운 수트를 착용한 채로 각종 군사훈련을 받았고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관객들의 좋은 평가 속에 3억7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2015년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 출연한 블런트는 둘째를 출산한 후 <헌츠맨: 윈터스 워>에서 아이스 퀸을 연기했다.

2018년 남편 존 크래신스키가 연출한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출연한 블런트는 같은 해 54년 만에 개봉한 속편 <메리포핀스 리턴즈>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액션부터 코미디, 호러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우 블런트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휩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의 아내를 연기하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슈퍼스타' 톰 크루즈의 건재 확인한 SF액션
 
 1962년생 톰 크루즈(왼쪽)와 1983년생 에밀리 블런트는 실제로 21살이나 차이가 난다.

1962년생 톰 크루즈(왼쪽)와 1983년생 에밀리 블런트는 실제로 21살이나 차이가 난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일본의 사쿠라자카 히로시 작가가 쓴 라이트 노벨 < All You Need Is Kill >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라이트 노벨은 그림삽화가 들어간 작은 판형의 소설로 일본에서 시작돼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권에 유입됐다. 물론 < All You Need Is Kill >이라는 원제는 영어권 관객들에게는 어감이나 문법적으로 다소 어색하기 때문에 <엣지 오브 투모로우>로 제목을 바꿔서 개봉했다(일본에서는 원제 그대로 개봉).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재미포인트는 역시 주인공 케이지(톰 크루즈 분)가 외계인과 접촉한 후 같은 시간을 반복하게 되는 '타임루프'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1993년에 개봉했던 빌 머레이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사랑의 블랙홀>이 타임루프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영화였다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주인공이 타임루프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영화였다. 심지어 영화의 카피도 '삶, 죽음, 반복(live, die, repeat)'이다.

1억78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3억7050만 달러의 흥행성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469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특히 톰 크루즈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통해 여전히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배우로 인정 받았다. 미국의 영화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게 신선도 점수 91%와 관객점수 90%를 줬다.

냉정하게 보면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지만 평가가 상당히 좋았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속편에 대한 루머가 계속 이어졌다. 톰 크루즈 역시 <엣지 오브 투모로우> 속편 출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에서도 지난 2019년 속편제작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할리우드 배우 및 작가조합의 파업으로 한 동안 영화제작이 멈추면서 <엣지 오브 투모로우2>의 제작 및 개봉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주인공에게 거침없이 헤드샷 날리는 히로인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여전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에밀리 브런트는 현재 제작 중인 속편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여전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에밀리 브런트는 현재 제작 중인 속편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리타 브라타스키는 외계인들과의 전쟁에서 처음으로 승전보를 전했던 베르됭 전투의 주역이자 전쟁영웅이다(물론 이는 더 큰 전쟁으로 인간들을 끌어 들이기 위한 외계인의 계획이었다). 까칠하면서도 거침없는 성격의 리타는 훈련 중 케이지가 부상을 당하거나 작전수행 도중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망설임 없이 케이지의 머리에 총을 쏘는데 이 같은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관객들에게 뜻밖의 웃음을 선사했다.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친구로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2>,<트루 라이즈>,<타이타닉> 등에 출연했던 고 빌 팩스톤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파렐 상사를 연기했다. 극중에서 케이지가 워낙 많은 죽음을 반복하다 보니 파렐 상사 역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사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등병으로 강등된 후 J분대에 소속된 케이지는 분대원들과 훈련을 받고 작전에 투입돼 함께 외계인과 맞서 싸운다. J분대는 영화 중반 케이지가 리타를 찾아가면서 분량이 급격히 줄었다가 영화 후반 마지막 전투때 다시 등장한다. 특히 훈련 도중 사라지는 케이지 때문에 얼차려를 받고 케이지에게 안 좋은 감정이 쌓였던 스키너(조너스 암스트롱 분)는 마지막 전투에서 부상 당한 전우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엣지오브투모로우 더그라이만감독 에밀리블런트 톰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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