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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원 강릉시 홍제동에서 주민들이 폭설이 계속 쏟아지는 가운데 주차한 차를 빼내기 위해 삽질을 하고 있다.
▲ 폭설 속 멈출 수 없는 삽질 22일 강원 강릉시 홍제동에서 주민들이 폭설이 계속 쏟아지는 가운데 주차한 차를 빼내기 위해 삽질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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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보니 설국이었다. 당연히 여기저기서 눈 치우는 소리가 들린다. 제설작업의 1순위는 어디일까. 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 그 다음에 국도, 지방도, 골목길... 차가 많이 다니는 길부터 먼저 치우는 게 우리네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나라가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유치원 앞길부터 치운다. 그 다음 대규모 직장 출퇴근 보행로를 치우고 다음으로 학교 근처 자전거 도로를 치우고 그 다음으로 큰 자동차 도로를 치운다.

이 나라는 어디일까? 그리고 왜 이런 '역발상'을 했을까?

스웨덴의 소도시 칼스코가의 역발상

인구 3만 명이 조금 넘는 스웨덴의 작은 도시 칼스코가(Karlskoga). 당국은 2010년대 들어 눈 내린 뒤 도로 발생 사고를 분석해본 뒤 깜짝 놀랄 결과를 얻었다.

'눈이 내린 뒤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를 분석해보니 예상과 달리 자동차 사고보다 보행자와 오토바이 사고가 3배 높았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연합뉴스, 2017년 7월9일)


보행자와 오토바이 사고가 자동차 사고보다 3배 더 많았고,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왜 여성인지 당국이 여성들의 교통패턴을 분석해보니 이러했다.

- 여성들은 남성보다 도보·자전거·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 특히 출근 전 아이를 맡기는 유치원과 학교, 여성 직원이 많은 대규모 직장 주변에서 여성들의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률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눈이 오면 외곽도로 등 차가 많이 다니는 길부터 우선 제설작업을 하다보니 눈 길 미끄러짐에 의한 낙상 사고 피해자는 당연히 차를 덜 타고 다니는 여성들이 입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칼스코가'는 제설작업의 방향을 바꿨다. 이름하여 제설작업에 '성평등 관점'의 도입(참고로 스웨덴 정부는 2011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젠더 관점을 통해 모든 정책과 활동을 재평가하도록 요구하는 성평등 계획을 도입했다).

그렇게 자동차 도로가 아닌 보행자 구역 먼저 제설작업을 하는 것으로 바꾸었고, 구체적인 우선 순위는 아래와 같다.

'유치원→대규모 직장 출퇴근길→학교 근처 및 자전거도로→큰 자동차 도로 순'

이렇게 바꿨더니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어땠을까? 오히려 예산절감 효과를 얻었다. 당초 빙판길 보행자 미끄러짐 사고로 인한 의료 비용이나 생산성 손실액이 도로 유지 관리 비용의 약 2배였는데, 우선순위를 바꿔버리자 미끄러짐 사고가 줄어들었다. 실제로 우선순위를 바꾼 스톡홀름시도 약 200km에 달하는 공동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의 눈을 우선적으로 치우기 시작한 이후 빙판길 사고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웨덴 당국은 이런 말을 한다.

"더 이상 비용이 들지 않는다. 3인치 쌓인 눈 속에서 운전하는 게 그만큼 쌓인 눈 속에서 휠체어나 자전거를 밀어내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Mandarin, 2019년 5월21일)

당시에는 이게 '젠더관점' 행정사례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의미한 기후대응이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여성의 관점에서 편리하고 특히 '안전'한 대중교통 체계를 만들어간다면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탄소배출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랑스에서는 대중교통 사용자의 2/3가 여성이며, 미국 필라델피아와 시카고에서는 각각 64% 와 62%가 여성이다. 런던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주중에 약 8%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Mandarin, 2019년 5월21일)

출퇴근 뿐 아니라 아이들 등하교, 가사관리, 간병 등의 많은 부분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긴 거리를 걷는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정부의 연구에 따르면 승객, 특히 여성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승객이 10% 더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Mandarin, 2019년 5월21일)

제설작업의 우선순위, 안전한 대중교통 만들기... 이런 섬세한 정책들이 길 위의 탄소중립 여정에 있어 다시금 주목받아야 할 이유이다.


[참고자료]
- 김계연, '스웨덴은 제설작업도 성평등 관점에서 한다는데…' (연합뉴스, 2017년 7월9일)
- Nicole Badstuber, 'Mind the gender gap: the hidden data gap in transport' (Mandarine, 2019년 5월21일)

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4년 2월22일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매일 편성되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기후변화, #기후대응, #스웨덴제설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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