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이 업무 및 주거를 하는 관저 백악관은 미국의 심장이자 세계권력의 중심으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지난 1800년에 완공된 백악관은 여러 번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걸쳐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임 시절에야 오늘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백악관의 형태를 갖췄다. 물론 백악관은 2020년대 들어서도 과거의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보수와 리모델링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백악관은 뉴욕 리버티 섬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관광지로도 상당히 유명하다. 실제로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백악관을 찾는데 미국 대통령이 머무는 중요한 장소인 만큼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만 백악관에 출입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 집무실 등 대통령실의 내부는 일반인들에게는 철저하게 통제돼 있고 관광객들은 제한적으로 개방된 장소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고로 갈 수 없는 곳을 더욱 궁금해하는 법이다. 정상적인 루트로는 방문할 수 없는 백악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백악관이 등장하는 영화들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3년에는 <트레이닝 데이>와 <더 이퀄라이저> 시리즈로 유명한 앤트완 퓨콰 감독이 백악관이 테러리스트에게 점령 당하는 내용의 영화를 만들었다. 제라드 버틀러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액션 스릴러 <백악관 최후의 날>이다.
 
 <백악관 최후의 날>은 제작비 대비 쏠쏠한 흥행으로 이미 3편까지 개봉했다.

<백악관 최후의 날>은 제작비 대비 쏠쏠한 흥행으로 이미 3편까지 개봉했다. ⓒ 씨너스엔터테인먼트(주)

 
액션도 찍고 로맨스도 찍는 미 대통령들

2024년 2월 현재, 외계인이나 초능력을 가진 인간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시점에서 지구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인물은 초강대국 미국의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현재 지구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인물은 올해로 만 81세 할아버지가 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미 대통령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꽤나 자주 등장하는 편인데 미 대통령은 때로는 영웅처럼 그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로맨틱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외계인의 지구침공을 다룬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에서는 빌 풀만이 걸프전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미 대통령 토마스 J. 휘트모어를 연기했다. 걸프전 영웅으로 인기가 급상승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짧은 정치경력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던 휘트모어 대통령은 직접 전투기를 조종해 외계인들을 물리친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지지자였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성향이 드러난 설정이었다고 분석하는 영화팬들도 있었다.

미 대통령이 직접 적과 맞서 싸우는 액션영화는 1년이 지난 1997년에 또 나왔다. 바로 <인디아나 존스>와 <스타워즈>로 유명한 해리슨 포드가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특수부대요원 출신의 미 대통령 제임스 마셜을 연기했던 볼프강 페테르젠 감독의 <에어 포스 원>이었다. <에어 포스 원>은 해리슨 포드의 건재한 액션 연기와 함께 테러리스트 예고르 코르슈노프를 연기했던 게리 올드만의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에어 포스 원>의 해리슨 포드는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영화 속 가장 멋진 미국대통령' 설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 설문에서 2위에 오른 인물이 바로 <팁 임팩트>에서 모건 프리먼이 연기했던 톰 백이었다. 톰 백은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흑인 대통령으로 모건 프리먼은 자신의 임기 중에 닥친 전대미문의 재앙에 고뇌하는 미국 대통력 역을 잘 소화했고 <딥 임팩트>를 계기로 많은 영화에 흑인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렇다고 미 대통령이 언제나 악에 맞서 싸우고 천재지변에 고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1995년에 개봉한 <대통령의 연인>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연기했던 미 대통령 앤드류 쉐퍼트는 재선을 앞둔 바쁜 시기에 환경문제 전문 로비스트 시드니 웨이드(아네트 베닝 분)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대통령의 연인>은 '과연 대통령도 (싱글이라면)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

'리얼리티-개연성' 생각 말고 액션을 즐기자
 
 '폭발장면의 장인' 퓨콰 감독은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도 백악관의 절반을 날려 버렸다.

'폭발장면의 장인' 퓨콰 감독은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도 백악관의 절반을 날려 버렸다. ⓒ 씨너스엔터테인먼트(주)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백악관 최후의 날>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나올 확률은 매우 낮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백악관의 경비가 테러리스트들의 총알세례에 허무하게 뚫려 버린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특히 <아저씨>의 만석(김희원 분) 차에도 설치돼 있는 방탄유리가 백악관 정문에 없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액션 영화에서 리얼리티와 개연성, 오류 등을 하나씩 따지면서 영화를 감상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관객들이다. <백악관 최후의 날>은 앤트완 퓨콰 감독이 <트레이닝 데이> 이후 두 번째 대표작으로 꼽히는 <더 이퀄라이저>를 찍기 전에 만들었던 호쾌한 액션 스릴러 영화다. 실제로 <백악관 최후의 날>은 7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1억 7000만 달러의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 300 >에서 보여준 인상 때문에 터프한 근육질 남성의 이미지가 강한 제라드 버틀러는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도 단신으로 테러리스트에게 점령 당한 백악관에 진입하는 전 대통령 경호요원 마이크 배닝을 연기했다. 배닝은 이렇다 할 계획이나 대책도 없이 백악관에 들어가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며 대통령(아론 에크하트 분)과 그의 아들 커너(파인리 제이콥슨 분)를 구해낸다. 마치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이 떠오르는 일당백의 활약이었다.

북미시간을 기준으로 <백악관 최후의 날>이 개봉한 지 세 달이 지난 2013년 6월에는 역시 백악관이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격 당한다는 소재의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개봉했다(1996년 백악관을 반으로 쪼갠 경험이 있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재미와 완성도에서 <백악관 최후의 날>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2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지만 제작비가 1억 5000만 달러에 달한 '가성비'가 좋지 않은 영화였다.

제작비 대비 괜찮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백악관 최후의 날>은 2016년 감독이 바박 나자피로 교체되고 런던으로 배경을 옮긴 <런던 해즈 플론>을 선보였다. 제작비를 6000만 달러로 줄인 <런던 해즈 플론>은 세계흥행 2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남겼다. 2019년에는 배닝이 대통령 암살사건의 누명을 쓰게 되는 <엔젤 해즈 플론>이 개봉했고 2025년에는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인 <나이트 해즈 플론>이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된 하비 덴트 검사
 
 <다크 나이트>의 투페이스로 유명한 아론 에크하트는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미 대통령 벤저민 애셔를 연기했다.

<다크 나이트>의 투페이스로 유명한 아론 에크하트는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미 대통령 벤저민 애셔를 연기했다. ⓒ 씨너스엔터테인먼트(주)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크 나이트>의 '투페이스' 하비 덴트 역으로 유명한 배우 아론 에크하트는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미국 대통령을 연기했다. 하지만 에크하트가 연기한 미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의 습격을 받자마자 허무하게 잡힌 후 인질이 돼 영화 내내 주로 묶여 있다가 배닝에 의해 구출되는 역할이다. 2편 <런던 해즈 롤른>까지 출연했던 에크하트는 3편 <엔젤 해즈 폴른>에는 출연하지 않고 시리즈에서 하차했다. 

에크하트가 2편을 끝으로 하차한 것과 달리 미 하원의장 앨런 트럼불 역의 모건 프리먼은 시리즈에 한 편도 빠짐 없이 개근했다. 특히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모두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를 당하자 의전서열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한다. 트럼불 권한대행은 노련한 정치인답게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국민들을 안심시켰고 현장에 있는 배닝과 잘 소통하면서 대통령 구출작전을 진두지휘했다.

<분노의 질주> <닌자 어쌔신> 등에 출연했던 재미교포 배우 릭 윤은 대한민국 국무총리의 경호팀장으로 위장해 백악관에 잠입한 북한 출신 테러리스트 우두머리 강연삭을 연기했다. 강연삭은 '북한주민들이 겪고 있는 굶주림을 미국인들도 겪어야 한다'는 논리로 격납고의 핵무기를 모두 폭파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테러를 단행했다. 이방인 출신의 빌런인 만큼 영화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사용하는데 상대적으로 한국어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백악관최후의날 앤트완퓨콰감독 제라드버틀러 모건프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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