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에 촬영해 9월과 10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두뇌 서바이벌 버라이어티 <데블스 플랜>은 <더 지니어스>와 <대탈출> 등을 연출했던 정종연 PD가 김태호 PD가 이끄는 'TEO'로 자리를 옮긴 후 처음 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배우와 가수, 방송인, 전직 프로게이머, 유튜버, 일반인 등 각개각층의 참가자 12명이 6박 7일간 합숙 서바이벌을 벌인 끝에 배우 하석진이 최종 우승자로 선정되며 2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상금을 챙겼다.

<데블스 플랜>에서는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승리를 위한 배신이나 거짓말 등 어떤 계획이나 전략도 허용됐다. 이 때문에 때로는 정의롭지 못한 선택을 하는 플레이어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 물론 여행 유튜버 곽튜브처럼 프로그램의 재미와 변수를 위해 악역을 자처한 일부 출연자가 그들의 캐릭터를 잘 모르는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원색적인 비난을 받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데블스 플랜>처럼 어려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유는 아무리 독하고 배신이 난무해도 '폭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폭력이 허용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대부분은 제작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추첨을 통해 선발된 24명이 서로를 죽여 최후까지 살아남는 한 명의 우승자를 선정하는 영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에서는 참가자들이 출전여부를 선택할 권리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소설 원작의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7억 달러에 육박하는 흥행으로 시리즈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소설 원작의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7억 달러에 육박하는 흥행으로 시리즈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3부작으로 부족해 4편까지 만들어진 영화들

영화에서는 하나의 이야기를 3편에 걸쳐 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과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3부작을 만들어도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거나 다른 시점 또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4편까지 이야기가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 '4부작' 또는 '쿼드릴로지'라고 부른다.

관객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4부작 영화는 역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인피니티 사가의 <어벤저스> 4부작이다. <어벤저스> 4부작은 인피니티 사가를 대표하는 빌런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의 등장과 최후까지를 다룬 이야기로 4편 합쳐 77억 76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이는 <반지의 제왕> 3부작(29억 8700만 달러)의 2배가 넘고 인피니티 사가 전체 흥행성적(225억 7400만 달러)의 1/3에 달한다.

2006년 <엑스맨> 오리지널 트릴로지를 마친 20세기 폭스에서는 2010년대 들어 프로페서X(패트릭 스튜어트 분)와 매그니토(이안 맥켈런 분)의 젊은 시절을 다룬 <엑스맨> 비기닝 시리즈를 선보였다. <엑스맨> 비기닝 시리즈는 <퍼스트 클래스>를 시작으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아포칼립스> <다크 피닉스>까지 4편에 걸쳐 제작됐다. 하지만 <다크 피닉스>가 흥행과 비평에서 처참한 실적을 얻으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범죄 스릴러 소설가 토마스 해리스가 1981년부터 2006년까지 출간한 4편의 소설을 영화화한 <한니발 렉터> 시리즈 역시 범죄 스릴러를 대표하는 4부작 영화다. 다만 <레드 드래곤> <양들의 침묵>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 순서로 출간된 소설과 달리 영화버전은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레드 드래곤> <한니발 라이징>의 순서로 제작·개봉됐다. 특히 1991년에 개봉한 <양들의 침묵>은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명성을 널리 알린 영화 <죠스> 시리즈 역시 엄청난 인기와 화제 속에 4편까지 제작됐다. 하지만 <죠스1>의 대성공 이후 자신이 '상어영화감독'으로 이미지가 굳어질 것을 우려했던 스필버그 감독은 속편 참여를 고사했고 2편부터 4편까지는 모두 다른 감독이 연출했다. 그래도 3편까지는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했지만 4편이 아쉬운 흥행성적을 기록하면서 <죠스>는 더 이상의 속편 제작 없이 사실상 시리즈가 마무리됐다. 

액션보다 '메시지'에 주목해야 하는 영화
 
 제니퍼 로렌스는 <헝거게임> 시리즈로 자타가 공인하는 할리우드의 대세배우로 떠올랐다.

제니퍼 로렌스는 <헝거게임> 시리즈로 자타가 공인하는 할리우드의 대세배우로 떠올랐다.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3부작 또는 4부작으로 만들어지는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헝거게임> 역시 2008년부터 3년에 걸쳐 출간된 수잔 콜린스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하지만 <헝거게임>이 영화화될 때만 해도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헝거게임>보다 앞선 시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인기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와일라잇> 5부작이 극장가를 한 차례 휩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3월 7800만 달러라는 그리 많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된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은 북미 4억 800만 달러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6억 9500만 달러라는 기대 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소재가 지난 2000년에 개봉했던 일본영화 <배틀로얄>과 비슷하다고 지적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지만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은 비슷한 소재를 다른 정서로 풀어냈고 개봉 후 우려의 목소리는 크게 줄어 들었다.

실제로 <헝거게임: 팜엠의 불꽃>은 국내 '15세 관람가, 북미 'PG-13'이라는 상영등급이 말해주듯 잔혹한 살육게임을 보여주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잔인한 생존게임에 놓이게 된 어린 참가자들의 생존과 외로움, 그리고 이를 자극적으로 담아내려는 미디어를 통해 신자유주의와 빈부격차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만약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주인공 캣니스 애버딘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는 2010년 <윈터스 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당시만 해도 스타배우로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실질적인 첫 번째 원톱 주연 블록버스터 영화였던 <헝거게임> 4부작으로 엄청난 흥행을 견인하며 단숨에 할리우드의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로렌스는 2013년 역대 2번째로 어린 나이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헝거게임> 4부작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 편씩 공개됐고 4편 합쳐 29억 8000만 달러라는 놀라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소설의 세 번째 이야기 <모킹제이>는 두 편으로 나눠 개봉했음에도 높은 흥행성적을 유지했다. <헝거게임>는 2023년 <더 파이널> 이후 8년 만에 프리퀄 외전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를 선보였는데 제니퍼 로렌스와 캣니스 캐릭터가 없었음에도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건재를 보여줬다.

독재에 대한 '저항의 상징' 된 세 손가락 경례
 
 캣니스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세 손가락 경례는 독재국가 판엠과 캐피톨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의미로 시리즈 내내 등장했다.

캣니스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세 손가락 경례는 독재국가 판엠과 캐피톨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의미로 시리즈 내내 등장했다.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캣니스와 함께 사냥을 하면서 친분을 쌓아온 게일 호손(리암 햄스워스 분)이라는 남사친이 있다. 하지만 정작 12구역에서 캣니스와 함께 헝거게임에 참가하게 된 남자 참가자는 조시 허처슨이 연기한 피타 멜라크였다. 처음엔 그저 생존을 위한 동료처럼 나오지만 캣니스와 피타는 애틋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 이야기는 판엠에 생중계되면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각 구역에는 과거 헝거게임의 우승자들이 참가자들의 멘토가 되는데 12구역에서는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50회 대회 우승자 헤이미치 애버내시가 멘토 역할을 했다. 하지만 헤이미치는 가족과 연인이 모두 살해 당하고 술에 빠져 사는 폐인이었는데 대회를 앞두고 조언을 해달라는 피타에게 "네가 곧 죽을 거란 현실을 받아들여"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정뱅이 그 자체였던 소설과 달리 영화에서 헤이미치는 캣니스와 피타의 생존에 많은 도움을 줬다.

아만들라 스텐버그가 연기한 11구역의 참가자 루는 헝거게임의 최연소 참가자(12세)로 극 중 캣니스의 여동생과 나이와 체구가 비슷했다. 루는 초반 캣니스가 위험에 빠졌을 때 벌집을 이용해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결국 1구역 참가자 마블의 창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루의 시체 위에 꽃을 올린 캣니스는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는데 이 세 손가락 경례는 시리즈 내내 '저항'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포즈가 됐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헝거게임판엠의불꽃 게리로스감독 제니퍼로렌스 조시허처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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