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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경주 월성핵발전소 10km 남짓한 곳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났습니다. 행안부 지질관련 조사에 따르면 고리와 월성, 울진핵발전소근처에 활성단층 16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울산은 아래로 고리, 위로 월성핵발전소 16기에 둘러싸인 지역입니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30km안에 울산시민 100만 명이 속해있는 핵발전소 도시이고 산업도시입니다. 1978년 고리핵발전소에 고향터전을 내주고 이주했던 주민들이 두번, 세번 이삿짐을 싸야 했던 이주의 역사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신규핵발전소,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고리와 월성1호기 영구정지, 고준위핵폐기물, 이주대책 그리고 지진과 핵발전소, 방사능 피폭 노동 등 핵발전소 문제의 종합세트라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탈핵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지진'으로 탈핵운동이 나의 문제가 된 용 국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기자말]
"2013년부터 밀양 송전탑 투쟁을 한 달 정도 전담 취재하면서 핵발전소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었어요."

2011년부터 울산공동행동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한 '탈핵학교'를 통해 많은 사람이 송전탑 뒤에 핵발전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피폭 노동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용 국장도 탈핵학교에 참여하면서 핵발전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2013년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취재하면서 반민주적인 핵발전소 운영에 똬리를 틀고 있는 국가폭력의 민낯을 가감 없이 마주한다.
 
2016년 지진 이후 핵발전소 안전성에 대한 요구와 신고리 4호기 운영 허가 반대,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어요. 울산공동행동은 전국적으로 진행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인 서명운동본부'를 발족해 탈핵의 대중화를 거세게 밀고 나가는 중이었어요.
 
2016년 언론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던 용 국장은 2017년 2월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으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5년 동안 울산공동행동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저지,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백지화, 월성핵발전소 폐쇄 등 일이 산더미였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2017년 문재인 정부는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을 선언한다. 핵심 내용은 신규핵발전소 건설중단,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안전한 핵발전소 운영이었다.

신규핵발전소 중단 방침에 따라 공사를 중단한 신고리 5·6호기는 건설공정률 10%, 종합공정률 28%로 핵산업계의 저항이 심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후퇴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발표한다. 전국 탈핵 단체들의 연합체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탈핵 의제를 대중화하고 신고리 5·6호기 논쟁도 끝낼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대부분의 탈핵 단체들이 공론화에 참여한다.
 
현장투쟁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이다. 울산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은 탈핵골목순례를 통해 울산시민들과 일상적으로 만났다.
 현장투쟁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이다. 울산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은 탈핵골목순례를 통해 울산시민들과 일상적으로 만났다.
ⓒ 용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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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동행동도 공론화에 적극 참여했어요. 당시 울산 여론은 70% 이상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었거든요. 문재인 정부가 탈핵 공약을 뒤로 되돌렸지만, 울산시민들은 공론화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어요.
 
용 국장은 울산공동행동과 함께 신고리 5·6호기 건설백지화를 위한 교육사업과 대시민 홍보, 대중사업에 힘을 쏟았다. 당시 마을단위 동아리까지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에 참여했고, 울산공동행동이 진행한 교육 횟수만 100회가 넘는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대상으로 탈핵 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울산을 노동자의 도시라고 하잖아요.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자지부 교육위원회는 2017년 상반기 조합원 교육에 탈핵교육을 배치하고 4월부터 8월까지 하루 약 250여 명씩 약 2만 7천 명의 조합원들을 교육했어요. 교육위원회와 울산공동행동은 '방사능 누출사고 시 방사능방재대책을 따져보고 실제 대피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피부에 와닿는 내용으로 교육내용을 짰어요.
 
울산공동행동은 매일 진행되는 조합원 교육에 참여해 후쿠시마 사진전과 탈핵선전물을 나눠주고 선전전을 벌이며 2천 명에 달하는 '탈핵노동자실천단'을 꾸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도 안전한 울산만들기를 주제로 탈핵선전물을 자체 제작 배포했고 '피폭 노동자를 생각하는 네트워크' 활동가를 초정해 강연회를 여는 등 피폭 노동과 탈핵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울산시청 앞에서 농성도 하고 공론화 막바지에는 촛불집회도 열면서 최선을 다했어요. 재정과 홍보를 위해 제작한 탈핵티셔츠도 3천여 장이나 팔렸어요. 티셔츠가 재정 마련에도 한몫했지만 3천여 명의 탈핵지원단이 생긴 거예요. 공론화 과정에는 '울산시민 천인 토론회'도 열었어요.
 
115차례의 교육, 탈핵골목순례, 울산시청 앞 농성과 108배, 촛불집회, 노동자실천단 활동이 만들어 낸 ‘신고리 백지화 울산시민 천인 대토론회’는 울산탈핵운동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115차례의 교육, 탈핵골목순례, 울산시청 앞 농성과 108배, 촛불집회, 노동자실천단 활동이 만들어 낸 ‘신고리 백지화 울산시민 천인 대토론회’는 울산탈핵운동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 용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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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4일 울산 남구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신고리 백지화 울산시민 천인 대토론회'에는 870여 명의 성인과 어린이 청소년 등 1000여 명의 울산 시민이 모였다. 40분간 진행된 선택 토론은 '핵발전소 주변 서생면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이주, 건강 생존권, 보상문제 등)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물었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이후 탈핵 한국을 위한 다음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위한 생존권 보장과 이주지역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진 40분 동안의 공동 토론에서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부당성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탈핵 집회를 열어서 울산시민들의 의지를 표출하자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천인 토론회는 2017년 7월 출범한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가 7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총 115회에 이르는 탈핵교육과 릴레이 토론을 한 결과물이었어요. '탈핵골목순례'도 한몫했죠."
 
2017년 9월 24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발표한다.
 
실망과 절망감이 한동안 저와 울산공동행동을 지배했어요. 허탈했죠.
 
주민 뺀 공론화요? 설계가 잘못됐어요
 
시민참여단 471명에게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왜 중단해야 하는지? 매몰 비용보다 사후 비용이 얼마나 더 드는지?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 지역이 왜 문제인지?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380만 명의 대피는 어떻게 가능한지? 지진에 과연 핵발전소는 안전한지? 울산시민의 입장에서 생존권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용 국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주민을 배제한 불공정한 설계였다고 주장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건설 재개를 결정할 공론화 시민참여단을 인구 비율로 선정하다 보니, 핵발전소를 한 번도 마주한 적도 없고 전기 생산에 큰 관심도 없었던 수도권 전기소비자가 50%를 차지했어요. 16기 핵발전소에 포위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사는 100만 명을 대변할 인원은 단 7명이었죠.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등 피해 당사자가 될 미래세대의 참여도 제한되었어요. 기계적인 비율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을 통한 공론화는 한참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지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대응도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좀 더 부각했어야 했는데 재생에너지 전환 등 피부에 와닿지 않는 교과서적 대안 제시 등으로 논제를 벗어난 것 같아서 답답했다는 용 국장은 결국 471명의 시민참여단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 가슴 쓰리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탈핵운동'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반 공론화가 남긴 과제가 되었다.

10만 년의 책임, 고준위핵폐기물
 
잘못 설계된 공론화는 대응 자체를 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공론화는 여론을 반영하는 한 가지 방법론일 뿐인데 사안의 복잡성, 특수성, 지역성을 반영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 정부가 추진한 공론화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이어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공론화'도 추진했다. 공론화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은 커져만 갔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제1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 시민사회 의견수렴 등이 없었으며 졸속으로 결정되었다는 의견을 수렴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 재검토'를 국정 과제로 삼았다. 이후 산업부는 문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2018년부터 재검토를 시작했다.
 
2019년 산업부는 재검토위원회를 중립적 인사 15명 내외로 구성하며, 추천된 위원에 대한 제척권을 환경단체와 핵발전업계·지역주민에게 주겠다고 밝혔어요. 이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 재검토 준비단'에 참여했던 핵발전소 소재지역과 환경단체 등을 공론화위원회 위원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였죠. 또다시 지역주민은 공론화 논의에서 밀려났어요.
 
울산공동행동 등 15개 연대단체인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는 2019년 4월 성명을 통해 "재검토위원회에 이해당사자들이 일부 참여하는 방식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공론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쪽짜리 재검토위원회가 된 셈이다.
 
월성핵발전소는 중수로형으로 핵폐기물 배출량이 많아 1992년부터 핵발전소 건물 바깥 부지에 '캐니스터'라는 건식저장시설(공냉식)을 별도로 300기 건설했고, 2006년부터 대용량 조밀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 7기를 건설해 2010년부터 운영했어요. 그런데 이마저도 포화상태가 되자 맥스터 증설 계획을 세웠어요. 산업부는 이 또한 공론화로 돌파하려 했고, 지역주민 참여와 조작 논란 등의 문제가 발생해요. 특히 울산에서는 공론화 시민참여단에 울산시민을 배제한 문제로 인해 반발이 거셌지요.
 
울산 북구는 월성핵발전소로부터 7km 거리에 인접해 경주 시내보다 훨씬 가깝다. 월성핵발전소 맥스터 공론화 시민참여단을 경주시민 145명으로 꾸린다는 결정에 울산북구 주민들은 반발했다. 울산시장, 울산북구청장, 울산시의회 등도 울산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정부와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에 전달했지만 무시되었다.

울산 북구 주민들은 6월 5~6일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맥스터 증설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총 유권자의 28.82%인 50,47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47,829명(94.8%)가 월성 임시저장 시설인 맥스터 증설에 반대표를 던져 월성핵발전소 맥스터 추가건설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임시 저장시설을 언제까지 운영할 것인지? 영구처분장은 언제쯤 건설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나 대안도 없이 밀어붙인 또 다른 공론화는 민의를 상실한 채 군사독재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진행되었다.
 
기록은 역사가 되고, 다음 세대를 이어준다. 2021년 맥스터 추가 증설에 반대한 울산 북구 주민 94.8%의 이야기가 담긴 주민투표백서가 발간됐다.
 기록은 역사가 되고, 다음 세대를 이어준다. 2021년 맥스터 추가 증설에 반대한 울산 북구 주민 94.8%의 이야기가 담긴 주민투표백서가 발간됐다.
ⓒ 용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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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가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늘리는 방편으로 이용될 것을 경계했어요. 진정한 공론화는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성과 해법 없음을 제대로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핵발전소를 40년 가동했어도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이 없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알아야 제대로 핵발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죠. 고준위핵폐기물 임시 처분장을 만드는 것이 공론화의 시작이어서는 안 되죠.
 
이해당사자인 주민을 배제한 공론화 재검토 과정은 졸속·엉터리·밀실·불공정으로 얼룩졌으며, 2021년 3월 재검토위가 발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과 연이은 산업부의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수립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고준위핵폐기물을 '부지 내 저장시설'이라는 이름으로 건설할 수 있게 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핵발전소로 40년이 넘도록 고통받은 지역주민에게 또다시 '위험을 떠안기는 방식'으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고준위 특별법안 폐기해야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고준위 특별법안)이 세 개 발의돼 있어요. 산업부를 비롯해 정부 여당은 고준위 특별법안 통과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 법안은 핵발전소 지역에 더 많은 위험과 희생을 강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고준위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 부지에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더 지으라는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이 가장 큰 문제예요. 핵발전소 인근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죠.
 
국내 핵발전소는 현재 발전소마다 '사용후핵연료 습식장시설'을 운영 중이다. 핵발전을 시작한 지 40년이 지났으나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은 40년째 표류상태다. 정부와 사업자는 굴업도, 안면도, 부안, 삼척, 영덕 등 여러 지역을 고준위 핵폐기물처분장 부지로 선정하려고 했으나 굴업도는 해저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돼 부지 지정 고시를 못 했고, 대부분 지역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반대로 부지 선정에 실패했다. 더군다나 동남권에서 발견된 16개의 활성단층과 잦은 지진 등으로 영구 핵폐기물 처분장 찾기는 요원해졌다.
 
‘국회는 핵발전소 지역을 핵무덤으로 만드는 고준위특별법안 폐기하라’ 핵폐기물은 핵발전을 멈춘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 째가 용석록 국장
 ‘국회는 핵발전소 지역을 핵무덤으로 만드는 고준위특별법안 폐기하라’ 핵폐기물은 핵발전을 멈춘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 째가 용석록 국장
ⓒ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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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는 말 그대로 방사성물질의 독성 준위가 높은 핵폐기물을 말해요. 여기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의 종류는 1천 가지가 넘고, 독성 반감기는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10만 년 이상이에요. 흔히 알고 있는 플루토늄-239 반감기는 2만 4천 년이에요. '반감기'는 수명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니 사용후핵연료의 플루토늄 독성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24만 년이 걸려요. 플루토늄보다 반감기가 더 긴 테크네튬-99는 21만 년, 주석-126은 10만 년 등 독성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인류가 상상하기 어려운 기간이 소요돼요. 이런 맹독성 방사성물질을 처분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환영할 지역을 찾는 일이 가능할까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문제는 '단순히 부지를 어디에 선정할 것인가?'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10만 년 이상 과연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한 기술이 인간에게 있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해요.
 
세계 200여 국가 가운데 현재 핵발전을 하는 나라는 33개국에 불과하다. 핵발전 국가 중 20억 년 동안 흔들림 없었고 지하수가 거의 없는 화강암 암반을 찾아낸 핀란드만이 유일하게 고준위핵폐기물의 10만 년 심층매립을 목표로 29년의 세월을 들여 고준위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고 매립을 준비 중이다.
 
흔한 말로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계속 지으면서 위험성이 큰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발전소 부지에 더 쌓아놓자는 것이죠. 매년 750t의 고준위핵폐기물이 쏟아져 나와요. 영구처분장 부지조차 없는 상황을 고려해 수명연장을 하지 않겠다거나,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약속도 없이 지역에 위험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바로 고준위 특별법안이에요. 핵진흥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해요. 핵발전소 사고 위험과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문제는 핵발전소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매거진 <탈핵 잇_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탈핵잇다, #탈핵울산공동행동, #용석록, #고준위핵폐기물, #고준위폐기물법안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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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연결된 삶을 그리며 오늘도 바쁘고 단절된 삶을 살아갑니다. 영광에 22년 살면서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빠른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꿉니다. 생태와 자연, 젠더와 영성에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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