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까지 단 한 번도 흥행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은 7편 < 데드 레코닝 PART ONE >이 지난 7월 12일(한국시각)에 개봉해 8일 현재 5억 달러에 육박하는 높은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하지만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약 4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 데드 레코닝 PART ONE >의 손익분기점 돌파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영화 제작사에서는 최대한 넉넉한 제작비를 투자 받아 감독이 마음껏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하지만 제작사는 영화의 제작비가 올라가는 것을 마냥 환영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제작비가 올라가면 그만큼 손익분기점도 올라가고 더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작비가 올라가고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곧 흥행에 대한 부담도 함께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적은 제작비로 만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면서 제작비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제작사와 투자자들에게 안겨다 주는 작품도 있다. 그리고 이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투입되지만 고정 관객층이 확실한 호러 장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집안에서 태어나 현재는 호주 국적을 가진 제임스 완 감독이 처음 만들어 현재는 장수 호러영화 프랜차이즈가 된 <쏘우>가 대표적이다.
 
 단 12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쏘우>는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리며 제작비의 85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단 12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쏘우>는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리며 제작비의 85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 (주)영화사한결

 
호러물-블록버스터 다 잘 만드는 천재감독

1977년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제임스 완 감독은 어린 시절 호주로 이민을 가 영화를 공부하다가 지난 2003년 배우와 감독, 각본가를 겸하고 있는 리 워넬과 의기투합해 단편영화 <쏘우>를 만들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12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장편 데뷔작인 <쏘우> 1편을 완성했다. 각본가 리 워넬이 주인공 중 한 명인 아담 스탠하이트를 연기한 <쏘우1>는 세계적으로 1억 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흔히 신인 감독이 시리즈의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을 성공시키면 속편준비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임스 완 감독은 <쏘우> 후속작의 제작 및 기획에만 참여했을 뿐 연출에는 더 이상 손대지 않았다. 이는 제임스 완 감독이 <쏘우>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족시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데스 쎈텐스>와 <데드 사일런스>를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은 2011년 리 워넬과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인시디언스>를 선보였다. 

<인시디언스>는 할리우드 장편영화로는 믿기지 않는 150만 달러의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쏘우>의 기적'을 7년 만에 재현했다. 2013년 2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만든 <컨저링>도 3억 2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가성비 감독'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임스 완 감독은 언제나 적은 제작비를 들여 가성비 좋은 영화만 만들 줄 아는 감독이 아니었다.

제임스 완 감독은 지난 2015년 1억 9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카체이싱 액션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연출했다. 고 폴 워커의 유작이기도 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세계적으로 15억 1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이는 역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제임스 완 감독은 2018년에도 DC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영화 <아쿠아맨>을 연출해 11억 48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이끌었다.

두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성공적으로 연출하며 할리우드에서 더욱 명성이 올라간 제임스 완 감독은 2021년 오랜만에 전문분야인 공포 장르로 돌아와 <말리그넌트>를 연출했다. 하지만 제작비도 회수하지 못하며 부진했고 제임스 완 감독은 오랜만에 실패를 경험했다. 오는 9월 개봉예정인 <쏘우 10>의 총괄제작을 맡은 제임스 완 감독은 연말 제이슨 모모아와 벤 애플렉, 헨리 카빌이 출연하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작비의 10.43배 벌어다 준 효자 시리즈
 
 <쏘우>에 등장하는 살인마 직쏘는 사람들을 납치해 '게임'을 통해 또 다른 살인을 지시한다.

<쏘우>에 등장하는 살인마 직쏘는 사람들을 납치해 '게임'을 통해 또 다른 살인을 지시한다. ⓒ (주)영화사한결

 
<쏘우>는 정체불명의 살인마 '직쏘'가 희생자들을 감금해 강제로 잔혹한 생존게임을 시키는 내용의 공포영화다. 지금까지 스핀오프를 포함해 9편까지 제작됐고 오는 9월 10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21세기 가장 사랑 받은 호러 시리즈 중 하나다. 특히 "게임을 시작하지(Let the Games Begin)", "게임은 끝났어(Game Over)", "살 텐가, 죽을 텐가? 자네가 선택하게(Live or Die, Make Your Choice)" 같은 직쏘의 시그니처 대사도 매우 유명하다. 

2004년 첫 시리즈가 시작된 <쏘우>는 2021년 스핀오프 <스파이럴>까지 9편의 영화가 개봉해 총 10억 12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9편을 만든 제작비(9700만 달러)가 1억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쏘우> 시리즈는 무려 제작비의 10.43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제작비 대비 흥행성적은 <스타워즈>나 <아바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영화 제목인 SAW는 '톱', '톱질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로 실제 영화 속에서도 톱이 매우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쇠사슬로 다리가 묶인 방 안에서 2개의 쇠톱을 발견한 아담(리 워넬 분)은 톱으로 자신의 발에 묶인 쇠사슬을 자르려 하지만 쇠사슬은 작은 톱으로 잘라내기엔 너무 강하고 단단했다. 그렇게 주요소품에서 제외되는 듯했던 톱은 영화 후반 로렌스 고든 박사(개리 얼웨즈 분)가 쇠사슬이 아닌 '다른 것'을 자르기 위해 다시 사용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 중에도 잔인한 장면에 익숙하지 않아 고어물이나 호러영화의 관람을 피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쏘우> 시리즈 역시 잔인한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는 영화라는 점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감상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쏘우1>은 관객들을 제압하기 위한 초반의 잔인한 몇 장면을 무사히 넘기면 성인관객들이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장면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호러 장르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쏘우> 역시 평단과 관객들의 온도차이가 상당히 큰 영화 중 하나다. <쏘우1>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흥행성적이 말해주듯 관객들 사이에서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적절한 반전으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쏘우1>은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점수 50%에 불과했고 국내 모 평론가는 "반전에 목을 매면 꼼수도 우악스럽게 부리지"라는 혹평과 함께 별 1개를 주기도 했다.

각본가가 주요 피해자로 출연한 호러영화
 
 로렌스 고든 박사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선택을 한다.

로렌스 고든 박사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선택을 한다. ⓒ (주)영화사한결

 
<쏘우1>에서 아담 스탠하이트를 연기한 리 워넬은 <쏘우>시리즈의 모태가 된 단편영화 <쏘우>의 각본과 주연을 맡았던 인물이다. 아담은 삶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거나 흉악한 범죄자만 죽인다는 직쏘의 사상과 가장 거리가 먼 '무고한 희생자'였다. <쏘우> 1, 2, 3의 각본을 쓴 워넬은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도 각본을 맡으며 조연으로 출연했고 2018년에는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한 <아쿠아맨>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다. 

의사임에도 사람들에게 사망소식만 전해준다는 이유로 직쏘에게 붙잡혀 게임에 참여하게 된 로렌스 고든 박사 역은 영국출신 배우 개리 얼웨즈가 맡았다. <쏘우>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연기를 했지만 얼웨즈는 1993년 패러디 영화 <못 말리는 로빈 훗>에서는 나사 빠진 로빈 훗 역을 통해 코믹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에서 국가정보국장 덴링어를 연기했다. 

<쏘우1>에서 아담과 로렌스, 그리고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1대 직쏘는 토빈 벨이 연기한 존 크레이머라는 암환자였다. 사실 1편에서는 직쏘의 자세한 이야기나 크레이머가 직쏘가 된 배경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직쏘는 단순한 싸이코패스 살인마처럼 보인다. 직쏘를 연기한 토빈 벨은 <쏘우> 출연 전까지 친근한 할아버지 이미지가 강했는데 <쏘우> 이후로 '호러 영화 전문배우'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생겼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쏘우 제임스 완 감독 리 워넬 토빈 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