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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기자말]
세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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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가 늘어나면서, 특정 장소에 가지 않아도 다양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요즘입니다. 저희 로스터리만 해도 홍대, 성수, 종로 일대가 아니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 해 있습니다. 

제가 커피에 처음 관심을 갖던 시절만 해도 다양한 국가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단골 카페의 추천을 받아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 가며 드문드문 있는 매장들을 찾아다녀야 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홍대 인근의 망원, 연희 일대에서만 찾아봐도 꽤 다양한 지역의 커피를 쉽게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장이 발전하며 과거에는 찾아가던 곳에서 지금은 다가오는 형태로 많이 바뀌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 해도 눈앞에 늘어선 커피 목록을 보고 있으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다른 매장에 방문하면 일단 긴 커피 목록에 놀랄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것이, 바리스타들의 대부분은 커피를 사랑하고 언제든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하여 커피를 고르거나 설명을 원할 때 도움을 주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목록을 살펴보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잠시 기달려 달라 시간을 요청하는 것도 어려운 부탁이 아닙니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본인의 취향을 설명하거나 지금 마시고 싶은 커피의 느낌을 설명하면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면 산미를 좋아한다거나 조금은 무겁거나 다크한 느낌 등등 좋았던 맛의 뉘앙스나 아메리카노 핸드드립 라떼와 같이 즐겨마시는 커피의 형태를 말씀하시면 안정적으로 추천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바리스타의 응대가 친절하다면 그 다음은 손님의 몫입니다. 아주 조금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들면 국가를 기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시는 커피의 이름을 메모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크게 국가정도만 기억해 두어도 좀 더 커피를 재미있게 마시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 커피의 상큼함이 좋았다', '콜롬비아 커피의 맑고 시원한 느낌이 좋았다'거나 '브라질의 구수함이 편안해서 좋았다' '과테말라의 무거움이 매력적이었다' 등등 아주 세세하게 커피 향미를 정리한 컵노트(원두 설명 글귀)까지가 아니라 큼직하게 국가 정도만 기억해 두어도 꽤 좋은 정보가 되어 다음의 커피를 고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즐겨 마시는 국가를 기억해 두고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맛의 폭을 넓혀가다 보면, 그 다음은 경험해보지 않은 맛의 계단을 오르는 데 한결 거부감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큰 틀에서 국가 단위의 이름만을 사진이나 메모 등으로 기록해두어도 커피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이 쌓이면 좀 더 다양한 커피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한 몫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편의점에서도 말이죠. 

여행의 동반자, 편의점 커피

저는 여행할 때 꼭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 맛이 있는 라떼 계열의 커피를 고집하곤 하는데, 평소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드립커피나 아메리카노 등을 마시는 저에게 단 맛이 강한 라떼를 고르는 일은 꽤 특이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는 것처럼 일상과 거리를 두는 순간만큼은 커피조차도 다른 것을 먹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에 마시는 커피 가격을 생각하면 편의점에서 고르는 커피 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오히려 여행길의 동반자로 고르는 커피는 비싼 값을 치르는 커피보다 신중하게 고르게 되더군요. 마음의 진지함으로 가늠해보면 매장에서 소개할 커피를 고르는 정도로 진지하게 임하곤 합니다. 꼼꼼히 매대를 둘러보며 새롭게 출시된 제품도 확인하고 구비된 제품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편의점도 한 두 곳 정도 더 둘러보곤 합니다.
  
편의점 커피를 찾는 이유
 편의점 커피를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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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의 디자인을 보고 이름을 읽어보고 어떤 맛일지를 상상도 해보고, 성분표도 읽고 마지막으로는 들어간 커피의 성분도 확인합니다. 특히 단맛이 들어가는 커피들의 맛 조합은 정말 다양해서 회사마다 어느 부분에 힘을 주었는지를 신경 써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때 위에서 말씀드린 국가의 이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 초콜렛 라떼에는 엘살바도르 커피를 썼는데 저 카라멜 라떼에는 브라질 원두를 썼다거나, 이 차콜 라떼에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원두를 썼는데 저 하프 슈거 라떼에는 에티오피아 원두를 썼다거나 때로는 두 가지 원두의 조합이 들어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며 고민하곤 합니다. 우유와 설탕 그리고 추가로 더한 단맛 재료들이 각각의 커피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밸런스가 흡족스러울지를 가늠해 보곤 하죠.

물론 아직 마셔보지 않아서 모르는 상황이지만 저는 꽤 진지한 자세로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때 느꼈던 느낌의 맛에 가까운 밸런스가 예상된다거나, 때로는 전혀 예상할 수가 없어 한번 꼭 먹어봐야 할 것 같은 커피가 있다면 그것이 그날의 커피가 되곤 합니다.

박사님의 커피

누군가는 편의점의 커피들을 싸기 때문에 단순한 맛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집어드는 제품들을 완성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늘 관심을 갖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음을 거쳐 제품으로 나오기까지의 설득력이 어느 부분에서 발휘되었는지를 읽어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인터넷에서는 대기업에서 만든 소스나 패키지 음식들을 '박사님들이 만든 음식'이라며 농담처럼 칭송하곤 하는데, 커피도 이렇게 제품화를 거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전문가와 시식 평가를 거쳤을지를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편의점의 커피 하나도 더욱 재미있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편의점에서 커피를 고를 일이 있다면 오늘의 글을 기억하고 뒷면의 국가정보를 읽어봐주세요, 눈도 입도 더욱 즐거운 커피 한 잔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태그:#커피, #편의점,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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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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