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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기자말]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키오스크의 도입이 늘었습니다. 때로는 인건비를 포함해 각종 비용 상승을 이유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아가 서빙 로봇을 사용하는 매장도 많이 늘었습니다. 커피업계에서도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키오스크의 등장 
  
키오스크
 키오스크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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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가 다양화 되고 한 음료 안에서도 선택지를 조정할 수 있는 경우에 키오스크의 이용은 꽤 편리합니다. 손님의 주문이 음료를 제조하는 주방으로 바로 전달되어 시간도 단축되고 주문 실수에 대한 갈등을 막을 수 있어 프렌차이즈 매장이나 주문이 몰리는 곳에서 키오스크의 도입이 꽤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일반 카페에서도 키오스크의 도입이 늘어날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키오스크가 정확한 미래인지는 확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는 코로나 이전에 커피업계에서 고민하던 키워드가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이기 때문입니다.

호스피탈리티에는 여러 정의가 있지만 카페에서는 '손님을 환하게 맞이하고 즐겁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커피가 맛이 있고 좋은 커피를 대접하는 것은 매장의 기본이고 손님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어려움 없이 편안한 가운데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진짜 고민할 다음의 일이라는 것이죠.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복잡해져가는 경쟁시장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며 커피를 준비하는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고 커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기에 그것에 집중하는 과정을 그럴듯하게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닙니다. 업계에서 화두가 되었던 호스피탈리티는 단순 차별화 보다는 서비스업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가까운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보가 아니라 환영의 의미를 담은 단어가 화두가 된 것입니다.

그럼 이제 예를 들어볼까요?

카페가 보여줘야 할 호스피탈리티

저는 로스팅을 하기 전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동시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기간으로 보면 한 10년 정도였습니다. 오래 일한 만큼 새로운 친구들이 오면 일을 가르쳐주는 등의 일도 맡아야 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매장은 40평 정도였는데 동시간에 2~3명 정도가 함께 일을 했으니 아무리 신입이 들어와도 서로가 맡아서 해야 하는 일이 다양했습니다. 손님의 응대나 음료의 제조 모두 빠른 시간 안에 경험하고 습득해야 했습니다. 그 중 손님응대와 관련해서 알려줘야 할 때, 제가 가장 많이 한 말이 하나 있습니다. 

"손님은 죄가 없다."

이는 행패를 부려도 참아야 한다, 손님이 왕이니 잘 대접 해야 한다, 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카페의 손님은 처음 방문 하는 경우가 많고 처음 보는 사람이 크게 기분 나쁜 일이나 행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님에게 나쁜 감정이나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크게 과장된 친절을 쏟아낼 필요도 없지만 일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상황이나 감정으로 인한 태도를 손님에게 쏟아낼 필요도 없는 것이니까요.

손님도 즐겁기 위해서 카페를 방문하고 일을 하는 사람도 일정 부분 삶의 안정과 즐거움을 위해 일을 하니 서로에게 크게 잘못도 없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첫 만남에서 상대를 미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마주할 때 괜한 인상을 쓰지 않고 불필요하게 신경질적인 뉘앙스를 주지 않으면서 주문을 받는 것을 간혹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매장의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궁금증이나 적정한 수준의 도움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저는 그 정도가 카페가 보여줘야 할 호스피탈리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과할 필요는 없고 모자라지 않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과정이 손님이나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적당한 일상성이 주는 만족감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상호 간에 예의 안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꽤 큰 공동체의 감각을 만들어 냅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가도 충분히 대화를 했다고 느끼거나 즐거운 순간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별 것 아닌 순간들이 지나고 보면 큰 인상을 남기는 일이 흔하니까요.

저는 그런 이유로 키오스크에 대해 아직은 물음표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필요한 곳에는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돈을 지불하고 그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자꾸 잊게 되는 환경이 늘어가는게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합니다.

태그:#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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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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