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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기자말]
포도가 한창 제철인 8월이다. 포도는 맛과 향이 좋고, 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하여 널리 이용되는 과일이다.

포도의 씨에서 추출한 포도씨유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비타민 E 등을 함유하고 있어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인정받는 고급유이기도 하다.

5만 원권 지폐에서도 볼 수 있는 포도 
 
이계호, 121.5x36.4cm
▲ 포도도 이계호, 121.5x36.4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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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소재로 한 수묵화는 조선 시대에 많이 그려졌는데, 신사임당을 비롯하여 성삼문, 황집중 등이 특히 잘 그렸다. 

5만 원권에서도 포도도를 찾을 수 있는데, 신사임당 초상의 왼쪽 옆으로 그녀가 그린 '묵포도도'가 '초충도수병'의 가지 그림과 함께 겹쳐져 있다.

위 그림의 작가인 이계호(1574~1645)는 처음으로 포도 연폭병풍을 그리는 등 포도의 전체적인 모습에 좀 더 중점을 두었다. 줄기가 곡선을 이루는 구성, 다양한 형태의 잎과 포도송이 등이 특징적이다. 

8폭의 병풍 형태인 위 작품도 포도 열매보다는 힘차게 뻗은 포도 덩굴과 무성한 잎의 표현이 더욱 눈에 띈다.
 
빈센트 반 고흐, 1888년, 캔버스에 유채, 73x91cm, 푸슈킨 미술관
▲ 아를의 붉은 포도밭 빈센트 반 고흐, 1888년, 캔버스에 유채, 73x91cm, 푸슈킨 미술관
ⓒ 공유마당(만료저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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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고흐가 폴 고갱과 함께 생활했던 시절, 아를에서 그린 그림이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비가 내린 뒤 석양이 땅을 보라색으로 바꾸고 포도 잎을 와인처럼 붉게 물들일 때 그린 것'이라고 이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고흐는 자신에게 생활비와 작업비를 보내주던 동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그림을 주었다. 이는 고흐가 그린 1500여 점의 유화 중 그의 생전에 팔렸던 유일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프란시스코 고야, 1786년, 캔버스에 유채, 190x275cm, 프라도 미술관
▲ The Vintage 프란시스코 고야, 1786년, 캔버스에 유채, 190x275cm, 프라도 미술관
ⓒ 공유마당(만료저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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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화가 고야(1746~1828)가 '포도 수확(Vintage)'을 주제로 그린 작품이다. 

'검은 그림'을 비롯하여 고야의 후기 작품들은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인데, 청력을 잃을 정도로 중병을 앓은 개인적인 경험과 나폴레옹군의 침입으로 일어난 민족의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 이전인 후기 로코코 시대에는 궁정에서 일하며 귀족층의 화려한 초상화를 그렸다. 위 그림은 이 시기에 그린 것으로, 포도를 수확하는 농민들과 잘 익은 포도송이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묘사했다. 

뿌리도 약인 포도

포도는 피로 회복과 갈증 해소에 좋은 과일이다.
 
영글어가는 포도(자료사진).
 영글어가는 포도(자료사진).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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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도 포도를 '기혈이 부족할 때, 기운을 북돋고 혈액을 풍부하게 한다'고 하여 강장 작용이 있음을 설명한다. 식은땀을 흘리거나 기침이 날 때, 신경쇠약이나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을 때 도움이 된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또한 이뇨 작용이 있어 소변이 잘 나오게 돕는다. 동의보감에서는 이에 더하여, '의지를 강하게 하며, 살찌고 건강하게 한다'고 말한다.

포도의 뿌리(포도근) 또한 약재로 사용하는데, 가을인 10~11월에 채취한다. 풍사(風邪)와 습사(濕邪)를 없애주어 풍습으로 인해 붓거나 저리고 아플 때 좋다. 포도와 마찬가지로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다. 

포도근을 먹으면 구역질과 딸꾹질이 멎는데, 임신부의 태기가 명치로 치밀 때 이를 내려주는 효능이 있다.

포도근은 사상체질 중 태양인에 맞는 약재인데, 태양인은 네 가지 체질 중에서 가장 그 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 

태양인은 체격이 크고 마른 편으로 살이 많지 않다. 상반신이 발달해서 머리가 크고 목이 굵으며 가슴은 넓은데 반해, 하반신은 약해서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는 작고 다리는 약하다. 오래 앉거나 서 있기가 힘들어, 기대거나 눕는 것을 좋아한다.

성격은 과단성이 있고 활달한 편이며, 나아가려고만 하고 물러서지 않는다. 창의력과 사고력이 뛰어난 반면, 계획성은 적은 편이다. 항상 조급한 마음이 있으므로, 화내는 것을 경계하고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태양인 체질은 두 가지 특징적인 병이 있다. 첫째는 음식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목구멍에 걸려서 잘 넘어가지 않으며 토하는 증상이다. 두 번째는 하지가 무력하여 잘 걷지 못하며, 허리나 다리에 병이 잘 생기는 것이다.

태양인은 소변량이 많고 잘 나오면 건강하다. 이러한 태양인의 특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관절이나 근육이 아플 때 좋고 구역질을 멈추며 소변을 잘 보게 하는 포도근은 태양인에게 적합한 약재이다. 근골격을 튼튼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포도 역시 태양인에게 잘 맞는 음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태그:#포도, #포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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