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은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미 군용기에서 관측한 144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물론 미 당국은 '미확인 항공 현상'이라는 뜻의 UPA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미국에서 미확인 비행물체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역대 최초였다. 물론 아직 과학적으로 지구 밖에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있다.

사람들이 외계인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갖게 된 데에는 영화의 책임(?)도 있다. 외계인과 소년, 소녀의 우정을 그린 < E.T >가 대표적이고 <프로메테우스>나 <에일리언> 시리즈처럼 우주여행 중에 외계인을 만나는 영화도 있다. <우주전쟁>, <인디펜던스데이>, <트랜스포머>, <어벤져스>처럼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영화는 더욱 많다. 1987년 이건주 주연의 어린이 영화 <은하에서 온 별똥동자>에서도 주인공 순돌이의 고향은 명성왕국이었다.

이렇듯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의 범위는 그 한계를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넓다. 그리고 그 상상 중에는 외계인이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은 곳에 침투해 지구인들과 친구, 이웃이 돼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기발한 이야기도 있다. 마블코믹스의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하고 윌 스미스라는 유망주 배우를 일약 할리우드 최고의 슈퍼스타로 만들어 준 영화 <맨 인 블랙>처럼 말이다.
 
 <맨 인 블랙> 3부작은 세 편 합쳐 세계적으로 15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렸다.

<맨 인 블랙> 3부작은 세 편 합쳐 세계적으로 15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렸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8편 연속 1억 달러 흥행에 빛나는 흥행보증수표

사실 영화 산업이 백인을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흑인들의 역할은 다소 제한돼 있었다. 흔히 백인 주인공 옆에서 과묵하게 힘만 쓰거나 쉴 새 없이 떠들며 개그를 담당해 오던 식이다. 하지만 윌 스미스는 코믹한 역할부터 진중한 캐릭터까지 모두 소화하며 흑인배우의 편견을 깼다.

마틴 로렌스와 함께 출연한 <나쁜 녀석들>을 통해 주목 받기 시작한 윌 스미스는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그린 <인디펜던스데이>에서 다혈질의 전투기 조종사 스티븐 힐러 대위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이듬해 그가 선택한 작품은 외계인 관리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SF코믹액션 <맨 인 블랙>이었다. <맨 인 블랙>은 윌 스미스를 단순한 흑인스타가 아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젊은 배우로 성장시켰다.

베테랑 배우 토미 리 존스와 신예 윌 스미스가 찰떡 호흡을 과시한 <맨 인 블랙>은 세계적으로 5억89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리며 크게 흥행했다(이하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동명의 주제가를 부른 윌 스미스는 MTV 영화제에서 최고 음악상을 수상했고 바퀴벌레 외계인과 함께 최고의 싸움상까지 휩쓸었다. 윌 스미스는 차기작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와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까지 1억 달러 흥행을 돌파하며 유망주를 넘어 최고의 흥행배우로 떠올랐다.

윌 스미스는 변신을 시도한 <베가 번스의 전설>과 <알리>가 실망스런 성적을 거두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지만 2002년 <맨 인 블랙2>를 시작으로 8편의 영화가 연속으로 북미 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주연 출연 기준). 이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배우 톰 행크스(10편 연속) 정도만 가지고 있는 대기록이다. 관객들이 윌 스미스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윌 스미스는 2016년 안티 히어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세계적으로 7억46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작년에는 마틴 로렌스와의 재회로 관객들을 설레게 했던 <나쁜 녀석들: 포에버>를 통해 세계적으로 4억2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외계인은 이미 지구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윌 스미스(오른쪽)는 <맨 인 블랙>을 통해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배우로 거듭났다.

윌 스미스(오른쪽)는 <맨 인 블랙>을 통해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배우로 거듭났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맨 인 블랙>은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거나 우주선이 지구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미 30년 넘게 우주인이 지구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물론 지극히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영화는 에이전트 K(토미 리 존스 분)의 "인간들은 1500년 전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고, 500년 전에는 지구가 평면이라고 생각했어. 내일은 어떤 진실이 기다릴까?"라는 대사로 '외계인 지구 거주설'을 주장한다.

외계인을 두 발만으로 쫓은 능력이 인정돼 MIB 입사시험을 보게 되는 에드워드(윌 스미스 분)는 각종 황당한 시험들을 거쳐 최종 합격하고 '에이전트 J'가 된다. 특히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코믹한 장면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도심을 습격한 괴물들 사이에서 에드워드는 10살도 채 되지 않은 꼬마 여자아이의 머리에 총을 쏜다. 어린 여자 아이가 어려운 물리학 교재를 가지고 있다는 게 에드워드가 그녀에게 총을 쏜 이유였다. 

현대 과학을 뛰어넘는 다양하고 신기한 무기나 도구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맨 인 블랙>을 본 관객들이 가장 탐을 내는 도구는 단연 기억제거장치 '뉴럴라이저'일 것이다. 원하는 날짜를 입력하고 불빛을 바라보면 그 이후의 기억이 모두 사라지는 장치로 영화에서도 에이전트J가 유난히 탐을 냈다. 그리고 지구 멸망을 막아낸 K는 마지막으로 J에게 부탁해 맨인블랙 요원이었던 자신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

<맨 인 블랙>에서 가장 스펙터클하고 볼거리가 많은 장면은 역시 바퀴벌레 외계인과의 마지막 혈투장면이다. 특히 K가 무기를 찾기 위해 외계인의 뱃속으로 들어간 틈을 타 J가 외계인의 시선을 끄끈다. J는 바닥에 있는 바퀴벌레들을 밟아 죽이면서 "오, 미안. 혹시 이거 너희 이모였니?"라는 심리전으로 외계인의 속을 긁는다. 

세계적으로 5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올리며 크게 성공한 <맨 인 블랙>은 2002년 속편이 제작됐다. 기억을 되찾은 K와 베테랑 요원이 된 J의 재결합을 그린 속편은 세계적으로 4억40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렸다. '타노스' 조쉬 브롤린이 합류한 3편 역시 세계적으로 6억2400만 달러의 흥행기록으로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2019년 <맨인블랙: 인터내셔널>은 세계적으로 2억4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짐 캐리급 표정 연기 보여준 바퀴벌레 외계인
 
 여주인공 포지션의 리다 피오렌티노는 이른 은퇴로 2002년에 개봉한 <맨 인 블랙> 속편에 함께 하지 못했다.

여주인공 포지션의 리다 피오렌티노는 이른 은퇴로 2002년에 개봉한 <맨 인 블랙> 속편에 함께 하지 못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사실 <맨 인 블랙>은 외계인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두 주인공을 제외하면 인간들의 비중은 썩 크지 않다. 외계인 캐릭터들은 대부분 CG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MIB 본부에 있는 커피숍에서 일하는 웜 4인방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은 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무조건 짐을 싸서 지구를 떠나려고 한다. <맨 인 블랙>의 신 스틸러 웜 4인방은 <맨 인 블랙> 3부작에 모두 출연했다.

지구에 정착하는 외계인들은 원활한 활동과 적응을 위해 인간의 몸에 기생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은하계를 훔치러 온 바퀴벌레 외계인 역시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농부 에드가의 몸을 숙주로 삼아 그의 몸 속에 기생했다. 바퀴벌레 외계인 역할을 맡은 배우 빈센트 도노프리오는 부자연스럽게 걷는 연기를 하고 반나절 동안 특수분장을 받는 등 바퀴벌레 외계인 역을 위해 여러 가지 번거로움을 감수했다.

바퀴벌레 외계인을 연기한 도노프리오는 1987년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자켓>에서 어리바리한 고문관에서 살인자로 변하는 레나드 로렌스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도노프리오는 2015년 <쥬라기 월드>에서 공원 안전관리 책임자 빅 호스킨스, 드라마 <데어데블>에서는 악당 킹핀을 연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주인공 포지션의 닥터 로웰 박사 역은 <라스트 시덕션>으로 유명한 린다 피오렌티노가 연기했다. J와는 티격태격 하다가 기억을 지우고 사랑을 찾아간 K대신 L요원이 돼 J의 파튼너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2002년 <저격자> 이후 연기활동을 접었고 속편에도 캐스팅되지 못했다. 이 밖에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와 액션스타 실베스타 스탤론, NBA 스타 데니스 로드맨 등이 대사 혹은 자료 화면 등을 통해 <맨 인 블랙>에서 외계인으로 언급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맨 인 블랙 윌 스미스 토미 리 존스 베리 소넨필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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