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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국가교육과정 전문가포럼 자료집
 제1차 국가교육과정 전문가포럼 자료집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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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학교가 1학기 교육과정 마무리로 바쁜 시기이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문이과통합을 표방한 2015교육과정 개정안 토론회와 포럼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학교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이 너무 자주 바뀌다보니 대부분 이제 거의 관심도 없거나 왜 또 바꾸냐는 짜증 섞인 목소리이다.

올해만 해도 초등 3, 4학년과 중학교 2학년이 새 교과서로 배우게 되는데 또 바뀐다니 연례행사처럼 인식될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7월 10일 열린 제1차 전문가포럼(이하 포럼)에서는 첫 발표로 "국가교육과정 무엇을 왜 개정하는가?"가 나왔다. 현장의 불만에 대한 화답인가 했더니, 첫 장부터 황당한 이야기가 나왔다.

교육과정 개정 3년만인가? 6년만인가?

"이번 국가 교육과정 개정 연구는 2015년에 고시할 예정으로 수행되고 있다. 그런데 '2015개정 교육과정'을 개발한다고 하면 '전면' 개정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5년에 고시되는 교육과정은 2009 개정 교육과정과 6년간의 시간 간격이 있고, 2009 개정교육과정의 모든 요소를 개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개선을 통해 질을 높이고자 한다는 점에서 수시 개정의 흐름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포럼 자료집 1쪽)

위 글은 교육과정 개정 주기와 개정 폭에 대한 교육부의 대답으로 보이는데, 언뜻 교육과정을 6년만에 바꾸니 꽤 시간이 흘러 불가피한 선택이고, 개정 폭도 모든 요소 개정이 아니라 부분개정이라 현장에 별 부담이 없는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하의 교육과정개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교육부가 나서서 교육과정 개정사를 왜곡하고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과연 교육과정 개정이 6년만일까?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시기로 따지면 2013년 12월 이후 6개월만이고, 핵심 내용 개정 차원에서 보면 2011년 8월 이후 3년 여 만이다. 이명박 정권은 2009년 12월에 교육과정 총론(운영방법을 일부 수정, 교과서는 바뀌지 않음)을 바꿨는데, 교과교육과정은 2011년에 바꿔서 교과서까지 개정됐다. 이 교과서가 2013년 초등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하여 2016년에야 초중고학생들이 다 같은 교육과정으로 배우게 된다. 

포럼의 주제 발표자는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교수이고 이번 국가교육과정개정 연구위원회 위원장인데 정말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일까? 만약 정말 그렇게 알고 있다면 무능하고 자격이 없는 것이며, 알고도 그랬다면 학자로서 국민들과 교사를 속이려 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은 교육과정이 정권에 의해 너무 자주 바뀐다는 비판 앞에서 2015개정(안)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잦은 개정에 대한 현장이나 학계의 비판이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일부러 2009년부터 쳐서 교육과정이 오랜만에 바뀐다는 착시현상을 노린 것이 아닌가 싶다. 이대로 가면 관련 보도자료에도 버젓이 6년만에 바뀐다고 발표할 것이고 대부분은 그렇게 믿을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당시에도 교육과정 토론회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진행회차가 바뀌어서 나간 적이 있었다.(관련기사 :수준미달 여론조사에 토론회차 조작까지? ) 노무현정권이 만든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첫 해였기 때문에 졸속개정이란 비난이 많았던 때라 토론회차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또 2011년에 교과교육과정을 바꿔놓고 이름을 2011개정교육과정이라고 하지 않고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이란 복잡한 이름을 붙일 때부터 교육과정 개정 시기를 일부러 숨기기 위한 꼼수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원래 교육과정 이름은 6차, 7차 이렇게 이름붙이다가 2007년개정교육과정부터 개정하는 해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정착되고 있는데 부르기도 외우기도 힘든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2011년 8월에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2009개정'이란 식으로 이름 붙이면 마치 2009년도에 개정된 것처럼 보인다.

전면 개정과 부분 개정의 차이? 결국 교과서 개발 여부에 달려

두 번째로 2009개정교육과정의 모든 요소를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고쳐 교육과정의 질을 높인다는 부분에서 역시 본질을 호도하거나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비춰진다. 먼저 교육과정개정 자체가 표면상 학교교육의 질 개선 목적이 아닌 적이 없다는 면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어떻게 바꿔서 질을 높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논리에 맞다. 그리고 현장에서 교육과정 개정의 관건으로 보는 것은 교과서 개정인데, 이번 교육과정은 각 교과마다 문이과통합을 하거나 교육양을 줄인다며 교과개편안을 연구하고 있다. 결국 교과서가 바뀌면 실질적으로 전면개정이라고 받아들여지는데 부분적으로 고친다는 표현이 왜 나왔는지 현장교사로서나 교육과정 연구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료집을 보니 구체적인 개정내용으로는 문이과통합교육과정, 교과군, 학년군,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개선방안이 나온다. 내용을 보니 관련 연구 내용에 그동안 현장교사포럼이나 전교조에서 연 토론회들의 내용도 군데군데 끼워넣었다. 그런데 초등교사들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인 "교육과정 좀 제발 그만 바꾸라"는 내용은 쏙 빠져있다.

또 2009개정교육과정이 이명박 정권의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를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져 선택교육과정이란 이름으로 학교가 입시학원처럼 변하고 일반고 슬럼화를 발생시킨 문제는 전혀 지적되지 않고 있다. 많은 연구자나 교사들이 결국 이명박정권의 2009개정교육과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는데,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안건드리고 다른 주변부 문제만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자료집에서 제시한 문제들은 교육과정 개정까지 가지 않고 간단한 운영방법 개선으로도 해결될 것이 많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바뀌는 이 혼란한 상황에서 그래도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면 냉철하고 진정성있는 원인진단을 하고 현장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협력교육과 혁신학교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번 2015개정안에서 겉으로 내세우는 것은 고등학교 문이과통합, 창의융합교육, 학생들의 학습부담 감축이다. 동시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지속적으로 토론회와 관련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학계나 현장에서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때문에 할 수 없이 벌어지는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교육과정 내용이나 운영방법, 교과서 내용의 부분적인 수정은 교육과정 전면개정 없이도 가능하지만,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느냐, 검정으로 하느냐의 문제는 교육과정 틀을 완전히 바꿀 때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이나 창의 융합교육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고 창의융합은 창의인성교육에서 말만 바꾼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대학의 학문체계가 분절적으로 나뉘어 있고 소통이 안되는데 교과에서 어설프게 융합, 통합 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게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차라리 혁신 학교들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주제통합수업이나 프로젝트, 협력 수업을 더 확산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인다.

혁신학교의 교육활동을 보면 그간 공교육에서 보여주기 어려웠던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의 통합성, 교사간의 협력적 연구와 수업, 지역과 학교교육과정의 통합 등 발전적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역량중심교육이나 활발한 교육과정 재구성도 이미 많은 진보교육감지역이나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 학생들의 통합적인 교육활동과 인식은 수업시간보다 동아리활동이나 자치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과정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주장도 많다. 

중등교사들은 문이과통합이나 통합형 교과 개발보다 교과내 통합이 더 우선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통합사회, 통합과학 교과가 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안에는 일반사회와 지리, 과학은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이 화학적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따로국밥으로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구성원간, 교사간, 학생간의 협력하는 분위기 조성이 더 중요하지 교과서에 일부 내용을 통합해서 넣는다고 융합인재가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는 수 십년 이어오던 통합교과(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를 오히려 해체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과연 이번 개정안에서 말하는 통합이나 융합의 실체가 무엇인지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2009년이후 교육과정 개정과정에서 우리 나라 학생들에게 구현되는 교육과정은 없이 문서만 바꿔왔다는 것이다. 2009년은 2007개정이 시행되는 첫해였고, 2011년, 2012년의 교육과정 개정도 일부 학년의 적용내용을 가지고 개정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09개정교육과정은 시행되지도 않은 2007개정교육과정을 비판하고 실제로는 7차교육과정 실태조사 내용이 섞여있었다.

최근에 나온 교육과정실태보고서는 2009개정교육과정과 2007개정교육과정 내용이 뒤섞여 있어서 정밀한 진단이 안 되어 있고 그저 문서체제만 분석해 놓은 상태이다. 게다가 세월호참사 이후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런 식의 개정으로 무엇을 얼마나 바꾸고 현장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학생중심 교육과정이나 교육내용 감축도 식상한 주제이다. 2011년에 만든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은 교육내용 20%를 감축했다고 주장했는데 이것도 내용이 많다고 2014년에 각 학교에 핵심성취기준을 보내 재구성을 통해 감축효과를 내라고 하였다. 내용을 보면 교사들이 알아서 하면 될 것을 굳이 세금으로 이런 걸 왜 만들어 보냈나 수긍이 안가고 오히려 현장교사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 많다.

여기에 7차교육과정이 교육내용 30% 감축, 2011개정이 20% 감축을 했는데 왜 제대로 감축이 안되었고 이번에는 진짜로 내용이 줄을까? 한 번 만들때 제대로 만들면 되지 일단 만들어놓고 계속 수정안을 내보내는 것은 학교현장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그동안 감축이란 말은 현장에서 (교육내용)압축으로 느껴졌기에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가 어렵다.(관련기사 : 사회따로 역사따로 초등공부 더 어려워지겠네 ) 결과적으로 제1차 국가교육과정 전문가 포럼 내용을 살펴보았지만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은 현장교사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태그:#2015개정교육과정, #문이과통합, #역사교과서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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