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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창의인재를 기르고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교육과정에 정작 학생들의 미래가 없다는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이런 논란과 관심을 반영하듯 MBC 100분 토론에서(8월 13일)도 미래형교육과정을 다루었다. KBS라디오 열린토론과 TV심야토론에 이어 세 번째다. 방송토론에서 모든 걸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미래형교육과정에 대한 논란이 많아서 각 주장의 근거도 듣고 앞으로의 방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그런데 토론회마다 제기되는 문제이고,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졸속 추진 문제이다.

지난 7월 24일 미래형교육과정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원래 7월 8일에 예정되었던 것이 하루 전에 무기연기되었다가 열렸습니다.
 지난 7월 24일 미래형교육과정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원래 7월 8일에 예정되었던 것이 하루 전에 무기연기되었다가 열렸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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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토론회 차수가 바뀐 거지?

미래형교육과정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6개월 만에 만들어져 문제 진단도 잘못되고 과정의 정당성이 없다고 한다. 찬성쪽은 반년이 아니라 그 동안 계속 논의된 문제들이 결실을 맺은 것이니 졸속이 아니라 한다. 전화토론에 학부모단체 대표라는 분은 본인이 몇 년째 논의에 참여했는데 이제사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증명해주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국가기술교육과학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가 토론회 회차를 조작했다 거나 바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래형교육과정 토론회는 4번밖에 안 했는데 8번째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7월 24일에 나온 토론회 자료집을 보니 정말 그랬다.

'09. 2월부터 현재까지 7차례 국민 대토론회 개최
※ 1차(대구, 2.19), 2차(부산, 2.20), 3차(광주, 2.23), 4차(대전, 2.24)
        5차(서울, 2.27), 6차(부산, 3.20), 7차(광주, 4.24)
- 자문회의 자료집(7월 24일)


   
필자는 지난 2월 27일 서울교대에서 한 1차 토론회를 보고 자료집도 가져왔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5차로 바뀌어버린 것일까? 2차 토론회는 부산이라 직접 가지 못하고 다른 분을 통해 자료집과 이야기를 듣고 오마이뉴스에 연속기사를 내보냈다.

혹시나 잘못 본 것인가 해서 신문기사를 검색했는데 분명 토론회 회차는 1, 2, 3차까지다. 그런데 왜 갑자기 5, 6, 7차로 바뀐 것일까? 하도 졸속추진 이야기가 나오니까 바꾼 건 아닐까? 자문회의가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은 알 수가 없다.

4월에 광주에서 열린 3차 토론회입니다. 그런데 자문회의는 각종 보도자료와 자료집에서 3차토론회를 7차까지 했다고 슬그머니 바꿔놓았습니다.
 4월에 광주에서 열린 3차 토론회입니다. 그런데 자문회의는 각종 보도자료와 자료집에서 3차토론회를 7차까지 했다고 슬그머니 바꿔놓았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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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담기해도 여전히 졸속이네

자문회의는 내친김에 2007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갔다. 국가교육과정포럼에서 나온 내용들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포럼은 처음에 서울시교육청에서 하다가 2008년에 교과부에서 교육과정학회에 운영권을 주었고 필자도 몇 번 다녀왔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미래형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발표자들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걸 갑자기 미래형교육과정 사전연구라고 갖다 붙이는 걸까? 이런 걸 도용이라고 해야 하나? 주워담기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 그간 교육과정 개편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가깝게는 2007년 개정교육과정을 보자.

2007년 개정 교육과정 개편 절차
◦ 교육과정 개정 방향 설정을 위한 기초 연구('04~'05)
◦ 교육과정 개정 시안 연구·개발('05~'06)
◦ 교육과정 개정 시안 제1차 공청회('05. 11~12)
◦ 교육과정 개정 시안 현장 적합성 검토('06. 4~10)
◦ 교육과정 개정 시안 제2차 토론회·공청회('06. 12.~'07. 1.)
◦ 각계·각층의 여론 수렴 협의회('07. 1. 31.)
◦ 교육과정 심의회('04. 9.~07. 2.)
- 교과부 보도자료

이 교육과정은 7차교육과정의 큰 틀을 둔 채 내용만 바꾸는 수시개정인데도 연구에만 3년이 걸렸다. 7차 시행 첫해인 2000년부터 교육과정평가원 등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여러 협의와 토론회를 했지만 이런 과정은 개편절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들끼리는 연관성이 하나도 없어서일까?

교육내용을 30% 줄이고 수준별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등 큰 변화를 가져온 7차 교육과정은 1995년 5 ․ 31개혁안 발표부터 1997년 12월 고시까지를 연구기간으로 잡고 있다. 5·31개혁안 발표하기 전에 수많은 회의를 했을 텐데 이런 건 넣지 않았다. 자문회의가 이것 저것 다 주워담아도 졸속논란은 피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준비 안된 정책은 사교육만 불러와

혹자는 왜 절차만 물고 늘어지느냐고 한다. 학습 부담도 줄이고 내용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미래 청사진이고 학교에서는 교육활동 설계도와 지침서가 된다. 판사들이 법률에 의해 재판을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개편 과정에서 나온 모든 이야기가 교사들에게는 수업에서 고려할 내용이 되고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전문성을 기르는 것이며 사회도 뒷받침을 할 수 있다.

김용일 교수(해양대)는 교육과정개편작업은 태산을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과정이 압축되고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교사들도 무엇을 해야 할지 어리둥절해지고 학부모는 불안하다. 이럴 때 가장 빠른 곳이 사교육 시장이다. 그 동안 항상 "취지는 좋은데, 여건이 안 받쳐준" 정책들은 사교육 시장의 먹이가 되었다.

미래형교육과정, 대체 넌 누구니?

미래형교육과정은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10개 교과를 7개 교과군으로 줄인다는데, 교과통폐합은 아니라고 한다. 선진제도라고 선전하는 집중이수제는 2007개정 교육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새교육과정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왜 또 바꾸냐 하면 내용은 바뀐 게 없고 운영체제만 바뀐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TF팀 연구 학자들 간에도 전면개편이냐 부분개편이냐 의견이 엇갈린다. 이렇게 엉터리면서 고시도 안 한 교육과정으로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라고 공문을 내는 교육청도 있다.

교과교실제 도입도 미래형교육과정과 연관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수능과목 줄이고 사교육비 줄이는 게 미래형교육과정이라고 한다. 국영수, 특히 영어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는데 예체능이나 윤리, 기술가정이 축소대상이다. 학교자율화조치에 교육내용을 20% 선택하라는 교육과정개편내용이 나오는데, 교과부 담당자는 이건 교육과정이 아니란다. 기초학습을 이야기하다가 생뚱맞게 1, 2 학년 6교시 돌봄교육을 해야 한다고 한다. 기초 학력을 높이기 위해 공부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건지, 맞벌이 부부가 많아 6교시까지 보육을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100분토론에서는 미래형교육과정의 중심 내용을 입학사정관제로 풀어나갔다.

교육과정이 바뀌는데 교과서는 새로 안 만들고 그냥 쓴다고 한다. 교과내용도 안 바꾸는데 무슨 교육과정 개정이냐고 하면 그래도 혁신적인 개편이라고 한다. 정작 교과서 집필진들은 미래형교육과정 때문에 교과서도 제대로 못쓸 정도라고 한다. 자문회의는 방향만 제시하고 교과부가 만들어야 하는데 감놔라 배놔라 다 하는 건 잘못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졸속 논란에 부실 논란까지 생기는 이유이다. 이 때문인지 7월 24일 토론회를 보면 토론자들이 바뀐 내용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숱한 질문에 연구진은 답변도 하지 못했다. 국가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자기들끼리 비밀연구하고 토론회에 안 온 사람은 자료집을 구하지 못해 내용도 모를 정도였다. 그나마 내용이 제대로 공개된 것이 이 때가 처음이다.

과거 열린교육이 이것도 열린교육이다, 저것도 열린교육이다 갖다붙여 철학이 부족하고 수업기술만 요란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찬반논란을 떠나 명색이 국가 교육과정인데 정말 이렇게 허술할 수가 있는 것일까? 이런 교육과정에 우리 아이들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교사이자 학부모로서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여론조사인지 여론조작인지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많이 하는 여론조사에 대한 비판도 많다.

첫째, 여론 조사가 짜맞추기라는 점이다.

통상 설문조사는 연구를 하기 전에 기초조사로 진행이 된다. 이 내용을 반영해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연구를 다 끝내고 시안을 발표하기 직전 6월 22~23일에 진행이 되었다. 이러니 연구에 유리한 것만 설문에 넣어 짜맞추기 밖에 안되고, 이건 연구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다.

설문 조사 내용을 보면 우리 교육에 획일적이고 성적위주 관행이 있어 문제라고 보느냐 마느냐 하고 나오는데 아니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초등 저학년을 3시까지 봐주겠다는 것은 수업을 한다는 것인지 보육을 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 외에도 다른 연구에서 불리하게 나온 내용은 빠뜨렸다는 비판도 있다.

둘째, 여론 조사를 하면서 2007년 개정교육과정을 두고 한 것인지, 미래형교육과정을 두고 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는 비판이다. 학생들의 학습량 부담을 줄이자고 하는데 그래서 2년 전에 새교육과정으로 개정을 하고 지금 교과서까지 만들고 있다. 수시개정도 이미 들어있는 내용이다. 현재 교육의 문제점은 7차 교육과정이니 설문에서 나온 불만사항이다. 그래서 2007개정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이런 기초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게 설문을 받고 교사도 잘 모르는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전화로 두루뭉실하게 물어서 근거자료로 쓰는 것은 너무 궁색한 논리라는 비판이 토론회에서부터 나왔다.

셋째, 모집단설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교사 500명, 학부모 500명을 받았는데 교사들중에서 교장, 교감 비율이 너무 높아 타당성이 없고 연령대비율에서도 표본오류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진보신당은 자문회의가 학교자율화부터 벌써 세 번째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걸 보니 삼진아웃제라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우리 교육이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고 여러 문제가 중첩되어 해결방법이 쉽지 않다는 것은 국민들도 이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문제의 근본을 살펴 어떻게 해결해가려고 하는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나씩 추진해가도 어려운 문제이다. 그런데 당장 현장에서 가르쳐야 할 교사들도 제대로 내용을 모르고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진보신당 정책논평전문>
- 자꾸 반복되는 교장, 교감 위주의 엉터리 여론조사, 이젠 그만하기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는 21일 <교육과정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교육과정의 개편에 대해 학부모와 교원의 70%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자문회의가 제시한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의 방향과 일치한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결과는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하여 6월 22일과 23일에 걸쳐 전국 초중고 학부모와 교원 각 500명 등 총 1천명에게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표본에 문제가 있다. 교원을 대상으로 한 부분에서 교장과 교감이 과대 표집되었다. 2008년 초중고 재직 교원, 즉 모집단은 교장과 교감 5.8%(21,568명), 보직교사 21.4%(79,596명), 평교사 72.8%(271,058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여론조사에서는 교장(감) 25.4%, 부장교사 27.4%, 평교사 47.2%가 표본으로 추출되었다. 교장과 교감이 모집단에 비해 4배 이상 많이 조사된 것이다.

표본의 오류는 연령별 교원 현황에서도 보인다. 모집단은 19~29세 16.8%, 30대 30.0%, 40대 31.9%, 50대 이상 21.3%인데 반해, 정부의 여론조사는 19~29세 8.8%, 30대 19.8%, 40대 31.2%, 50대 이상 40.2%이다. 40대와 50대 이상이 모집단에 비해 많다. 교장, 교감, 부장교사 위주의 여론조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문회의의 이번 여론조사는 신뢰하기 어렵다. 관리자 위주의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정부의 '미래형 교육과정' 추진을 정당화한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비슷한 오류를 지니고 있는 여론조사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3월의 교원평가 여론조사 결과, 5월의 학교자율화 여론조사 결과도 같은 기관에 의뢰하면서 동일한 문제가 반복된 바 있다. 3월 조사에서는 교장과 교감이 표본 513명 중 105명으로 20.4%에 달하며, 5월 조사에서는 529명 중 108명으로 20.4%이다.

여론조사 방식도 교원에게 직접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형태로 동일하다. 학교로 전화했을 때 누가 받는지 또는 누구에게 돌리는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전문가의 검토와 함께 관련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선 학교의 관리자들 위주로 여론조사를 한 후, 마치 전체 교원의 의견인 양 발표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럴 바에는 그냥 전국의 교장, 교감과 장학사만 데리고 조사하기 바란다.

또한 비슷한 행위가 3, 5, 7월 등 세 번이나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음주운전도 3번 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엉터리 여론조사도 3번 하면 비슷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이젠 그만 하기 바란다. 여론조사에 들어가는 예산이 아깝다.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2009년 7월 21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덧붙이는 글 |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책의견수렴 절차와 과정도 결과만큼 중요합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은 시급한 추진보다 현장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가는 것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태그:#미래형교육과정, #토론회차 조작, #진보신당, #2007개정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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