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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2015개정 국정 역사교과서를 1년 연기하고 국검정 혼합 사용 방안을 발표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문제가 남아있지만, 중등의 경우 2015년 9월 23일에 고시할 때 중학교는 2018년, 고등학교는 2019년부터 적용한다고 했다가 역사만 2017년으로 당겼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정작 문제는 초등에 있다. 초등학교는 오는 3월부터 2015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될 예정인데, 교육과정 자체나 준비 면에서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 받는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하였는데, 준비 과정에서 많이 후퇴하였다. 초등의 경우 1, 2학년 수업시수가 늘어나고 소프트웨어교육, 교과서 한자병기 등 큰 변화가 있다.

현장 적용도 안 한 교과서로 가르치라고?

2015개정교육과정은 2015년 9월 23일에 고시하고 2017년 3월에 시행 예정이다. 그동안 교육과정 중에서 준비기간이 가장 짧다. 원래대로라면 1, 2학년 현장검토본 교과서(과거 실험본 교과서)를 만들어서 전국의 연구학교 및 국립초등학교에서 교과별로 적용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수정해서 학교에 보급해야 하지만, 지난해 7월 교육부가 '교과용도서 개발 체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과정이 빠졌다.

2007개정과 2015개정 교과서 개발 비교
* 2007개정 국정 교과서 개발 추진 계획('09. 3월 적용 교과서)
: 교과서 개발 계획 발표('07. 3.) → 교과서 연구 개발 기관 선정('07. 4.) → 교과서 개발('07. 5.~8. 4개월) → 교과서 실험본 심의('07. 9.~11. 3개월)  → 실험본 인쇄('07. 11.~'08. 2.) → 실험본 적용('08.) → 실험본 수정․보완('08.)  → 적용('09. 3.)  <교육부 07.2.23 보도자료>

* 2015개정 국정 교과서 개발 추진 현황 ('17. 3월 적용 교과서)
:교과서 개발 계획 발표('15. 9. 25) → 교과서 연구 개발 기관 선정('15. 10.15) → 교과서 개발, 심의('15. 10.~16. 2월, 4개월) → 현장검토본 검토('16.) → 현장검토본 적용(안함) → 수정․보완 → 적용('17. 3.)  <교육부 국정도서 공고 자료 재구성>

* 2007개정교과서는 교과서 개발과 심의가 7개월 걸렸지만 2015개정교과서는 개발과 심의기간을 합쳐서 4개월로 짧고, 학생들에게 사전에 가르쳐보지도 않고 전국에 실시하려고 함.

교육부는 '현장검토본 적용'을 뺀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먼저 연구학교를 중심으로 현장검토본을 기존 교과서와 동시 적용 하면서 학생들의 높아진 학습 부담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고, 두 번째로는 현장검토본의 완성도를 보다 높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대신 "현장검토본(과거 실험본)에 대한 감수 및 심의를 강화해 학생들의 발달단계와 수준에 적합한 교과서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교과용도서 개발체제 개선 보도자료 교육부는 2015개정 교과서를 적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적용하고 검토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보도자료만 보면 똑같이 현장적용이라고 하고 어떻게 보면 훨씬 검토방식이 강화된 것으로 보여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속아넘어갔다는 반응이다.
▲ 교육부 교과용도서 개발체제 개선 보도자료 교육부는 2015개정 교과서를 적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적용하고 검토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보도자료만 보면 똑같이 현장적용이라고 하고 어떻게 보면 훨씬 검토방식이 강화된 것으로 보여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속아넘어갔다는 반응이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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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보다는 현장적용을 오래, 제대로 하는 방향이 옳다. 1, 2학년 교과서는 교육과정 개정기마다 가장 먼저 만들어서 연구기간이 짧다. 특히 1, 2학년 특성상 교과서에 나오는 삽화나 낱말, 개념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달라진다. 교과서 집필진은 이 과정에서 나온 학생들의 반응을 토대로 교과서를 수정하고, 교육청별로 현장검토본으로 직접 수업해본 교사들이 일반 교사를 상대로 교육과정 연수를 열어 교육과정 적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가장 중요한 이 과정을 빼먹었다. 2015년에 교과서 검토 방식을 바꿔, 현장 적용하지 않고(필요한 단원만 하라고 함) 일부 학교와 연구회에서 검토를 해서 다음해에 전면적용을 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고도 보도자료에는 똑같이 "현장검토본 적용"을 한다고 기재해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 교과서 개발진 중에서도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그동안 연구학교가 비교적 교육열이 높은 교대나 사대 부속학교가 대부분이기에 이곳에서 적용을 해도 현장에 나오면 일반적인 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연구학교와 검토를 하는 교사들도 교과서를 이렇게 부실하게 검토해도 되냐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2015개정교과서를 무리하게 적용하기 보다는 2017년 1년간 연구학교에서 제대로 적용하여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더 어려워진 수학교과서로 가르치라고?

그렇다면 현장검토본 교과서 내용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현장검토본 교과서는 현장에서 볼 수가 없다. 시민단체 '사교육없는세상'이 교과서를 구하여 분석해 본 결과 지금 배우는 교과서보다 내용이 축약되고 생략되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국어 교과서 수준과 맞지 않고 양이 줄어 어렵고 불편한 수학 교과서
▲ 한글 기초교육을 강화한 2015 개정 국어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 어려운 수준의 문장과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용어 및 수학 전문 용어, 외래어(연결큐브, 우즐카드, 퀴즈네어 막대, 속성블럭, 수 배열표 등)들이 다수 기술되어 있고, ▲ 초등 입학 전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내용과 빠른 진도로 기술되어 있고, ▲ 그림과 삽화의 크기가 너무 작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학생들의 이해와 흥미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큼.

또한,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수학익힘책은 ▲ 문장이 길고 지시문이 많아 학부모의 도움과 선행학습 없이는 불가능한 문제들이 많고, ▲ 해당 교과서에서 배우는 수준을 넘어서는 난이도 높은 문제와 상위 학년에서 배우는 과정이 다수 존재함.

- 2016.8.25.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 보도자료

2015개정교육과정은 행복교육을 위해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공부할 양을 줄이고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려운 교과서에 허덕여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공개된 역사국정교과서는 많은 돈을 들여 만들었지만 공개 후 "부실·졸속 교과서"라는 비판을 들었다. 어렵고 제대로 적용도 안 한 교과서를 현장에 뿌려 학생들을 피해자로 만들기보다 지금이라도 현장검토본을 모든 국민에게 공개하고 재검토를 받아야 한다.

수업시간은 늘리고 대책은 없고? 저학년 담임 기피 현상 자초

올 3월부터 시행될 2015개정교육과정은 1, 2학년 수업시간을 주당 1시간씩 늘려놓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교육 강화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업시간만 늘리고 교사 증원 계획은 아예 없고 인프라 형성도 거의 안 되어 학교에 부담을 다 밀어놓은 상황이다.

현재 초등학교 상황을 보면 이후 1, 2학년만 전담교사가 없어 교사들의 수업 부담이 가장 큰 학년이다. 여기에 가정 해체와 경제 위기가 날로 심화하면서 저학년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보조교사나 복수담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핀란드는 1학년에 특수교사를 배치하여 출발점부터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이 새로 바뀌는 데다 수업시간만 늘리고 대책이 없으니 현장에서는 1, 2 학년 담임을 안 하겠다는 이야기가 지금부터 나오고 있다.      

8년째 바뀌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2015개정을 추진하자 현장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얼마나 반대가 심했는지 교육부에서 하는 연수에 가면 관계자가 "선생님들이 교육과정 개정 반대하는 거 다 압니다, 그런데 저희가 얘기해도 안 되고 이미 다 정해졌습니다"라며 예정대로 연수나 회의를 진행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교육과정은 미래 교육의 설계도인데, 이 설계도가 2009년도에 2007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된 이후 2016년만 빼고 해마다 교과서가 바뀌고 있다. 초등학교는 기초교육인데 해마다 교육내용이 바뀌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바뀐 내용과 체계가 채 자리 잡기도 전에 교육과정이 또 바뀌니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진보교육감들이 시행한 혁신학교 정책으로 학교가 교육과정과 학생 생활 교육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해에는 모두가 실험대상이 되고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교육과정은 개발과 시행 기간 사이가 가장 짧고 그만큼 준비나 검토도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거의 모든 역량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쏟았다고 볼 정도로 교육과정 개정이 형식적이라고 평가한다. 교육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2015개정교육과정 시행을 1년 이상 연기하고 제대로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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