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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제3회 더불어함께 입학식'을 마친 전국의 '나홀로 1학년'들과 학부모, 선생님 60여명이 오마이스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0일 '제3회 더불어함께 입학식'을 마친 전국의 '나홀로 1학년'들과 학부모, 선생님 60여명이 오마이스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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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누구에요? 왜 우리방에서 자고 있어요?"

늦잠을 잘 것 같았던 친구들은 예상을 깨고 새벽(?)부터 분주했다. 오전 5시부터 깨어나는 아이가 하나 둘씩 생기더니 6시 30분이 넘자 거의 모두가 일어나서 방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먼저 일어난 아이들이 흔들어 깨워도 투정 한 마디 없이 벌떡 일어난다. 학교 가는 일상이 아니라 눈 뜨자마자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가 시작되는 하루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홀로 입학생 캠프 어린이들이 첫날 묵었던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 유스호스텔의 10일 아침 풍경이다.

기사를 마무리하느라 밤이 늦도록 잠을 자지 못했던 기자는 이 상황이 꿈이길 바랐다. 아이들은 기자의 이불을 계속해서 들어올리며 '누구냐'고 묻는다. 전날 잠이 들 때까지만 해도 이 방에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눈에 띄어 이상한 모양이었다. 좀더 자려 했지만 급기야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기자의 몸을 밟기 시작하자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일어나마. 즐거움으로 가득찬 너희의 오늘 아침을 불청객의 늦잠이 망쳐서는 안 되겠지.'

뮤지컬에 흠뻑 빠져들다

아침부터 한바탕 놀이를 끝낸 아이들이 처음으로 간 곳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공연장. <오즈의 마법사>라는 제목의 어린이 뮤지컬 난타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숙소를 떠나기 전부터 "오즈의 마법사가 뭐냐" "나도 오즈의 마법사를 들어본 적이 있다"며 관심을 보였던 아이들은 공연장 좌석에 자리를 잡고 나자 더욱 조급해 했다. 여기저기서 "공연 언제 시작하냐"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았다. 

제3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난타 공연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제3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난타 공연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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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우성은 공연이 시작하자 고스란히 열광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스토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갑자기 무대 위 '사자'가 쓰러지자 객석에서는 "사자야 일어나, 일어나라구"라는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들렸다. '허수아비'가 주인공 '도로시'를 자꾸만 '도시락'이라고 부를 때마다 아이들의 웃음이 뻥뻥 터졌다.

공연을 마친 후에도 이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는데, 그러던 중 성현이(유등초등학교)가 한마디 했다. "선생님, 이제 놀이기구 타러 가요." 이 한마디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오마이스쿨' 아이들 가득찬 진짜 학교 되다

10일 오후 3시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캠프 일행 60여 명은 인천 강화도에 위치한 '오마이스쿨'에 도착했다. '오마이스쿨'은 <오마이뉴스>가 폐교를 개조해 교육 및 숙박 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오마이스쿨'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각기 다른 공간으로 헤어졌다. 아이들에게는 친교를 위한 체육활동 시간이 주어졌다. 남자아이들에게는 역시 공놀이가 인기였다. "고향에서도 축구를 많이 해봤다"던 이 아이들은 몇몇 무리를 이루어 운동장에 모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공을 찼다.

'나홀로 1학년'들이 '더불어 함께 입학'을 앞두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나홀로 1학년'들이 '더불어 함께 입학'을 앞두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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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은 주로 방 안에서 놀았다. 삼삼오오 모여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오랜 사귄 친구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얌전히 놀았을까? 그건 아니었다. 방 안에 일렬로 나열돼 있는 침대 위를 훌쩍훌쩍 뛰어다니는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종종 포착되고는 했다.

'오마이스쿨'이 오랜만에, 쉼없이 떠들어대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오래 전에 문을 닫고 오마이스쿨로 변신한 '신성초등학교'가 이날 하루 잠깐 부활한 것 같았다.

"도시생활 동경 그만하고 일관된 길 걷는 부모 되고파"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안 부모님들에게는 '공부'의 시간이 주어졌다. '글로벌 부모교육 센터' 강은미 대표의 강연이 있었던 것.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이 행복해질 것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는 것"이라며 "내 아이에게 '미안해' '고마워''사랑해' 이 세 마디를 많이 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자"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라"고 주문했다.

부모님들은 강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 메모까지 해가며 강연에 집중하는 부모님도 여럿 있었다. 그동안 아이를 '나홀로 1학년'으로 지내게 하며 부모로서 복잡한 심경을 많이 느꼈을 터. 이들에게 강 대표의 강연은 어땠을까.

"산골 생활이 너무 좋지만 애들 교육 문제 때문에 가끔 도시 생활을 동경하게 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강연을 듣고 선생님 말씀처럼, 주관을 갖고 일관된 길을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게 되었다. 아름다운 눈과 입, 귀를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소희 엄마 김미선씨, 경북 상주)

유진(전남 고흥 녹동초등학교 소록분교)이 아빠 민현태씨도 "우리 나이대의 아버지들이 갖기 쉬운 권위주의를 버리고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해야겠다"며 "아이와 아내를 바라보는 인식을 많이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민씨는 아내의 직장 때문에 올1월에 서울에서 시골로 이주했다고 한다. "아이 교육 때문에 가족 전체가 이사가는 것을 한사코 반대했었다"던 민씨는 "여전히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아이가 경쟁 없는 환경에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것만은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민씨는 이미 한 교회가 주관하는 '아버지 학교'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열성적인 아빠였다.

'더불어함께 입학식' 입학생들이 다함께 노래부르다

제3회 더불어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아이들이 오마이스쿨 대강당에서 일일교장 김순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제3회 더불어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아이들이 오마이스쿨 대강당에서 일일교장 김순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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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더불어함께 입학식에 참가한 박소희양이 김순래 일일교장선생님으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고 있다.
 제3회 더불어함께 입학식에 참가한 박소희양이 김순래 일일교장선생님으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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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앞다리가 쏘옥..."

오후 5시쯤 열린 '더불어 함께 입학식'의 축가는 아이들 스스로가 불렀다. 30여 명의 아이들이 앞으로 나가 함께 노래를 부른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을 거다. '올챙이송'이 생뚱맞게 축가로 선정된 이유는, 모든 아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있는 유일한 곡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입학식은 이번 행사에서 놀이 공원에 가거나 공연을 보는 것만큼 아이들의 관심이 큰 행사는 아니었다. "에버랜드 언제 가냐"고 물은 학생들은 많았지만, "입학식 언제 하냐"고 물은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입학식 언제 하는 줄 아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게 뭔데요?"하는 아이는 있었다. 1학년들이 입학식이 뭔 줄이나 알겠나 말이다.

하지만 막상 입학식이 시작되고 선물 보따리를 받게 되자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의자에 앉을 때도 이 보따리를 땅바닥에 내려놓는 아이는 드물었다. 모두가 하얀 봉투를 꼭 끌어안고 있는 풍경은 진풍경이었다.

이날의 일일 교장 선생님은 강화여자중학교 김순례 선생님이었다. 김 선생님은 "올해가 유엔이 정한 생물종 다양성의 해다. 여러분들도 시골에서 왔겠지만 강화야말로 정말 생태 다양성이 뛰어난 곳이다. 나중에 친구들과 갯벌체험을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축사를 해주었다. 아이들 하나하나는 각기 교장 선생님의 손을 잡고 축하와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입학식 의미 아직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때도 아이들은 '더불어함께 입학식'의 의미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입학식이고 뭐고 사실은 친구들과 노느라 바빴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오히려 사진 찍느라 바쁜 부모님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입학식이 아니었을까. 친구들과 함께하는 입학식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해 둘 몫은 아직 부모님에게 있다. 부모님들이 보관해둔 사진은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날이 온다.

비록 지금 당장은 아이들에게 오늘의 입학식이 '선생님한테 선물 꾸러미 받았던 날'로만 여겨진다 하더라도, 시일이 흘러 아이들이 앨범을 들쳐볼 때가 되면 '더불어함께 입학식'에 대한 기억은 남다른 추억으로 떠오를 테다. 특히 오늘 생일을 맞은 안나(지도초등학교 어의분교)에게는 두 배의 의미가 담긴 입학식이 될지도. 2박 3일간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사진은 책 형태의 앨범으로 제작돼 캠프가 끝난 후 아이들의 집으로 배달될 예정이다. 개인형 포토북 제작사이트 '스탑북'이 이를 후원한다.

입학식을 끝낸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에 모여 캠프파이어를 하며 더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영주(전북 정읍 도학초등학교)는 장기자랑을 위해 준비해온 오카리나 공연을 펼쳤고, 뒤이어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을 들고 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우리의 '나홀로'들을 '더불어 함께' 비추고 있었다.


태그:#더불어 함께 입학식, #나홀로 입학생, #오마이스쿨, #스탑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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