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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담장을 사이에 두고 분양아파트 주민과 임대아파트 주민 간의 갈등이 깊었던 광주 동천 주공아파트 단지사태. 이번 사태를 몇 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 <오마이뉴스>가 파악한 갈등의 출발점엔 주공이라는 공기업과 광주광역시 등 행정당국이 있었습니다. 주민 갈등을 조장하고 방조하는 공기업과 행정당국의 실태를 고발합니다. [편집자말]
2단지 주민들이 자신들이 친 40m 철제담장을 지난 11월 20일 자진철거했다. 하지만 주공이 불법적으로 친 221m 철제담장은 아직도 광주 동천주공 1단지와 2단지를 가로지르고 있다.
 2단지 주민들이 자신들이 친 40m 철제담장을 지난 11월 20일 자진철거했다. 하지만 주공이 불법적으로 친 221m 철제담장은 아직도 광주 동천주공 1단지와 2단지를 가로지르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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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친 담장 40m는 철거됐다. 하지만 그보다 긴 221m 담장은 아직도 1단지와 2단지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기가 막힌 것은 처음부터 시행사인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가 교통영향심의평가를 무시한 채 불법적으로 담장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0일 '사유재산 보호' 등의 이유로 철제담장을 쳤던 광주 북구 동림동 주공아파트 2단지(95㎡/29평형과 109㎡/33평형 분양아파트) 주민들은 스스로 40m 철제담장을 철거했다.

2단지 한 주민은 "우리는 주공으로부터 사유재산을 정당하게 인정하게 받고 싶었을 뿐, 1단지 주민들과의 갈등을 부추기려 담장을 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주공 측이 분양입주자들에게는 '사유지'라며 분양가를 계산해놓고는, 어떤 보상도 하지 않은 채 개인 사유지에 공공보행통로를 만든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1단지(52㎡/16평과 62㎡/19평,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2단지 주민들의 결정을 반기며 "주공 측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1단지 임대아파트 주민대표자회의'를 추진하는 한 주민은 "주공 측이 자신의 잘못을 주민 갈등으로 얼버무리고, 2단지 주민들을 '님비' 장본인처럼 만들어버린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이 친 담장은 철거되고 주공이 친 담장만 남았다

주민들의 지적은 정확했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주공 측은 교통영향평가심의결과를 반영한 애초의 '광주 동림2지구 택지개발사업 기본설계 및 지구단위계획'을 무시하고 공공보행통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불법적으로 철제담장 221m를 쳐버렸다.

문제는 이 불법 시설물이 주민들 간의 갈등 뒤로 숨은 채 12월 1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2단지 주민들이 친 40m 담장에 비난이 쏟아지는 동안, 정작 더 큰 불법시설물인 221m 철제담장을 설치한 주공, 이를 방치한 광주광역시와 북구 등 행정당국은 '주민 갈등에 곤혹스러워하는 중간자'가 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개발과 공동주택 건립 등의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교통영향평가심의를 거치게 돼있다. 심의에서는 사업 시행이나 시설 설치로 발생하는 각종 교통상 문제점을 검토·분석한다.

이 시행령에 근거해 광주광역시는 '광주 동림2지구 택지개발사업 기본설계 및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할 교통영향평가심의위를 구성해 그 결과를 주공 측에 통보했다.

주공은 '공공주택단지의 규모와 배치에 관한 계획'에 "단지 내 동선은 교통영향평가를 반영한다"고 스스로 명토박고 있다. '단지 내 동선'이란 공공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동하는 차량과 보행자·자전거의 동선을 의미한다.

특히 이 기본계획에는 "교통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반영, 학교 이용 동선을 고려, 동서축 공공보행통로로 계획"하고, "보행자 및 자전거 동선은 학교·공원·녹지 등의 오픈스페이스 및 주변 보행결절점과 연계 설치하고, 그 폭원은 최소 각 1.5m 이상으로 확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공이 불법적으로 설치하겠다고 설계도면에 반영한 '담장 추가 설치구간'. 공공보행통로에 불법적으로 담장을 설치하겠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주공이 불법적으로 설치하겠다고 설계도면에 반영한 '담장 추가 설치구간'. 공공보행통로에 불법적으로 담장을 설치하겠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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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한 주공, 교통영향평가 심의결과로 설정한 공공보행통로에 담장 설치

이에 따라서 애초 주공이 광주시에 제출한 '광주 동림2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 계획도면'에는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총 길이 261m의 공공보행통로가 설계돼 있다. 교통영향평가 심의의견 어디에도 공공보행통로 261m에 철제담장을 쳐도 된다는 의견이 없으며, 애초 계획도면에도 철제담장에 대한 설계구상이 없다.

그러나 주공 측이 2007년 3월 관련 행정당국에 제출한 설계도면에는 '담장 추가 설치구간'이라는 설계변경 문구가 등장한다. 기본계획에서 교통영향평가심의결과에 따라 공공보행통로로 지정됐던 261m 구간 중 좌측 102.23m와 우측 119.20m에 담장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중대한 설계변경이 불법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행정당국은 당시에는 물론 현재까지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교통영향평가법 시행령 23조에는 '재협의' 조항이 있다. 교통영향평가심의를 받고 협의내용을 통보받은 사업에 대하여 추진과정에서 계획이 변경될 경우 변경내용을 정리하여 다시 교통영향평가 행정절차를 이행하라는 조항이다.

즉, 법대로 한다면 주공과 광주광역시는 교통영향평가심의위를 다시 구성해서 공공보행통로로 지정된 261m 구간에 철제담장을 쳐도 되는지 면밀한 분석과 검토를 했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설명회 및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심의결과물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법이 명시한 그 어떤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주공 측은 불법적으로 설계변경을 하고 불법시설물을 설치한 것이다.

주공 "시와 재협의하지 않았다"... 광주시 "교통영향평가 반영했으면 됐지...."

이에 대해 주공 측은 처음엔 "지난 2006년 12월 광주광역시에 담장 추가 설치에 따른 설계변경 신고를 했다"고 주장하다가, 12월 1일엔 "광주시에 교통영향평가심의결과에 따른 설계변경에 대해 재협의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 관계자는 "담장 설치에 따른 설계변경이 불법인 줄 알고도 추진했냐"는 질문엔 "더 이상 깊은 대답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관련 행정당국인 광주시와 북구는 서로 "우리 관할이 아니다"면서 '핑퐁' 해명을 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 심의결과에 따라 공공보행통로를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했다"며 "주공은 준공 검사를 자체로 하는 만큼 기본설계에도 없는 담장을 쳤으면 주공이 문제고, 관리문제 역시 준공 이후이기 때문에 북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구 관계자는 "이 담장은 설계의 문제로, 이미 광주시에 제출한 도면에 '담장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문구가 있는데 어떻게 우리 책임이냐"고 항변했다.

앞서 인용한 교통영향평가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추진 주체가 교통영향평가심의결과를 무시했을 경우에 해당 지자체는 과태료 부과, 형사고발 등을 할 수 있다. 즉 주공이 교통영향평가 심의결과를 무시하고 불법시설물을 설치한 것에 대해 광주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주공은 1000가구 이상이 입주해 있는 공동주거지역엔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있는 복지 관련 시설을 광주 주공 동천마을 1단지 주민들이 입주한 지 일 년이 넘도록 마련하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취재에 들어가자 주공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계획이 없었는데 탁구대 두 대를 앞으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가 "그게 복지시설 운영의 전부냐"고 되묻자 "앞으로 차차 구청 등에 알아봐서 하겠다"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다른 건설사와는 달리 주공은 준공 검사권을 스스로 갖고 있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부여한 특별한 권한이다.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은 주공의 탈법의 선이 도를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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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공, #아파트, #주택공사,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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