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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담장을 사이에 두고 분양아파트 주민과 임대아파트 주민 간의 갈등이 계속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 갈등의 핵심엔 사유재산과 공공성 등에 대한 이견이 깔려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태를 몇 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할 계획입니다. 이는 비단 광주 동천주공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도시공동체는 어떻게 꾸려져야 하고, 이웃 갈등의 합리적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말]
한 현직 공무원은 국토해양부의 회신을 잘못 이해하고 "담장설치에 법적 근거가 있다"며 주민들에게 담장설치를 강력히 주장했다.
 한 현직 공무원은 국토해양부의 회신을 잘못 이해하고 "담장설치에 법적 근거가 있다"며 주민들에게 담장설치를 강력히 주장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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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현직 공무원들이 '아파트 단지 내 철제담장 설치'를 주장하며 사실상 주민갈등을 부추기는 글과 공문을 작성하고 이를 부추기는 언행을 한 것으로 밝혀져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겠다는 등의 이유로 2단지(95㎡/29평형과 109㎡/33평형 분양아파트) 주민들이 철제담장을 쳐 1단지(52㎡/16평과 62㎡/19평, 임대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광주 북구 동림동 주공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논란이다.

주공과 2단지 분양가에 포함된 사유지 보상 논란으로 촉발된 철제담장 사태가 급기야 1단지 동천마을(1442가구)과 2단지 동천휴먼시아(698가구)를 갈라놓고 맞고소로 이어지는 파국을 맞고 있다.

문제는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주민갈등을 조정하고 화해시켜도 시원찮을 현직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 주민간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들이 자신의 신분을 주민들에게 적극 알리지 않았더라도, 이같은 사실을 충분하게 인지할 수 있는 지역사회이기에 공무원들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직교사 "범죄 증가한다, 담장 설치하라" 공문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K씨는 지난 2007년 2월 주공에 보낸 '경계담장 추가설치'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담장설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1단지 주민의 이용으로 범죄율의 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적어 사실상 1단지 주민들을 잠정적인 범죄인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범죄율 증가'는 현재 담장설치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는 2단지 일부 주민들이 즐겨 대는 근거다. 심지어 2단지 입주자들의 카페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들의 대부분이 한동네에 살고 있는, 그것도 피해 어린이집에서 불과 몇백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어른들의 소행"이라면서 사실상 1단지 성인 주민들을 흉악범으로 단정 짓는 글이 버젓이 올라오기도 했다.  

K교사는 담장설치와 관련 주민갈등이 야기되는 글이 오르내리는 2단지 입주민 카페의 카페지기를 맡기도 했다. K교사는 "카페 운영을 맡을 사람이 없어서 맡았을 뿐이며, 지난 2월 카페지기 양도의사를 밝혔지만 양도받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오늘(10월 30일)에서야 다른 이에게 카페지기 권한을 양도했다"고 밝혔다.

또 K교사는 "당시 작성된 공문은 내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당시 계약자협의회 회의내용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면서 "범죄율 증가라는 표현도 1단지 주민들이 와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 아니라 1단지를 통해 들어온 차량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K교사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공문도 안보내고, 카페도 안 맡았을 텐데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매우 곤혹스럽다"면서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기관의 한 지방 출장소에 근무하고 있는 J모씨도 지역 주민들의 담장 논란과 관련, 주민 갈등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그는 특히 2단지 주민들의 인터넷 카페에 '우리 아파트 사유지, 강탈일까요, 헌납일까요' 등의 제목으로 수차례 글을 올리고 담장 설치를 주장했다.

J모씨는 공무원인 본인이 직접 나서 국토해양부에 "담장을 설치하는 데 있어서 허가를 받아야 하나" 등의 민원을 넣기도 했다. 

공무원 J씨, "퇴근 후 자연인 신분으로 활동했을 뿐"

더구나 J씨는 국토해양부가 "담장을 설치할 수도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지정·관리·허가권자인 해당 지자체 공원관리청의 안내를 받으라"고 답했음에도 마치 담장을 쳐도 되는 것처럼 카페에 글을 올리고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담장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J씨의 이 같은 언행은 지난 8월 22일에 열린 주민설명회를 촬영한 캠코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특히 담장을 철거한 2단지 입주자대표자회의 전임회장을 향해 "우리 아파트 공동재산과 입주민들의 안전을 고깟 카스토퍼와 바꾸겠다고 협상해놓고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떼는 비열한 인간"이라고 거칠게 몰아붙이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J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무원 신분이 아닌 퇴근 후 자연인 신분으로 카페에 글도 올리고 모임에도 나갔다"고 해명했다. 그는 "1단지 주민과 2단지 주민의 갈등을 조장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지금은 2단지 카페는 물론이고 담장 문제와 관련된 어떤 활동도 하고 있지 않다,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 현직교사는 주공에 '담장철거 시 범죄율 증가'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범죄율 증가는 이번 사태에서 일부 강경 2단지 주민들이 즐겨 대는 철제담장 설치의 근거다.(사진은 지난 10일 휠체어를 탄 1단지 주민이 "왜 통행로를 막냐"고 항의하자 2단지 주민들이 "사유지니 돌아가라"고 소리지르는 장면)
 한 현직교사는 주공에 '담장철거 시 범죄율 증가'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범죄율 증가는 이번 사태에서 일부 강경 2단지 주민들이 즐겨 대는 철제담장 설치의 근거다.(사진은 지난 10일 휠체어를 탄 1단지 주민이 "왜 통행로를 막냐"고 항의하자 2단지 주민들이 "사유지니 돌아가라"고 소리지르는 장면)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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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두 공무원들은 자신의 언행과 관련, 사실상 자연인의 신분으로서 활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단지에 사는 한 주민은 "'어떻게 공무원이 그럴 수 있느냐'고 주민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며 "말리지는 못할지언정 되레 앞장서서 담장을 치라고 주민갈등을 조장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청 한 공무원도 "아무리 퇴근한 이후의 신분이 자연인이라지만 명백하게 주민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태그:#아파트 담장, #동천주공,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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