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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길에 들르는 동네 초입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집을 지키는 충성스러운 견공입니다.
 자전거 여행길에 들르는 동네 초입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집을 지키는 충성스러운 견공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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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구름을 가리는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없는 시골동네나 교외의 작은 소도시를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 요리조리 다니는 여행은 언제나 정겹고 즐겁습니다. 동네 어느 집 마당에서 들리는 닭 울음소리며 찬거리용 텃밭들, 향긋한 비누 냄새가 풍겨오는 허름한 이발소... 가끔씩 마주치는 마을 어르신들과 눈인사라도 나누면 저도 어느새 이 동네 사람이 된 듯 하지요.

여행길에서 만나는 이런 정겨운 동네는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르는데, 저 같은 자전거 탄외지인을 소리높여 반기는(?) 동네의 수호신이 꼭 있습니다. 바로 동네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는 충성스러운 견공들이지요. 대도시의 작고 귀엽고 사람들에게 잘 짖지 않는 상냥한 애완견과는 달리 여행길에서 만난 동네 개들의 대부분은 마당의 개집에서 살며 낮이나 밤이나 주인과 집을 지키는 용감하고 목청 큰 개들이랍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탄 사람과는 달리 자전거를 타고 온 여행자가 동네에 들어서면 어떻게 알고 자기들끼지 멍멍대며 경계와 차별의 신호를 교환하지요. 게다가 이 견공들은 몸집이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달리는 자전거만 보면 큰소리를 지르며 쫓아오곤해서 자전거 여행자들의 오랜 원성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용맹한 개라도 집에 묶여 있다면야 걱정이 되지 않지만, 문제는 끈이 풀린채 동네를 돌아 다니는 개를 심심치 않게 만난다는 것이지요. 길 위에서 이쪽을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덤빌 듯 자세를 취하고 있는 끈 풀린 큰 개와 갑자기 마주치면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릅니다.

KBS TV 프로그램인 <위기탈출 넘버원>에 나왔던 끈풀린 공격적인 개에 대처하는 법과 제가 자전거 여행하면서 겪은 대응법을 상황에 따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평소에 보던 용맹하고 날렵한 멋진 개는 자전거 위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평소에 보던 용맹하고 날렵한 멋진 개는 자전거 위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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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전거 주행 중 부근에 끈 풀린 개를 발견 했을때

자전거 여행 중 가까이에 큰 개가 보이면 묶여있나 풀려 있나를 먼저 확인하는게 좋습니다. 만약 끈이 풀려 있는 개라면 개 주인을 원망하면서 일단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끈 풀린 개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짖거나 경계하며 접근하고 있으면 마치 다른 볼일이 있는 것처럼 시선을 다른데 두고 무심하게 서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개는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한채 경계태세을 유지하다가 뭐 별거 아니네 하고 관심을 돌릴때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제 길을 걸어가면 안전합니다.

대부분의 개들에게는 자기를 피해 달려가는 사물을 무조건 쫓아가려는 추격 혹은 사냥 본능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리 크지 않은 두 바퀴의 자전거가 휙 달려 지나치면 자기를 피해 도망가는 적이나 사냥감으로 알고 짖으며 쫓아오는 것이지요.

끈풀린 개를 먼저 발견했을 때에도 개의 공격본능을 자극하게 하는 쭈볏쭈볏 두려운 몸짓을 보이거나, 개의 눈을 쳐다보지말고 (괜한 눈싸움은 개가 경계심을 갖게 합니다) 개의 존재를 무시하는 척 하며 천천히 침착하게 자전거 핸들을 잡고 걸어 가면 됩니다.

2. 자전거 주행 중 끈풀린 개가 한마리 이상 나와서 쫓아올때

이런 경우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자전거 여행자들은 페달아 날 살려라 하며 미친듯이 달려 도망칩니다. 등뒤로 개 특유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짖는 소리가 섞여 들리면 그만 뒷골이 오싹하지요. 제 생애 최고의 자전거 속도가 나오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쫓아오는 개가 무서워 그렇게 몇십미터를 초인적으로 달리다보면 어느새 개들이 저만치 멀어집니다. 경계의 대상이 어느 정도 도망가면 자기 구역 이상은 쫓아오지 않는 본능때문이라네요.

이 경우 주로 발생하는 자전거 사고는 쫓아오는 개들 때문이 아니라 이성을 잃고 페달질을 하다가 길가의 장애물에 부딪치거나 차량들과 나는 사고입니다. 개들이 큰소리로 짖으며 쫓아오는 소리가 앞이나 뒤에서 보이고 들리면, 누구나 공포에 휩싸여 평소의 주의력을 잃은채 개들에게서 벗어나고자 그저 도망치기에만 바쁘게 되니까요.

저도 제주도 해안도로를 달리다 만난 서너마리의 끈풀린 개들의 추격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가다보니 해안도로 차길을 역주행하고 있더라고요. 어차피 오십여미터 정도를 빠르게 달리면 더 이상 쫗아오지 않으니 개들의 으르렁거리는 위협적인 소리가 들려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전방의 장애물이나 차량들에 주의하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되겠습니다.

자전거는 너의 적이나 사냥감이 아니란다 견공아 ~
 자전거는 너의 적이나 사냥감이 아니란다 견공아 ~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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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책으로 처음 읽었던 홍은택님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 보니 큰 땅떵이에 어울리는 미국의 송아지만한 큰 개들의 추격과 저자의 도망기가 생생하게 나오더군요. 미국에서도 자전거는 개들한테 차별받는 존재인가 봅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개 퇴치용 강력 스프레이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도사견이라 불리는 그런 송아지만한 큰 개와 가끔 마주칠때가 있는데 다행이 우리안에 있거나 목줄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넷 자전거 카페에도 쫓아오며 덤비는 개를 퇴치하기 위한 여러가지 묘안들이 많이 나옵니다. 각종 스프레이에서부터 눈싸움으로 제압한다, 주변의 짱돌을 집어 던진다, 개보다 더 크게 짖으며 으르렁 거린다까지.

KBS TV 프로그램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도 나왔지만 개를 물리치고자 적대적으로 대한다든지 거꾸로 두려움에 허겁지겁 도망치는 것은 개의 추격 본능을 더욱 자극할 뿐입니다.

마음속으로야 진땀나고 덜덜 떨리지만 겉으로나마 침착하고 담대한 것처럼 개 앞을 천천히 걸어 지나가는 연습을 자전거 여행중에 시도해보는것도 좋겠습니다.  그런 경험을 서너번 해보면 으르렁거리는 개에 대한 공포심도 줄어들고 저를 보고 짖는 개를 무시하거나 달래기도 할정도로 자신감이 생긴답니다.

자기를 적대시한다거나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용케도 개들 또한 짖기만 하지 더 이상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더군요. 때로는 무섭게 짖던 개가 꼬리를 흔들며 친근함을 표시하는 기적적인 순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개가 자전거 탄 사람에게만 유독 차별하고 공격적인 것은 아직 사냥본능과 야성성이 남아 있어서란걸 알고 개를 미워하고 퇴치하려하기 보다는 지혜롭게 대처하는게 현명하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차별의 기억' 응모글



태그:#자전거여행 ,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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