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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 , '우왕좌왕'

어제(12일) 처음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재미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 성격을 분명히 하지 못하거나, MC들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죽도 밥도 아닌 상태'가 될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라디오 스타>에는 '주객전도' 와 '우왕좌왕' 이 두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분명한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객전도-

<라디오 스타>는 초대 손님을 불러 얘기하는 형식이었다. 초대 손님을 불러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초대 손님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제 본 <라디오 스타>는 초대 손님을 위해 MC들이 있는 것인지, MC들을 위해 초대 손님이 있는 것인지 도통 구분이 가지를 않았다.

MC들끼리 이런 저런 말장난을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등 어제 초대 손님이었던 '더 그레이스'보다 오히려 MC들이 하는 말을 더 많이 들은 것 같았다. 급기야는 '더 그레이스'가 MC끼리의 아옹다옹 하는 모습을 보며 계속해서 웃는 장면만이 나올 정도였다.

MC가 재미를 위해서 이런 저런 말장난을 하고 엉뚱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목적지를 향해서 분명히 나아가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라디오 스타> MC들은 이 프로그램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토크 쇼에서 초대 손님을 부른다는 것은 분명히 시청자들에게 MC들이 아닌 초대 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 것이다. <라디오 스타>가 <야심만만>처럼 일정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 아닌 만큼 그것은 더욱 분명하다. 그런데 어제의 <라디오 스타>는 초대 손님인 '더 그레이스'의 얘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MC끼리 '더 그레이스'를 불러 앞에서 말장난을 하기 위한 모습처럼 보였다.

나처럼 '더 그레이스'라는 그룹에 별 관심이 없었다면 모를까, '더 그레이스'의 팬이 '더 그레이스' 얘기 듣고 싶어 <라디오 스타>를 보고 있는데 MC들이 자꾸 쓸데없는 질문만 하고 자기들끼리의 말장난에 재미를 붙여 열중하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장동건이 나왔는데 어제처럼 MC들이 진행했다면 분통 터졌을 것이다.

진행자들이 초대 손님과 얘기에 집중하지 못하다며 비판했다.
▲ 한 시청자가 올린 비판 진행자들이 초대 손님과 얘기에 집중하지 못하다며 비판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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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쇼, 특히 초대 손님을 불러 하는 토크 쇼는 오로지 재미가 목적이 아니다. 재미가 있어야 좋겠지만, 일단은 부른 초대 손님에게 마음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무릎 팍 도사>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무릎 팍 도사>가 인기를 모으고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스타들이 나와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 있다.

초대 손님이 있는 토크 쇼는 이런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프로그램이 가야 할 방향을 잃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MC들이 초대 손님 얘기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잘라가며 얘기할 바에야 초대 손님을 부르지 않고 MC들끼리 일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왕좌왕-

프로그램이 가야 할 방향을 잃었다는 것은 MC들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책임은 메인 MC에게 있다. 다른 보조 MC들이 이런 저런 말장난을 해도 적절히 받아들이고 잘라내면서 원만하게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라디오 스타>의 메인 MC 김국진은 프로그램 장악에 실패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보조 MC 장악에 실패했다. 토크 쇼 메인 MC가 프로그램에서 가져야 할 장악력은 자신의 얼굴이나 말을 많이 화면에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초대 손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고 다른 보조 MC들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끌어가는 능력을 말한다. 김국진은 초대 손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겠다는 자세에서는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보조 MC들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진행 능력에 '?'를 붙게 했다. 하긴 오죽 답답했으면

"이 프로그램 메인 MC를 하려면 몽둥이가 필요한 것 같아."

새 MC김국진 진행 능력과 신정환 김구라가 과연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 MC들의 진행 능력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시청자 게시판 새 MC김국진 진행 능력과 신정환 김구라가 과연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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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까지 했을까? 실제로 멱살을 잡는 등 보기 좋지 않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것이 오로지 다른 보조 MC를 통제 못하는 김국진 만의 잘못일까? 그보다는 MC들을 엇박자 캐스팅한 것이 프로그램이 '우왕좌왕'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으로 보인다.

초대 손님을 불러 이야기 하는 토크 쇼치고 개성 강한 MC가 많다는 느낌이 드는 구성이다. 어차피 초대 손님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심이라면 이렇게 개성 강한 MC들을 둘 필요가 있을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라디오 스타>에는 과도하게 많은 MC가 있다. 다시 말해 메인 MC외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MC가 들어갔기에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라디오 스타> MC는 메인 MC 김국진 외에 윤종신, 신정환, 김구라 등이 활동하고 있다. 

윤종신 정도는 그리 큰 무리가 없는 캐스팅이다. 잔잔한 프로그램의 단독 MC를 맡을 능력은 있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메인 MC를 하고 있는 곳에 가서 그 권위를 넘보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김국진, 윤종신 이 라인은 차분한 느낌은 들 수 있으나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신정환과 김구라가 있어야 이 밋밋한 느낌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명백한 판단 착오다. (시청자 게시판에 가보니 예전에도 산만한 진행으로 김국진이 투입된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올라와 있었다. 어제 김국진이 처음 투입된 날이라고 한다.) 신정환도 윤종신처럼 메인MC의 권위에 도전하는 편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조용히 앉아 얘기를 나누는 토크 쇼보다는 '상상플러스'처럼 다소 몸을 움직여가며 자신의 개인기를 보여주며 얘기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에 더 적합한 스타일이다.

그래도 신정환은 메인MC가 통제 가능한 반면 김구라는 그렇지 못하다. 김구라가 <라디오 스타> MC진에 있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엇박자 내는 가장 주요 원인이다. 김구라, 알아주는 입담이다. 혼자서 단독 진행을 해도 얼마든지 하고 남을 능력을 갖고 있다. 또 가슴 속 깊이 상대방 허를 찌르는 한 방도 갖고 있다.

시청자 고민을 올리는 공간에도 진행자들의 진행 능력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 시청자 고민을 올리는 공간 시청자 고민을 올리는 공간에도 진행자들의 진행 능력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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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능력이지만 <라디오 스타>에서는 바로 그게 문제다. 초대 손님을 불러 하는 토크 쇼에서는 진행자의 재치 있는 한 방보다 중요한 것이 초대 손님에게 얘기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다.

그런데 어제 본 김구라는 시종일관 말장난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국진이 그를 제지하지 못하고, 도리어 신정환과 윤종신도 김구라의 말장난에 동참하면서 프로그램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된 것이다. 정 김구라를 쓰고 싶었다면 보조 MC를 두지 않고 김구라를 메인 MC로 내세우는 게 옳았다. 그렇게 되면 김구라가 상대해야 할 사람이 초대 손님으로 줄어들기에 어떻게 가든 목적지에 도달했을 확률이 더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라디오 스타>가 초대 손님을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것이 목적인 토크 쇼가 분명하다면 무언가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지금처럼 엇박자 진행을 하는 4명이 같이 MC를 보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라디오 스타>는 초대 손님을 불러 이야기 한다는 토크 쇼의 목표에 제대로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어제 방송도 원래 작가가 '더 그레이스'에게 하기를 원했던 질문을 제대로 한 게 거의 없지 않은가.

시청자 게시판에 김0근씨가 올린 글 내용을 보면 '초대 손님인 ‘더 그레이스’의 이름 밖에 들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할 정도다.

이런 수준이라면 뼈를 깎는 심정으로 MC들을 재구성하든지, 아니면 MC간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명확한 역할 분담을 하여야만 제대로 된 토크 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초대 손님을 불러 놓고 자기들끼리 말장난하고 엉뚱한 얘기만 하는 토크 쇼는 잠시 재미있을지 몰라도 초대 손님의 팬들에게는 분명 실망스러운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라디오 스타>가 다음번에는 좀 더 초대 손님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그런 토크 쇼로 변모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김국진씨가 처음 나온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차차 나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제 2기 TV 리뷰 기자단 응모글입니다.



태그:#라디오 스타,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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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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