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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시즌2. 더욱더 거칠어진 영애씨가 돌아왔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2. 더욱더 거칠어진 영애씨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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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콤플렉스'는 가라!

가난하지만 예쁜 여자와 잘생기고 거기다 돈까지 많은 재벌2세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막돼먹은 영애씨>가 시즌2로 돌아왔다.

'겨드랑이 털'은 왜 여성에게만 금기시되나?

시즌2의 첫 회 '시작부터 개 끗발'에서 원준과의 이별로 술에 절어 사는 영애씨는 자신의 외모를 방치하게 되는데, 제모 역시 게을리하게 된다. 영애의 동생 영채를 경악하게 만드는 영애씨의 겨드랑이에 자리 잡고 있는 거뭇거뭇한 털들.

여성이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는다는 것은 청결하지 못하며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남자의 경우, 언젠가 배우 이종원이 겨드랑이 털을 다 밀고 CF를 찍었다가 심의에 걸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성성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야, 남자들이 얼마나 싫어하는 줄 알아?"라며 영채는 영애의 겨드랑이 털을 보며 혐오의 시선을 보내지만 실연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영애씨에게 있어서 제모는 귀찮은 일일 뿐이다. 실제로 제모는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있어 꽤 골치 아픈 일이다. 언젠가 홈쇼핑에서 여성용 면도기를 광고하는 것을 보았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제모를 하다 상처 난 적이 많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제모를 해야 하는 것은 사회에서 '여성의 겨드랑이 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언론의 '겨털녀' 희화화도 한 몫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여자는 엽기녀로 취급된다.
▲ 겨털녀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여자는 엽기녀로 취급된다.
ⓒ 필립스 제모기 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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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정적인 인식들은 미디어를 통해 조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일명 '겨털녀'라고도 불리는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여성들은 '엽기녀'의 이미지로 희화화되어왔다.

가장 최근에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주인공 한결(공유 분)의 엽기 맞선녀들을 소개하면서 '겨털녀'도 등장했는데 청순하고 조신해 보이는 여성이 웨이터를 향해 "여기요!"라며 팔을 치켜드는 순간 제모되지 않은 겨드랑이 털이 등장하고 한결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경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겨털녀'에 대한 희화화는 수년 전 방송된 <헤이헤이헤이>부터 시작해서 꽤 오랫동안 개그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심지어 <아찔한 소개팅>에서는 킹카가 소개팅녀들을 에스테틱에 데려가 직접 제모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송을 보면서 자기 일 아니라고 남성들은 그냥 웃고 넘길지 모르나 여성들은 마음 한구석에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혹시나 내가 제모를 게을리한다면 불결한 혹은 엽기적인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다. 이렇게 여성들은 신경 쓰이고 귀찮지만 또 때로는 면도칼에 베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제모를 멈출 수 없게 된다.

여성들의 '겨드랑이'는 언제 쉴 수 있나?

언젠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남자도 겨드랑이 털을 제모해야 하나?'에 대해서 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억울하다. 우리는 모두 다 알고 있다.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겨드랑이 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심지어 여자보다 더 많이. 하지만 겨드랑이 털의 제모는 여성에게만 강요되며 그것이 예의이고 아름다움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이중 잣대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나는 미디어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름이면 쏟아져 나오는 데오도란트, 그리고 제모기 광고들, 거기에 제모를 하지 않은 여자들을 희화화를 넘어서 깎아내리는 개그프로와 드라마들. 이 모든 것이 여자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온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보통 여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보여준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보통 여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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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애씨의 '겨드랑이 털'을 보며 공감하다

그래서 나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반갑다. 영채는 영애씨를 짐승 보듯이 바라보았지만 영애씨가 잘못한 것은 없다. 때는 바야흐로 가을, 누구 앞에서 겨드랑이를 보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편하게 있을 때조차도 제모에 신경을 써야 한다면 여성들의 겨드랑이가 쉴 수 있는 날은 언제인가.

실제로도 긴소매 옷을 입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제모의 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연예인들은 잘 때도 화장을 하고 자며 일어날 때도 그 화장이 곱게 남아있으며, 돈이 없어 온갖 괄시를 다 받으면서도 알고 보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정도의 명품 옷을 입고 나온다.

하지만 영애씨의 겨드랑이 털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추운 날에도 속이 훤히 비치는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 나갈 일이 없는 보통의 평범한 여성들, 특히나 극중의 영애씨처럼 실연의 상처로 모든 것이 귀찮은 여성들에게는 이것이 바로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2기 티뷰기자단 응모



태그:#막돼먹은 영애씨 시즌2, #겨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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