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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제2의 중심도시로 1차대전 후 리투아니아가 잠시 독립했을 때 리투아니아의 임시수도였던 카우나스(Kaunas)는 리투아니아 현대사에서 가장 큰 역할을 감당한 도시입니다. 카우나스라는 이름은 네로의 폭정을 피해 리투아니아로 피한 팔레몬의 아들의 명칭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카우나스 외곽지역에 팔레몬(Palemonas)이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전기사에서 리투아니아의 어원에 관한 글을 찾아보세요.

빌뉴스에서 기차나 버스로 이동 가능합니다. 버스로는 약 1시간 반 정도 걸리며 버스가 수시로 출발합니다. 볼거리들은 카우나스역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자유로 주위로 몰려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서두른다면 빌뉴스에서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에도 무리가 없는 도시입니다. 빌뉴스 버스터미널에 가시면 개인 승용차로 카우나스나 클라이페다로 손님들을 실어나르는 ‘자유영업택시”를 볼 수 있는데,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니 이용해도 좋습니다. 버스나 기차보다 빠르고 더 싸게 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모르니 승용차 안에 다른 손님들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는게 좋겠죠.

노르웨이나 스웨덴. 덴마크에 사시는 분은 카우나스나 클라이페다로 비행기로 오실 수도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버스나 기차를 타고 카우나스로 바로 오실 계획이라면, 폴란드어로 카우나스는 ‘코브노(Kowno)’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아두세요.

버스로 오시건 기차로 오시건 앞으로 난 큰 길을 쭉 따라가면 은색의 큰 교회가 나올 겁니다. 그 교회 앞으로는 자유로(Laisves Aleja)가 펼쳐집니다. 이 거리는 카우나스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1.6킬로미터의 보행자 전용거리로 서유럽의 거리분위기를 연상시킬만큼 자유롭고 아기자기한 거리입니다. 거리 양 옆으로 유명브랜드 상점과 분위기 좋은 바들이 늘어서 있어 그냥 산책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그런 곳이죠. 이 '자유로'에서는 한때 ‘담배를 피우는 자유’는 부여하지 않았습니다만, 현재 금연규정은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하더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거리를 담배꽁초로 더럽히는 사람은 카우나스에 올 자격이 없습니다.

▲ 카우나스 구시가지의 모습. 너무 으리으리한 것을 기대하지 마세요. 리투아니아는 아기자기한 맛이 매력입니다. ⓒ 서진석
카우나스의 구시가지는 도시의 중심부가 아닙니다. 자유로가 끝나면 바로 연결되는 빌뉴스대로(Vilniaus Gatve)를 따라 쭉 가다보면 자갈로 포장된 운치가 있고 울긋불긋한 옛건물들이 들어선 구시가지에 이릅니다. 주로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주종을 이루고 한가운데의 구시청사는 아주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구시가지에 있는 공중전화박스와 가로등이 어떻게 생겼나 한번 보세요. 구시가지 끝에 있는 노란색의 건물은 카우나스성인데 리투아니아 최초의 방어요새로 가장 오래된 건물입니다. 카우나스 구시가지 광장의 아기자기한 커피숍에서 카푸치노를 한잔 드시죠.

자유로를 한가운데서 가로지르는 다우칸타스(Daukanto)거리를 따라 강반대편으로 틀어 조금 걸어가면 바로 나오는 통일광장(Vienybes aikste)에는 카우나스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한 1차대전 후 카우나스에서 활동한 리투아니아의 위인들의 동상들과, 군사박물관, 츄를료니스 기념 박물관 등 박물관들이 많이 위치해 있습니다.

▲ 카우나스 성. 리투아니아의 가장 오래된 성곽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 서진석
국립 츄를료니스 기념박물관(Putvinskio 거리 55 )은 한번 꼭 들러보세요. 츄를료니스(Ciurlionis)는 리투아니아의 현대문화를 이끈 장본인으로 회화, 음악 분야에서 최고의 달인으로 일컫습니다. 태어난 곳은 폴란드 국경에서 멀지 않은 드루스키닌케이(Druskininkai: 이곳에 츄를료니스의 생가가 위치)지만 이 박물관에는 츄를료니스의 회화작품의 대부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리투아니아 신비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불리는 츄를료니스의 작품들은 리투아니아에 온 사람들이라면 꼭 봐야하는 걸작들입니다. 츄를료니스가 작곡한 음악들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통일광장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카우나스엔 악마박물관(Putvinskio 거리 64번지)이 있다는 사실. 진짜 악마가 있는 것은 아니고, 즈무이지나비츄스라는 예술가가 평생을 걸려 수집한 악마들의 조각이 있는 박물관입니다. 리투아니아 전역의 악마는 물론 멀리는 일본의 악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마들의 조각이 전시되었고, 리투아니아 위에서 춤을 추는 악마의 모양을 한 스탈린과 히틀러의 조각 앞에선 사뭇 엄숙해지기까지 합니다. 츄를료니스 박물관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있습니다.

그외 13세기에 지어진 카우나스 성과 구시가지 끝에 있는 리투아니아 고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 페르쿠나스 궁전(Perkuno namai) 등도 카우나스 시내에서 가볼만한 곳입니다.

제9요새(Devintasis Frontas)는 19세기 러시아의 서쪽국경관리를 위해 지어 놓은 요새로, 독일인들이 리투아니아를 점령했을 당시 유대인들을 처형하는 장소로 쓰였지만, 그 후 소련인들도 정치범들을 처형하는 장소로 그 '기능'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전에 소개 드린 바 있는 수 많은 유태인을 살린 카우나스의 일본 영사 스기하라 치우네의 기념관이 있는 곳입니다. 카우나스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지만, 카우나스 버스터미널 앞에서 버스가 자주 있습니다. 옆면에 devintasis frontas 라고 써있을 겁니다.

▲ 클라이페다의 구시가지. 목포만 항구냐, 클라이페다도 항구다. ⓒ 서진석
뭔가 상당히 고전적이고 종교적인 것을 보고 싶다면 ‘파자이슬리스 수도원 (Pazaislis Vienuolynas)’으로 가보세요. 카우나스에 있는 유일한 정통 이태리식 바로크 건물로 베네딕트계열의 수도사들이 17세기에 세운 수도원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가이드투어로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그냥 무작정 가시게 되면, 건물은 보실 수 있고요, 다행히 그 수도원 앞으로 나있는 호수는 '카우나스의 바다(Kauno Juras)'라도 불리우는 관광지입니다. 분위기 좋지만 수영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앞쪽에 Kauno Juras라고 써있는 트롤리버스를 타시고 종점까지 가셔서 앞으로 잘 뻗어 있는 숲길을 따라가시면 돼요.

룸시스케스 민속촌(Rumsiskes Folkloro Muziejus)은 리투아니아 최대규모의 야외민속촌으로 5만 헥타아르의 면적을 자랑합니다. 카우나스에서 22km 떨어져 있는데, 일반인이 혼자 가기엔 좀 애매한 곳이지만 리투아니아의 지방별로 잘 정리된 전시물을 하루종일 보아야할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주말이면 리투아니아 민속공연도 열립니다. 카우나스에서 빌뉴스 가는 버스를 타서 룸시스케스(Rumsiskes)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약 2Km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카우나스 버스터미널에서 곧장 가는 버스도 가끔씩 운행됩니다. 비가 자주 내리는 리투아니아인만큼, 비가 내리면 비 피할 곳이 없으니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 십자가의 언덕. 사진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다 아시죠? ⓒ 서진석
십자가의 언덕(Kryziu Kalnas)은 말 그대로 십자가들이 나즈막한 언덕에 촘촘히 박혀 있는 곳입니다. 언제부터 이곳에 십자가가 등장했는지는 모르지만 최근에는 시베리아로 끌려간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하여 십자가를 세웠다고 합니다. 이 십자가 언덕을 없애기 위해 소련군들은 낮이면 불도저로 파헤쳐 버리고 밤이면 리투아니아인들이 다시 세우고 하면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 왔습니다.

리투아니아 제3의 도시 샤울례이(Siaiuliai)에서 메스쿠체이(Meskuciai)나 요니스키스(Joniskis), 리가(Riga)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시다가 ‘십자가의 언덕 2Km(Kryziu kalnas 2)’라는 푯말이 보이면 빨리 얘기하고 내리세요. 택시로 샤울례이에서 가시면 그리 비싸지 않을 겁니다(현지화 20 Lt). 같이 여행하는 친구들이 있을 경우에는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샤울례이 도시에는 그다지 볼 것이 없습니다. 중심가에 카우나스의 자유로 비슷한 보행자 전용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 팔랑가의 호박(琥珀)박물관. 이곳엔 온갖 종류의 호박이 다 몰려 있답니다. 애호박, 늙은 호박, 호박죽, 호박엿... ⓒ 서진석
클라이페다(Klaipeda)는 독일인들이 프러시아 공국시절에 건설한 도시로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독일적인 도시입니다. 1차대전이 끝나고 히틀러 군대가 이곳을 잠시 무력점령하기도 했을 만큼 독일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클라이페다는 리투아니아 최대의 항구도시로서 제4의 도시로 유명하고, 클라이페다에서 불과 30km 떨어진 팔랑가(Palanga)는 리투아니아 최대의 여름 휴양지입니다. 팔랑가에는 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외에도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발트해호박들을 전시해놓은 호박박물관으로도 아주 유명합니다.

네링가(Neringa)는, 칼리닌그라드로 이어지는 발트해의 좁은 반도인데 해양활동으로 인하여 모래가 퇴적되어 형성된 사구입니다. 클라이페다에서 페리를 타고 5분이면 네링가의 북쪽 끝인 스밀티네(Smiltyne)에 도착합니다. 하절기에는 거기 스밀티네에서 칼리닌그라드 지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네링가의 남부도시 니다(Nida)로 버스가 자주 왔다갔다 합니다. 클라이페다에서 자전거를 임대해서 가는 방법도 좋은 방법입니다. 거리가 거리이니 만큼 자전거 하이킹 끝내고 몸살 안 걸린다는 보장은 못합니다.

니다로 가는 길목에 처음 만나는 도시는 유로드크란테(Juodkrante)로 스밀티네에서 20km 떨어져 있습니다. 그곳엔 '마녀의 언덕(Raganu Kalnas)'이라 불리우는 유명한 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마녀들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곳엔 리투아니아의 전설이나 민담을 소재로 한 나무조각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다니며 재미있는 사진을 찍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꼭 가보세요).

▲ 유오드크란톄 마녀의 언덕에 있는 나무조각. 나무로 만든 귀엽고 앙증맞은 조각들이 많은 곳입니다. 정말 마녀가 나올 수도 있으니 각별한 조심을.....
ⓒ 서진석
마녀의 언덕 밑으로는 네링가의 기념품을 파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네링가의 최남쪽인 니다시는 팔랑가와 비교되는 여름휴양지로,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이 여름을 지낸 곳으로 유명합니다. 여기저기 돛을 달고 노니는 돛단배들과 해안들이 아주 아름답고, 특히 '리투아니아의 사하라'라고 불리우는 니다 모래언덕에 가면 정말 사막에 있는 기분이 들 정돕니다. 그 모래언덕에서 좋다고 너무 싸돌아다니지 마세요. 거기서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 국경까지는 2km 밖에 안 됩니다!

일단 여름철에만 잠시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리투아니아 다른 도시에 비해서 물가가 아주 비쌉니다. 니다는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는 국제적인 휴양지이니만큼 숙박시설이 잘 돼 있긴 하지만, 주머니사정이 열악한 배낭여행가들은 클라이페다에서 묵으면서 니다에 가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용기가 있는 분은 클라이페다에서 버스를 타고 칼리닌그라드까지 여행을 계속 할 수도 있습니다. 칼리닌그라드의 여행정보는 발트3국 이야기 이전기사에서 찾아보세요!
그러면, 이제 라트비아로 가보실까요?

덧붙이는 글 | 리투아니아어에도 특수자모가 있습니다만, 한글인터넷 상에서 표시할 방법을 '모르는' 관계로 일반자모로만 표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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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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