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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시는 비교적 외국인에게 안전한 도시입니다. 스킨헤드나 불량배들 같이 껄렁거리는 젊은 친구들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므로, 사람의 인적이 없는 곳이나 해가 진 어두운 거리를 혼자 다니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빌뉴스의 대형시장에 갈 때에는 조심을 하셔야 합니다. 빌뉴스를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시민들의 순박함과 호의에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시가지를 말을 타고 순찰하는 경찰 아줌마 아저씨들도 말만 잘하면.

실수와 무지로 인해 외국인이 저지른 '약간의' 범법행위를 눈감아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범법행위를 '자행'하면 추방을 당하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길 바라면서, 지난 주에 다 돌아보지 못한 빌뉴스 시가지를 마저 봅시다.

디지요이(Didzioji)대로와 필리에스(Pilies)가(街)는 새벽의 문이 있는 아우슈로스 바르투(Ausros Vartu gatve) 거리가 끝나면 바로 이어지는 구시가지의 주요 거리 중 하나로서 그 거리를 따라 기념품점과 여러 상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우슈로스 바르투 거리와 디지요이 거리가 만나는 곳에 있는 큰 건물은 과거 구시청사 건물로 현재는 현대미술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 게디미나스 성 ⓒ 서진석
그 주변에 여러 나라의 대사관 건물이 위치해 있습니다. 그 광장에 위치한 빌뉴스의 최고급 호텔 Rarisson-SAS Astorija 호텔 맞은 편으로 보이는 성 카지미에라스 교회(Sv.Kazimiero baznycia)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바로크 건물인데, 카톨릭 성당, 러시아 정교회 그리고 소련 시절에는 '무신론 박물관'이 되었다가 최근 다시 카톨릭 성당이 된,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용도가 많이 바뀐 건물이라고 하는군요.

그 구시청사 광장을 지나 한가운데서 구시가지의 스타일을 혼자서 다 구기는, 코닥필름 간판이 붙어 있는 콘크리트 건물을 보게 되면 그 옆길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가 보세요. 거기에 베이지색으로 으리으리하게 서 있는 건물은 바로 16세기에 세워진 빌뉴스대학 본관 건물입니다. 대학정문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나오는데, 학교 안에 들어가보면 습기가 만들어낸 기분 나쁘지 않게 퀘퀘한 이끼냄새가 그 대학의 역사를 말해줄 겁니다.

빌뉴스대학 어문학대학 2층(정문을 통과하여 앞으로 바로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서 계단으로 2층으로 올라가 보세요)에 위치해 있는 벽화, 구내서점, 대학 안에 있는 요한 교회(Sv Jono Baznycia)와 그 교회 2층에 있는 빌뉴스대학교 학술박물관, 종각 등은 과연 명문대학은 어떤 대학이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빌뉴스 대학은 가는 곳마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말합니다.

빌뉴스대학교 정문을 찾게 되거든 그 앞편에 있는 알록달록한 건물을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그곳이 현재의 대통령궁입니다. 그곳은 중세시대부터 리투아니아 대주교들이 거주했던 곳이었습니다. 정말 대학교에서 돌을 던지면 닿을 곳에 위치해 있고, 건물 위로는 리투아니아의 상징과 함께 국기가 펄럭이고 있죠.

그러나 또 주의. 우리나라 같은 삼엄한 경비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이곳은 대통령궁이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대통령궁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하는 무모한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 대통령궁과 빌뉴스 대학정문은 전부 universiteto gatve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성 오나 교회. 명성에 비해서 실제로 보면 사뭇 초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 서진석
다시 필리에스 거리로 돌아가서, 그 코닥필름 건물을 지나(이 건물에는 호박이나, 흙으로 구워만든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약간 올라가서 오른편으로 나 있는 한 골목(Sv.Mykolo gatve- 일본식당 간판이 있는 거리)을 잘 따라들어가면 길이 끝나는 곳에 빨간 벽돌이 아름다운, 고딕양식의 성 오나 교회(리투아니아어로는 Ono baznycia - 주소 Maironio 8)가 있습니다. 빌뉴스에서 외부 장식이 가장 아름다운 교회로, 나폴레옹이 와서 보고는 손바닥에 얹고 파리로 가져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필리에스 거리를 따라 계속 쭉 나오면 앞쪽으로 넓은 광장이 보이게 되고, 그 광장 한가운데는 하얀 색의 으리으리한 성당이 보입니다. 리투아니아가 기독교화 되기 전에는 이교도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 있던 곳으로 현재는 리투아니아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지붕에 있는 3성인상과 벽을 둘러 조각돼 있는 여러 성인들의 모습들을 꼭 보십시오. 그 대성당의 지하에는 역대 리투아니아 공작들의 시신이 안치돼 있습니다.

대성당의 오른편으로는 빌뉴스로 수도를 옮긴 게디미나스(Gediminas)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게디미나스가 빌뉴스로 수도를 옮기게 된 전설이 조각으로 나타나 있고(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를 잘 보세요), 동상 밑부분으로는 리투아니아 5대 공작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게디미나스와 늑대에 관한 전설을 발트3국 이야기 이전기사에서 찾아보세요.

대성당 뒤쪽으로는 산(?)이 하나가 있는데 그 위로 나지막한 성이 하나가 있고 그 위로 리투아니아 국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실 겁니다. 그 성은 빌뉴스로 천도한 게디미나스가 처음으로 지었다는 성의 일부분으로, 현재는 그 탑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물론 복원한 거죠).

그 내부에는 빌뉴스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물을 비롯, 고대에 사용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빌뉴스시의 구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온통 붉은 벽돌로만 만들어진 구시가지의 지붕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넋 놓고' 바라보시게 될 겁니다.

구시가지 안에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건물을 보게 되거든 지체말고 들어가 보세요.
필리에스 거리나 디지요이 대로 말고도 보켸츄(vokieciu gatve) 거리나 트라쿠(traku gatve) 거리 등도 약간 번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이고, 그리고 대학교 주변으로도 작고 아기자기한 예쁘장한 골목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카페들도 물론 많고요.

▲ 성 베드로 바울 교회. 버스를 타고 가시다가 이런 교회가 보이면 내리시면 됩니다.
ⓒ 서진석
구시가지에서는 좀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성 베드로 바울 교회(리투아니아어로 Petro ir Povilo baznycia -주소 Antakalnio 1/1)는 내부장식으로 유명한 교회이며, 그 내부장식은 유럽 최고라고 합니다. 구시가지에서 충분히 걸어가도 될 위치에 있지만 걷기가 싫은 분은 대성당 옆쪽으로 있는 리투아니아 국립박물관 앞에서 트롤리버스(2번이나 3번)를 타고 가시다가 앞쪽으로 큰 로터리와 그 뒤로 큰 교회가 보이거든 내리세요.

KGB 박물관 (원명은 리투아니아 집단학살 박물관. Genocido Auku muziejus)에 한번 들러보세요. 과거 KGB 본부의 지하실로 그 곳에서 많은 리투아니아인들이 고문 당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처형되곤 했습니다. 그 당시 죄수들이 처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시해 두고 있는데,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밖에서 들을 수 없었던 고문실, 증거인멸을 위해 잘게 찢어놓은 자료들, 잠을 자지 못하게 했던 서 있는 방, 몰래 총살을 자행한 장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실제로 그곳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처를 보여주며 실감나게 안내를 했는데, 지금은 단순히 벽에 영어와
리투아니아어로 된 안내문만 남겨놓았습니다. 게다가 지하실 전체를 초록색으로 색칠을 해서 꼭 값싼 호텔 같은 분위기로 바꾸어 이전에 온 경험이 있는 사람은 실망이 아주 클 정돕니다.

입장료는 없고 나오실 때 기부금만 약간 주고 나오면 됩니다. 위치는 대성당 광장 옆으로 나 있는 빌뉴스 최대의 번화가 게디미나스(Gediminas prospektas) 대로를 따라 쭉 가시면 되는데, 대로 가운데 오른편으로 공원이 있고 왼편에 돌을 쌓아놓은 기념비가 보이면 기념비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보세요.

게디미나스 대로를 끝까지 쭉 따라가시면 국회의사당이 나옵니다. 국회의사당 건물이야 특별한 것이 없지만, 1991년 1월 리투아니아의 독립투쟁을 저지하려는 소련군들이 탱크를 밀고 빌뉴스에 들어왔을 때, 국회의사당을 수호하기 위해 시민들이 쌓아둔 바리케이트가 국회의사당 옆 쪽으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소련에게 보내는 리투아니아인들의 한이 담긴 낙서를 보시려면, 국회 건물 옆쪽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국회의사당 옆에 위치한 건물은, 최초의 리투아니아어 서적인 교리문답(katekizmas)을 편찬한 저자의 이름은 딴 마즈비다스(Mazvydas) 국립도서관입니다.

우리나라의 남산타워와 비슷한 건물이 빌뉴스에도 있습니다. telebokstas(텔레복슈타스)로 불리는 이곳은 이 역시 소련군들이 리투아니아인들의 독립투쟁을 저지하려고 국회의사당과 함께 탱크로 포위한 곳인데, 거기서 13명의 젊은 목숨이 탱크에 깔려 숨을 거두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는데, 엘리베이터에 가기 전에 왼쪽편으로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들을 보고 올라가세요.

'피의 일요일'이라 불리는 1991년 1월 13일 투쟁의 기록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대기에는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바닥이 회전하는 식당이 있는데, 음식맛이 아주 좋은 건 아니니 차나 마시고 내려오세요. 빌뉴스 버스역 앞에 TV타워로 가는 미니버스들이 많이 서 있으며(앞유리창에 telebokstas라고 써 있을 것입니다), 가시다 보면 갈 곳이 어딘지 금방 알게 됩니다.

▲ 트라카이 성 ⓒ 서진석
트라카이(Trakai)는 빌뉴스가 수도가 되기 전 리투아니아의 수도였던 곳입니다. 빌뉴스에서 버스로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곳으로 호수 한가운데 붉은 색깔의 성이 자리잡은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빌뉴스에서 반나절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가보지 않으면 리투아니아에 와봤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곳입니다.

빌뉴스 버스터미널에 가면 트라카이로 버스가 수시로 출발합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약 2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파란 호수들과 예쁘장한 집들을 바라보면서 걸으면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승용차로 가시는 분들은 트라카이성 초입에서 거리통행료를 징수하는 사람들 때문에 좀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빌뉴스 내의 호텔은 여행자의 다양한 예산에 맞게끔 다양하게 위치해 있습니다. 저렴한 유스호스텔부터 Radisson-SAS 호텔 같은 고급호텔까지 다양합니다. 아직 힐튼이나 하얏트 같은 유명체인호텔은 들어온 것이 없지만, 리투아니아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호텔들을 많이 만나실 수 있습니다.

호텔이나 식당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리투아니아의 여행가이드 홈페이지 www.inyourpocket.com로 들어가셔서 여행도시로 빌뉴스를 선택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어디에 가도 한국쌀밥과 김치가 없이는 못 사시는 분이 계시면 빌뉴스의 한인민박집을 이용해 보세요. (전화번호 370-2-34-8006. 이메일 stephen@iti.lt)

다음 기사에는 리투아니아 마지막으로 카우나스와 클라이폐다. 니다를 소개해 드립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덧붙이는 글 | www.tourism.lt에 들어가시면 빌뉴스 시가지 지도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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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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