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동행카드에 '동행'이 없다. 실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 지역 간의 이동에 대한 배려, 그리고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한 유관기관과의 '동행'이 빠진 교통 패스에 우려도 크다.
서울특별시가 지난 11일 서울특별시의 시내 교통수단을 무제한을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내놓았다. 6만 5천 원의 가격에 한 달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이 패스는 서울특별시 차적의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서울특별시 관내 전철역에서 출·도착하는 지하철과 서울특별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내년 1월부터 다섯 달 동안 시범운영을 한다고는 하지만 의문점이 크다. 갑작스럽게 공개된 이 패스에는 유관기관과의 협의도 없었고, 시민들의 대중교통 비용 절감과 서울시 바깥을 오가는 광역 수요 흡수도 어렵다. 심지어 비용 절감 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
비용 절감 효과, 사실상 없는 수준
서울특별시는 기후동행카드를 내놓으면서 6만 5천 원의 가격을 강조했다. 독일이 전국 교통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9유로 티켓'의 후속작, '49유로(한화 약 7만 원) 티켓'보다도 저렴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전역의 일반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과 '서울만' 갈 수 있는 티켓의 가격이 비슷한 것부터가 문제다.
서울특별시는 매달 6만 5천 원 이상의 대중교통 요금을 사용하는 시민이 95만 명 정도라고 집계했다. 서울 시민의 10%가 겨우 되는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교통 비용이 인상되기는 했지만 평일에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기준으로 6만 5천 원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시내버스의 기본요금이 1500원이다. 이를 20일 남짓 되는 평일 동안 이용한다면 약 6만 원가량이 나온다. 주말에 대중교통을 추가로 이용한다면야 6만 5천 원을 초과할 수 있겠지만, 서울 바깥의 교외로의 나들이도 불가능한 티켓을 이용해 서울에만 갇혀있으라고 하기에는 무리이다.
반면 49유로 티켓, 정식 명칭 '독일 티켓'은 사용 지역이 자유롭다. 어느 도시에서나 광역전철 격인 'S반', 지하철, 트램과 버스의 이용이 가능하고, 심지어는 한국의 무궁화호에 비견할 수 있는 RE(Regionalexpress) 열차도 이용할 수 있다. 지역 제한도 없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발권한 티켓을 함부르크에서도 쓸 수 있는 식이다.
당장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면 기후동행카드보다 저렴한 정책이 이미 있다. 수도권 지하철의 정기권은 기본요금 기준으로 5만 5천 원에 한 달 60회까지 승하차가 가능하다. 주말 이동을 더욱 먼 거리로 간다 쳐도 승하차 횟수가 한 번 더 차감되는 선에서 그친다. 지하철 기준, 서울 바깥으로 나가면 내릴 수조차 없는 '기후동행카드'보다도 낫다.
특히 서울 지하철 정기권에는 이미 서울 바깥의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5만 5천 원 비용에서 서울 시내 구간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서울 전용 정기권'도 대안이다. 아무리 '기후동행카드'가 따릉이나 버스 등 부가적인 대중교통수단의 탑승까지 포함한다지만, 평소 지하철만을 이용한다면 굳이 살 이유가 없는 패스인 셈이다.
광역교통이 탄소 배출 더 많아 절실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