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서울역에 설치된 일회용 교통카드 발매기에 '현금 결제만 가능' 표시가 붙어 있다. 현금 결제만이 가능한 교통카드 발매기는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에 하나의 '벽'처럼 자리하고 있다.
박장식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가능한 데다, '아날로그 국가'로 여겨졌던 일본에서도 도입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있다. 신용카드 그 자체로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하는 일, 이른바 '오픈 루프' 말이다.
한국에서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이용한 대중교통의 결제가 가능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신용카드의 경우 이른바 PayOn(페이온)으로 대표되는 국내 전용 후불교통카드가 탑재돼 있는 경우에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온전히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만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비접촉 결제(EMV Contactless)가 지원되는 신용카드라면 쉽게 대중교통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먼저 지원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지원된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역의 교통카드 발매기에서부터 '신용카드 불가'를 내거는 실정이다.
교통카드 안 사도, 현금 없어도... '내 카드'로 대중교통 타네
만일 해외여행에 초점을 맞춘 신용카드, 그중에서도 '컨택리스' 표시가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면, 또는 '애플 페이'를 쓰고 있다면 적어도 싱가포르에서는 기념품 용도를 겸하는 것이 아닌 이상 교통카드를 구매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가 교통카드와 완벽히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범위 역시 꽤나 넓다. 택시부터 시작해 'MRT'로 대표되는 지하철 노선과 경전철, 시내버스까지 신용카드를 교통카드 찍듯 이용하면 된다. 특히 교통카드로만 가능할 법도 한 환승할인까지 신용카드로 적용이 된다는 점이 신기하기만 하다. 싱가포르가 '오픈 루프'를 적용한 덕분이다.
'오픈 루프'는 비접촉 결제, 즉 EMV 컨택리스가 지원되는 신용카드를 교통카드로 대표되는 기존 대중교통 요금 결제망과 호환될 수 있도록 도입한 것을 의미한다. 2010년대부터 EMV 컨택리스를 도입한 비자·마스터카드·유로페이 등 국제 결제사에 의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결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