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운행을 시작하며 KTX의 새로운 얼굴이 된 KTX-이음.
박장식
문제도 있었다. KTX가 한창 준비되던 시기는 IMF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겹쳤을 때였다. 당초 2002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시기에 맞춰 진행하려던 개통 시기 역시 2년가량 늦어졌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속철도 인력의 해외 연수가 이어지고, 외환 위기 극복과 함께 공정률 역시 회복되는 등 준비가 이어졌다.
KTX의 시대가 가까이 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던 계기도 있었다. 철도청은 2003년부터 KTX가 운행할 주요 기차역의 리모델링 및 재건축을 통해 역사 환경을 바꿔놨다. 지금의 서울역·용산역·부산역 등 주요 역사의 모습은 KTX 개통과 함께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2004년 1월에는 영업 시운전에 돌입했고, 같은 해 3월에는 대국민 시승 행사를 개최하는 등 개통을 위한 마치막 준비에 돌입한 KTX. 그리고 3월 30일에는 서울역에서 조순 당시 대통령 직무대행 등이 참여한 가운데 고속철도 시대의 첫 시작을 알리는 개통식이 열렸다.
그리고 4월 1일 오전 5시 30분,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운행하는 1번 열차가 처음으로 승객들을 싣고 KTX의 첫 여정에 나섰다. 오전 5시 15분에 개찰구를 가장 먼저 통과한 박준규(현 여행작가) 씨는 KTX의 '1호 승객'이 돼 축하를 받는 이색적인 풍경도 이어졌다.
당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에서 3시간 30분 남짓. 열차가 시원스레 내달리는 고속선 구간에서는 객차마다 설치된 TV에서 실시간 속도를 알렸고, 열차에 300km/h 표시가 나올 때면 탑승객들의 경탄이 쏟아지곤 했다. 고속열차는 그렇게 '신고식'을 마쳤다.
고속열차의 개통은 한국의 교통을 바꿔놨다. KTX의 2004년 당시 운행 횟수는 경부선이 하루 64회, 호남선이 하루 17회였다. 800개가 넘는 자리를 가진 KTX가 매일 새벽부터 자정까지 여느 교통수단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전국을 누비면서 승객들을 실어다 날랐으니, 한국 교통이 송두리째 뒤바뀔 만 했다.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이른바 당일치기, 1박 2일 관광이 활성화됐고, '장거리 출퇴근족'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서울에서 아침을, 부산에서 점심을, 다시 서울에서 저녁을 보낼 수 있는 전국의 일일 생활권 시대가 KTX를 타고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천년', KTX가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