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과 기후 위기와의 싸움은 실패했다"며 "코카잎을 없애려고 숲에 불을 지르고 독성 제초제를 뿌리면서 기후위기를 개선하자는 말들은 위선적"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인 국가들을 비판했다. 숄츠 독일 총리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목도한 것은 제국주의와 식민지 시대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제국주의에 침묵하고 비밀리에 공모하는" 이들은 "역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의 시각에서 '역사적 오류'를 범하는 국가들은 누구일까. 러시아의 침략 행위는 비판하지만 미-영-유럽연합의 경제 제재에도 거리를 두는 국가들로 대부분이 남반구에 위치해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언급한 서-남 갈등이다. 남반구의 인식은 20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연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주제는 아마존 열대 우림 식물 코카를 통해 본 마약과 기후 위기다.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자라는 코카는 마약 코카인의 성분이 되는 식물로 미국에서는 재배 금지다. 하지만 고대 잉카 시대 사람들은 신성한 식물로 여기고 자연 상태의 잎을 우려 차로 마셨다. 가공되지 않은 코카 잎은 페루, 칠레 등 전통적으로 코카 차를 마셨던 국가에서 여전히 합법이다.
코카가 위험한 식물로 추락한 데에는 심각해진 미국의 코카인 중독이 있다. 1980년대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미국 정부는 콜롬비아 정부와 협력해 코카의 불법 재배 및 유통을 단속했다. 여기에는 코카 식물을 아예 제거하려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
40여 년이 지난 현재 이 계획은 실패다. 코카인 소비는 줄었지만 펜타닐과 같은 신종 마약이 등장해 미국 마약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콜롬비아는 암시장을 중심으로 한 불법 마약 조직이 기승, 폭력으로 인한 사회 불안 및 사회 부패 문제가 심각해졌다. 민간인 피해도 극심하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지난 40년간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약 45만 명 중 무고한 시민이 상당수고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페트로 대통령은 현재 아마존 열대 우림이 '피로 얼룩진' 상태에서 불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카를 없애야 할 잡초처럼 여기는 인식 때문에 아마존 열대 우림 파괴와 산불이 끊이질 않고 코카를 없앨 목적으로 뿌린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는 물을 오염시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마약이 인간의 문제인가, 자연의 문제인가. 페트로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구실로 열대 우림을 훼손시키면서 경쟁적으로 화석 연료는 귀하게 여기는 선진국의 현실을 두고 "코카와 석유 중 무엇이 더 해로운가?"라고 묻는다. 코카는 과다 복용한 이들이 죽는 것이지만 석유 의존이 일으키는 기후 위기는 전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마약과 석유 뒤에는 공통적으로 비이성적 권력, 이윤, 그리고 돈에 대한 중독"이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하는" 자본이 원인으로 열대 우림의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코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 방식을 고수하는 한 아마존을 살려야 한다는 구호는 "위선"이라고 일갈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코카와의 싸움을 멈추고 아마존을 되살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약 해결에 '전쟁'은 필요하지 않으며 좀 덜 벌더라도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사회 건설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 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현재 음성화된 마약 시장을 정부 통제하에서 양성화시키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양성화는 암거래로 성장해온 마약 조직을 약화시킬 것이고 이를 통해 폭력과 부패의 문제도 해결해 보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양성화될 경우 마약 사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져 여기에 대한 대책은 계속 토론 중이다.
시장 경제와 성장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트로 대통령이 말한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하는" 성장 위주의 경제를 강조한 정상이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였다. 21일 유엔 연설에서 트러스 총리는 "권위주의 국가들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에 맞서기 위해 국방비를 3%까지 올리고 2.5%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트러스 총리의 경제 정책 기조는 '낙수 효과'다. 횡재세를 폐지하고 기업 임원 보너스 상한선을 없애는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취했다. 소득세와 주택 거래 시 내는 인지세를 낮춰 작은 정부 행보를 취했다. 지진 우려에 중단하기로 한 하원 결정을 번복하고 북해 지역 셰일 가스 개발을 다시 추진하려 한다.
국제주의가 깨지고 계층 갈등과 기후 위기가 위험 수위에 달한 지금, 성장 위주의 경제가 유효할 수 있을까.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트러스 총리의 연설 전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낙수 효과 경제에 신물이 난다. 그건 실패했다. 우리는 아래로부터 그리고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건설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영국 보수당안을 "카지노 경제"라 부른 영국 노동당은 서민층과 친 기후 중심으로 재산업화안을 이번주 노동당 전당 대회에서 띄울 예정이다. 현재 노동당 지지율이 10%이상 앞선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은 아쉬웠다. 4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주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마지막 질문인 해결책에만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첫 세 질문 답변에서 보여줘야 했던 한국만의 입장과 시각이 빠졌다. 4개의 질문에 15분은 부족한 시간임에도 한 질문에만 매달리니 시간도 남고 같은 말만 20번 넘게 사용해 높낮이가 없었다. 거기에 비속어 논란으로 국내외 비판이 쏟아졌다.
유엔 총회는 끝났지만 만회할 기회는 있다. 총회 연설에서 나타났던 많은 시각과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안보리 개혁안에 의미 있고 창조적인 의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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