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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현역병 강철민(23)씨가 선택적 병역거부 선언을 했다.

▲ 강철민씨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이등병의 편지'를 읽어내려가자 NCC 정진우 목사가 답답한듯 머리를 들고 있다.
ⓒ 박신용철
전남 장성 상무대 육군보병학교 근무지원단 운전병인 강씨는 한국군 이라크 파병결정이 철회될때까지 자대 복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4박5일의 위로휴가를 나온 그는 18일, 19일 양일간 서울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20일 밤 10시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부모와 동생에게 선택적 병역거부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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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국기독교회관 708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헌병대가 연행하러 올 경우 저항 없이 따라 갈 것"이라면서도 "군대 내부에서도 파병 철회를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오종렬 이라크파병반대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이것이 국민의 소리"라며 "이라크 침략 전쟁의 본질이 파병 당사자의 절박한 현실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선택적 병역거부 선언을 한 강철민씨
ⓒ 박신용철
오종렬 공동대표는 "박해와 불이익이 예상되는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고 우리가 어버이의 품으로 어린 양을 보살펴야 한다"면서 "정부는 더 이상 침략전쟁에 우리 아들들을 제물로 바쳐서는 안되고 미국 부시는 대선에 우리 자식들의 피를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앳된 병사의 외침이 '광야의 절규'가 절대 되지 않도록 어른들이 일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안타깝다. 본인의 용기와 양심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오늘 수업받는 학생들도 데리고 왔는데 같은 또래 젊은이가 이런 선택을 하는게 스승으로서 너무 안타깝다"며 "안타까운 현실은 국군 통수권자가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쳤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대통령의 잘못으로 발생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옥에 안가도 되는 양심적이고 맑은 영혼을 가진 젊은이가 감옥에 가야하는 결단을 내렸다. 격려보다 착찹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파병철회를 위한 각계 선언, 성명서 발표 등은 계속되었지만 직접적인 파병 당사자인 현역병이 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선택적 병역거부를 한 것은 처음 발생한 일로 향후 정부과 군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아들들이 죽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라크 파병거부 현역병 강철민씨

기자회견을 앞둔 강철민(23)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앳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 보았다.

"안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 파병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휴가 때 나와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역병인 강씨가 이라크 파병철회를 위한 자대복귀 선언을 한 계기는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지원연대 사무국장이었던 염창근씨의 병역거부 소식을 접하고서다. 지난 17일 4박5일의 위로휴가를 나온 강씨는 휴가 첫날 고향인 대구에서 친구들과 보낸 후 다음날 새벽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부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이틀 간 논의를 마친 뒤 20일 밤 10시 대구로 내려가 가족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군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라크 파병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야기만 하고 군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더 힘든 생활이 될 것이고 파병되는 다른 전우들이 죽었을 경우 그 부모님들의 맘 고생이 심하실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부모님들은 '다 좋은데 왜 니가 하느냐'며 걱정을 하셨지만 계속 설득했다."

"과묵한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지만 어머니는 '감기나 조심하라'면서 내복을 넣어주셨고 남동생은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해주었다고 강씨는 말했다.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시죠. 나는 엄마, 아빠와 있으면 좋은데 나 같은 군인이 이라크에 파병되어 죽으면 더 많은 부모님들이 어떻게 살아가시나. 서울로 올라올 때 부모님께 '저 때문에 늙지 말고 아프지 마세요. 나중에 효도해야 하니까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군인으로서 파병철회를 요구하며 할 수 있는 제일 큰 일이 병역 거부라고 생각했다"는 강씨는 대구 가톨릭대 철학과(3년·00학번)를 휴학하고 군입대한 지 5개월된 이등병이다. 그는 대학교에서 '평화'를 신념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는 이라크내 민간인 사망과 테러, 그리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결정 상황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접하면서 이 땅의 젊은이로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 '한국은 모든 침략전쟁을 거부한다'는 헌법에 위배되는 이라크 침략전쟁에 우리 군인이 동원되어 간다는것이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선택적 병역거부) 한달 정도 생각하고 휴가에 맞춰 행동에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헌병대에 연행이 되더라도 안에서 파병결정 철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며 "많이 떨린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에게 '자대복귀 거부로 전과가 평생 따라 다닐 것인데 그런 고민은 해보지 않았나?'라고 묻자 "지금 못했을 때보다 고민은 적을 것 같고 후회는 없을 것 같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신실한 종교인은 아니다. 무교로 군대에서 '초코파이 신자' 정도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본 민가협의 한 회원은 "위로와 힘을 주고 싶다"며 "명분도 없는 이라크 전쟁에서 젊은이들을 파병해서는 안되는데 이런 짐을 혼자 짊어졌다. 절대 굴하지 말고 힘내시라. 우리 모두 함께 강철민군을 지키자"라고 격려를 했다. / 박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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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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