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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위로휴가를 나온 이등병이 "이라크 파병 반대"를 선언하고 오늘(21일)부터 서울 기독교회관 7층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 강철민 이등병
ⓒ 성낙선
상무대 육군보병학교 근무지원단 소속 운전병인 강철민씨(22)는 오늘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역 군인으로서 이라크 파병 반대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이등병의 편지'를 발표했다.

강씨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부대 내에서 언론을 통해 이라크의 참상과 이라크에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파병 반대 선언을 결심하게 됐다"며, "파병을 반대하는 데 있어 군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은 병역 거부"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헌병대에서 잡으러 온다 하더라도 부대 안에서도 이라크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최대한 병역을 거부하겠다"고 말해 이라크 파병 반대에 강한 결의를 보였다.

강씨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지난 17일 휴가를 나와, (최근 이라크 파병에 대해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한) 염창근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염씨의 소개로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등의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자신의 뜻과 의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에서 지지 발언을 한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오종렬 대표는 "강씨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박해를 받을까 마음이 착잡하다"며, "파병 결정했던 나라들도 철회하고 있는데 이 나라만이 추가 파병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김수정 변호사는 "이틀 전 (강씨의) 변호 요청을 받고 변호사 입장에서 강씨 같은 양심 선언자가 얼마나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알기에 부대로 돌아가라고 설득했지만 강씨의 의지가 확고했다"며 "강씨의 결정은, 군인은 민족 방위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실존적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대통령은 헌법을 어기고 이등병은 파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강씨는 모든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부인하고 있는) 침략 전쟁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회견 모습. 왼쪽에서부터 국민행동 오종렬 대표, 정진우 목사, 강철민 이등병, 임종인 변호사, 민가협 조순덕 회장, 한홍구 교수, 김수정 변호사
ⓒ 성낙선
원래 일정대로라면 강씨는 오늘 부대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다음은 강씨와 기자들 사이에 오고간 일문일답이다.

- 파병반대 선언 결심을 하게 된 시기와 동기는?
"한 달 전부터 고민해 왔다. 이라크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결심을 하게 됐다."

- 앞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텐데 후회는 없나?
"(양심에 따라) 파병 반대 선언을 하지 않은 것보다는 후회가 적을 것이다"

- 군대 생활은 어땠나?
"인생에서 좋은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입대했다. 군대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 부모님과 상의를 했을텐데...
"어제 오후 4시에 부모님께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다른 전우들이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그 부모님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말씀드렸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걱정은 하지 않으셨다. 부모님이 감기 조심하라며 내복을 챙겨주셨다. 동생은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줬다."

- 입대 전 경력은?
"대구가톨릭대 인문대 학생으로 집행부 일을 한 적이 있고, 17대 총학생회 복지부장 일을 잠시 하다 군대에 가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이등병의 편지

강철민

대구 산골의 촌놈으로 태어나 산이고 들이고 동네 산 천지를 뛰어다니며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으며 돌아다닌 저를 보시고 동네 어르신들이 욱수골 타잔이라 불러주셨습니다. 욱수골 타잔 생각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별명입니다. 욱수골 타잔으로 불리던 제가 나이가 차서 어련히 가야한다는 군대라는 곳에 할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나마 운전밖에 없어 운전병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여름의 길쭉한 태양과 걸쭉한 소낙비를 맞으며 군사 훈련을 끝내고 또한 운전 훈련을 끝내고 전라도 장성에 있는 상무대라는 곳으로 자대를 배치 받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군대라는 곳에 입대한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편지를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편지를 쓰는 까닭은 이등병인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라크 파병이라는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물론 대통령님께서도 적지 않은 고민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리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은 우리 군대의 장교는 물론이고 사병들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군인으로써 그러한 죽음을 두려워서가 아니라 아무런 명분도 도덕도 없는 제2의 베트남전에 우리의 군대가 파병되어 이라크 국민을 죽이고 또한 죽어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군대에 갔다 오신지라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우리 군의 역할을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자국의 군대가 자국의 국토와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 이외에 침략전쟁의 도구로 쓰여 진다면 그것은 이등병인 제가 아니라 어느 누가 보아도 틀린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아직 배우고 익혀야할 군인인 제가 이렇게 군에 관한 문제를 조심스럽게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님께 이야기 하는 것은 다시 한번 이라크 파병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자주국방의 원칙에 맞게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입니다.

어제는 이러한 저의 생각을 가족들과 마주앉아 이야기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말씀드릴 때마다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눈동자가 저의 가슴을 쳤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병결정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자식 잃은 모든 부모님의 눈동자가 저의 가슴을 칠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느껴지셨는지 나중에는 부모님도 저의 의견에 더 이상 말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준 저의 동생의 말 한마디가 저에게 많은 힘이 되 주었습니다. 저는 참 불효자입니다.

저는 이라크전쟁 파병을 반대합니다.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분들 또한 저와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아직 군 생활이 많이 남은 한국군의 일원으로써 침략전쟁인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이러한 상황이 파병 철회로 바뀔 때 까지 수없이 고민한 농성을 시작할까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겨울 모든 분들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1981. 11. 22. 대구 출생.
대구가톨릭대학교 철학과 00학번
전라남도 장성 상무대 육군보병학교 근무지원단 운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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