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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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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11일 자신의 임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그동안 민정수석이 검찰을 장악하고 관행처럼 수사에 개입해 온 것과도 단절을 선언했다. 검찰 개혁과 독립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그것은 곧 비검찰 출신의 민정수석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조 수석은 그동안 현실정치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고 직접 정치에 나설 것인지 묻는 질문을 계속 받아왔다. 선거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해박한 법학 지식, 뛰어난 언변, 출중한 외모가 '정치인 조국'의 상품성을 높여왔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적극 도우면서 곧 정치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조 수석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현실정치에 목소리를 내면서도 직접 정치에 나서는 것에는 항상 손사래를 쳤다. 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개혁진보 진영의 진로에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번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지난 9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합시다"라며 "'학인'(學人)으로서의 삶을 사랑하는 제가 '직업정치인'이 될 리는 만무하겠지만, 언제나 '참여형 지식인'의 책임은 다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자신에게 또 다시 제기될 정치 참여 요구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 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사실상 정치무대에 올랐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과연 '직업정치인'인지 따져봐야겠지만, '민정(民情)'이 곧 '백성의 뜻을 살핀다'는 의미라는 점과 법률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인사검증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정치활동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는 어렵다.

조 수석 역시 그 의미를 충분이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 수석은 인사발표가 있기 전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마음과 어깨가 무겁다"라고 밝혔다. 그는 민정수석 직을 제안 받은 배경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무엇보다 검찰 개혁과 독립이라는 과제를 수행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큰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그가 정치에 나서는 이유를 살펴볼 수 있는 글이 있다. 바로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 2010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의 대담을 엮어 쓴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 펴냄)이라는 저서에 남긴 글이다. 그는 자신이 정치에 나설 수 없는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이를 거꾸로 보면 정치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조국 서울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2011년 5월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보집권플랜'에 사인을 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2011년 5월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보집권플랜'에 사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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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글에서 "오 대표는 나에게 대담 도중 여러 번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권유했다. 아마도 내가 정치인으로서 '상품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감사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 이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대중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강력한 권력의지를 가지고 안팎으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권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후방에서 벌이는 작전 수립이나 평가에 그치지 않고 최전방에서 육박전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아직 나는 이러한 모습의 나를 상상하지 않고 있다. 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면서 스스로에게 부과한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기 위한 심신의 '결기'와 '근육'이 취약함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 수석은 5년이 지나 자신이 선택했던 학자의 길을 잠시 미뤄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이라는 전투의 최전방에 섰다. 그의 '결기'와 '근육'은 그동안 얼마나 강해졌을까? 검찰개혁이라는 커다란 전투에서 그가 펼칠 '육박전'은 또 어떨까? 어렵게 디딘 걸음이니 만큼 쉽게 물러날 일은 없을 것이 분명하다.


태그:#조국, #민정수석, #진보집권플랜, #오연호,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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