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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합차를 이용해 라오스 북단에 있는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일주일간의 라오스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시작해 북으로 방비엥을 거쳐, 루앙프라방에서 여행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루앙프라방에서는 항공기를 이용해 태국 치앙마이로 갈 예정입니다.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

해발 2400m 휴게소
 해발 2400m 휴게소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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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도심 모습
 루앙프라방 도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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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 거리는 약 260km. 우리나라라면 세 시간 정도 소요될 거리입니다. 그렇지만 시간 거리와 공간 거리는 나라에 따라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허술한 도로 상황과 까마득한 산 능선을 따라 위태하게 만들어진 도로는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을 느끼게 합니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 가는 길의 하이라이트는 방비엥을 출발해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해발 2400m 휴게소입니다. 카시(Kasi)를 지나 산을 몇 개 오르내리면 푸피양파 산 중턱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산 중턱에 걸려 안개가 피어나는 모습은 사람을 몽환적으로 만듭니다.

도로는 사람의 삶과 연결돼 있습니다. 까마득한 산 능선에 위태하게 걸려 있는 산촌 마을 주민들이 도로 주변에서 갈대로 빗자루를 만드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애잔하게 합니다. 태어난 곳은 자신이 택한 게 아닌데 태어난 곳에 따라 펼쳐지는 삶의 모습이 다릅니다.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봅니다.

아홉 시간 쯤 소요된다는 가이드북과는 달리 6시간 30분 만에 루앙프라방에 도착했습니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최초의 통일왕국인 란쌍 왕국의 수도로 800년 동안 라오스 정치·문화 그리고 종교의 중심지였습니다. 메콩 강을 품고 있는 도심은 사원의 천국입니다. 서울 도심의 교회 수만큼 많은 불교 사원은 그 자체가 관광 자원이며 도심 전체가 박물관입니다. 

루앙프라방의 랜드마크 '푸씨'

'푸시'에서 본 루앙프라방
 '푸시'에서 본 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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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메콩강의 일몰
 루앙프라방 메콩강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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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 도착해 숙소를 정한 뒤 푸씨(Phou Si)에 올랐습니다. 푸씨는 루앙프라방 중앙에 있는 해발 100m 정도의 작은 산이지만 막힌 곳이 없습니다.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적인 루앙프라방의 모습과 황톳빛 메콩 강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산 정상에는 28m 높이의 황금 불탑인 '탓 쫌씨'가 도시를 내려보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신앙을 위해, 외국인들은 전망 감상과 메콩 강의 일몰 감상을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루앙프라방은 60여 개의 사원이 있었는데 현재는 32개의 사원만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도시 전체가 사원이자 주민들의 생활 터전입니다. 종교와 삶이 어우러져 있는 이 도시는 주민 모두가 부처님 미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왕궁 박물관 앞 도로에는 매일 밤 나이트 바자르가 열립니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많은 볼거리가 있기에 늘 사람으로 북적북적합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기 위해 흥정을 했습니다. 물건값을 흥정하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1만 킵이면 1달러 조금 더 되는 금액이지만, 밀고 당기는 재미는 값어치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여름·겨울의 배낭여행자, 상당수는 교사

루앙프라방의 나이트 바자르 모습
 루앙프라방의 나이트 바자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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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바자르에서 비엔티안에 있을 때 투어를 함께한 여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동선이 비슷하기에 라오스에서 벌써 세 번째 만났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배낭여행에서 만나는 30대 이상의 여행자들에게 "무엇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어느 학교에 계세요?"라는 물음이 더 정확할 때가 많았습니다. 여름과 겨울철 여행지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사였습니다. 배낭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선행돼야 하기에 '방학'이라는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교사들이 여행지마다 넘쳐 나는 모습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있는 지식 외에 다양한 삶의 방법을 제시하고 조언하는 사람이기에 직접 혹은 간접적인 경험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행은 자신의 틀을 벗어나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여행을 통해 사고의 틀이 확장되고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학생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보다 아이들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더 많은 여행의 기회를 얻었으면 합니다.

메콩 강을 거슬러

루앙프라방에서 메콩 강을 거슬러 올라가 닿은 빡우동굴
 루앙프라방에서 메콩 강을 거슬러 올라가 닿은 빡우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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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쾅시 폭포 모습
 루앙프라방 쾅시 폭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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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운영하는 패키지를 이용해 빡우 동굴과 쾅시 폭포를 다녀왔습니다. 빡우 동굴은 메콩 강을 25km 정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고, 쾅시 폭포는 반대로 남쪽으로 29km 정도 떨어진 산속에 있기에 개별적으로 하루에 두 곳 모두 구경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행사 패키지 투어를 이용했지요.

메콩 강을 두 시간 정도 거슬러 올라간 곳에 있는 빡우 동굴은 약 4000여 개의 불상이 있는 불상 동굴로 현지인의 기도 장소이기도 합니다. 저는 불상 모습보다 절벽에 걸려 있는 동굴의 모습과 빡우 동굴까지 보트를 타고 가며 볼 수 있는 메콩 강 주위의 주민 생활상·풍경이 마음에 더 와 닿았습니다.

쾅시 폭포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아름다운 폭포와 울창한 삼림 그리고 기묘한 물 빛깔 때문에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입니다. 석회질로 돼 있는 버섯 모양의 바위 위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광경은 매우 독특합니다. 폭포 아래에는 맑고 선명한 청록색의 물이 고여 있습니다.

루앙프라방의 백미 '탁발'

루앙프라방에서 본 탁발
 루앙프라방에서 본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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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여행의 백미는 '탁발(라오스어로 탁밧·托鉢)'입니다. 아직 한기가 채가시지 않은 새벽 주민들은 거리에서 자리를 깔고 스님들을 기다립니다. 그 시간, 발우(절에서 쓰는 중의 공양 그릇) 든 스님들이 사원을 출발해 지정된 지역을 향해 출발합니다. 탁발 행렬이 오면 주민들은 합장을 하며 준비한 음식과 과일을 공양합니다. 이 행사는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기꺼이 참여해 이 도시의 아침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탁발은 '수행자의 간소한 생활을 표방하는 동시에 아집(我執)과 아만(我慢)을 버리게 하며, 속인에게는 보시하는 공덕을 쌓게 하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스님과 주민 모두에게 중요한 수행이지요. 스님들도 공양받은 음식을 어려운 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기에 상생(相生)과 같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나 위대한 건축물보다 이른 새벽 탁발을 기다리며 미소 짓는 할머니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제 라오스 여행은 마무리됐습니다.

루앙프라방의 미소.
 루앙프라방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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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라오스 여행은 지난 1월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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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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