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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일출은 다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저 멀리 태국 농카이에서 떠오른 햇살이 메콩강에 반사되어 새벽 일터로 출근하는 사람, 골목에 꿇어 앉아 탁발을 기다리는 사람, 아침 운동을 위해 새벽을 걷는 사람 등 모두의 가슴을 환하게 비춰줍니다.

메콩강의 일출
▲ 일출 메콩강의 일출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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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의 아침
▲ 탁발 비엔티안의 아침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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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을 떠나는 날이기에 메콩강을 따라 여행자 거리까지 산책을 하였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비엔티안 여행이었지만 언젠가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눈도장을 찍어 봅니다. 오늘은 버스를 이용하여 방비엥으로 이동합니다. 방비엥은 비엔티안에서 160km 정도 떨어진 북쪽에 있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지만 편안함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입니다.

'신세계 백화점'으로 가는 버스

방비엥을 가는 방법은 여행자 버스와 로컬 버스가 있습니다. 우리는 여행자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수입된 중고 버스입니다. 라오스에는 수많은 우리나라 중고 차량이 수입되어 대중교통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탄 버스에는 신세계 백화점'로고가 버스 측면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서울까지 운행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긴 세월을 달려야 할지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가 가는 방비엥에도 '신세계 백화점'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방비엥을 가면서
▲ 여행자 버스 '방비엥을 가면서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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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승객은 대부분 서양인들입니다. 한 덩치 하는 거구의 중년이 좁은 좌석에 엉덩이를 겨우 걸치고 앉아 있습니다.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몇 시간씩 달리는 버스에서 무엇이 그들을 즐겁게 하는 것인지 밝은 모습으로 대화를 하고 책을 읽습니다. 여행은 불편함을 참는 것이겠지요.

소계림으로 불리는 '방비엥'

비엔티안 북쪽으로 160Km 지점에 위치한 방비엥은 깎아 놓은 듯 치켜 올라간 카르스트 지형의 산세와 맑은 물이 흐르는 송강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경치를 연출하고 있는 곳입니다. 처음 방문한 10년 전과 달리 마을의 규모와 모습이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 주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조용한 시골 마을 모습입니다.

방비엥을 흐르는 송강 모습
▲ 송강 방비엥을 흐르는 송강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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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카오산처럼 방비엥도 라오스에 있지만 라오스는 아닙니다. 관광객을 흡입할 수 있는 관광지가 없는데도 휴식과 액티비티를 위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송강 주변의 전망 좋은 레스토랑은 하루 종일 미국 드라마 '프렌즈'나 만화영화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서 TV를 시청하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쫓기듯이 바쁘게 진행되는 패키지 여행과는 전혀 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방비엥입니다.

'프랜즈'를 시청하는 여행자 모습
▲ 휴식 '프랜즈'를 시청하는 여행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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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은 행운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이곳 게스트하우스에 예약을 하였는데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장의 배려로 예약한 숙소보다 업그레이드된 넓고 전망 좋은 호텔(?)에서 2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20여일 만에 가장 넓고 전망 좋은 방에서 숙박을 하였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행운이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숙소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났습니다. "여행이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지요. 배낭여행에서 가끔씩 예상치 않은 사람들을 만나곤 하였는데 같은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지인을 만났습니다. 같은 날 저는 네팔로 그 친구는 베트남으로 출국하였는데 20일이 지나 라오스 방비엥에서 만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참 귀한 인연인 것 같습니다.

방비엥 액티비티

방비엥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에는 열기구 타기, 동굴탐사, 자전거 타기, 산골 마을 방문, 카약킹, 튜빙(튜브를 타고 내려 옴) 등 다양합니다. 저는 현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에 참가하여 동굴 탐사와 카약킹을 하였습니다.

카약을 싣고 출발하는 쌩태우 모습
▲ 투어 출발 카약을 싣고 출발하는 쌩태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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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피부색으로 형성된 투어팀은 쌩태우를 타고 송강을 거슬러 올라가 '탐남동굴'에 도착합니다.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자 가이드가 헤드랜턴과 튜브를 나누어 줍니다. 튜브를 타고 설치해 놓은 줄을 잡고 동굴 탐사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과 가이드의 짓궂은 물장난이 탐사의 재미를 배가 시킵니다.

방비엥 투어 프로그램
▲ 동굴탐사 방비엥 투어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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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탐사가 끝나고 카약킹을 시작합니다. 2인 1조가 되어 송강을 따라 2시간 정도 내려가는 코스입니다. 두 사람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속도나 방향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에는 튜브를 타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 아이들의 수영하는 모습, 고기를 잡는 어부 등 레포츠와 주민들의 삶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라오스 방비엥 송강에서
▲ 카약킹 라오스 방비엥 송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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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송강에서
▲ 어부의 모습 방비엥 송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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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여행은 무척 한가합니다. 마을을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고 몽족 마을로 마실을 가고, 전망 좋은 강변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하루의 일상입니다. 저녁에는 숙소에서 재주 많은 친구들의 노래나 기타 연주를 듣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입니다.

산책을 하면서 만난 소떼
▲ 산책 산책을 하면서 만난 소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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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우리나라 패키지 여행자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우리나라 저가 항공사에서 직항을 운항하면서 여행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같은 유적지도 태국 같은 풍부한 관광자원도 갖추지 못한 이곳에 우리나라 패키지 팀들이 대형 버스에 몸을 싣고 3박 5일 혹은 4박 6일 여행을 온 모습에 당혹감을 느낍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사고나 문화가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을 나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어리석음을 자주 범합니다. 꽤 많은 시간 여행을 하였음에도 사고의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숙소에 때 아닌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얼마간의 돈을 거출하여 술과 안주를 준비하였고 콘서트를 위한 준비는 기타 하나입니다.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난 젊은이들이 감미로운 팝송과 기타를 연주합니다. 무대도 객석도 없는 숙소의 야외 식당에서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방비엥의 밤을 깊어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라오스 여행은 지난 1월에 다녀왔습니다.



태그:#라오스, #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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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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