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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퍼스티지. 모두 2444가구의 대단지로 내년 7월 입주 예정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 조감도를 보며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퍼스티지. 모두 2444가구의 대단지로 내년 7월 입주 예정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 조감도를 보며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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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에서 어떤 아파트보다 자신있게 내놓았다." (신동인 삼성물산 분양소장)
"이 가격에 사는 사람은 미친 사람 아닌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14일 3.3㎡(1평)당 3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한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이하 반포 래미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파트를 지은 삼성물산 쪽은 "적정한 가격"이라고 밝혔고, 견본 주택(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했다.

반면, 분양가를 보고 발길을 돌린 일부 사람들은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탄식을 내뱉었고,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청약은 잘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분양가에 거품이 낀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쪽의 말이 옳은지 아직 알 수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3000만원대의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래미안은 다르다"며 '강남 불패'를 믿고 청약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반포 래미안은 강남에서 드물게 중소형을 중심으로 한 2444가구의 대단지로 하반기 서울 분양시장의 태풍의 눈이다. 내년 7월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의 청약 실적은 향후 강남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잣대다.

일반분양 청약 접수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반포 래미안을 찾았다.

래미안 퍼스티지는 강남 부동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래미안 퍼스티지는 강남 부동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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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입지 갖췄는데 한산한 견본주택

오전 11시 반포 래미안 건설 현장에 들어서자 23~34층의 거대한 아파트가 우뚝 솟아 위압감을 연출했다. 아파트가 무려 28동이라니 그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한 아파트 벽면엔 '분양대금 납부조건 계약금 10%, 잔금 90%'라는 플래카드가 반쯤 덮었다.

이날 반포 래미안 견본주택 주변은 다소 한산했다. 인근 지하철 고속터미널역과 건설 현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거의 텅 빈 채 운행됐다. "최고의 입지를 갖췄다"는 도우미들의 목소리만 아파트 단지에 울려 퍼졌다.

일반분양에 앞서 이 날 하루 동안 3자녀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접수받고 있는 커뮤니티센터를 찾았다. 이 곳 역시 한산했다. 이 곳에서 만난 신동인 삼성물산 분양소장은 "2444세대 중 조합원 물량을 뺀 426세대만이 일반·특별 분양 물량인데도, 주말에 2만여명이 왔다"고 강조했다.

분양 열기가 뜨겁다지만, 반포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 래미안은 고분양가 논란을 비켜갈 수 없는 상황이다. 반포 래미안의 분양가는 평당 2635만~3295만원이다. 단지 내에서 가장 작은 크기인 86.57㎡(26평)의 분양금액은 7억7400만원이다.

이에 앞서 반포 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지난 6월 분양한 반포 자이의 분양가는 3.3㎡당 2988만~3250만원이었다. 당첨자의 40%가 계약 해지를 했을 정도로 고분양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신 소장은 "반포 래미안의 가격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포 래미안은) 구조·조경·자재 등 어떤 아파트보다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 입지도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 반포 자이는 강점을 잘 활용하지 못했지만 우린 다르다. 가격이 만만한 게 아니지만, 마케팅팀이 시장 상황을 검토해 적정한 가격에 내놓았다."

래미안 퍼스티지 분양상담실을 찾는 사람들.
 래미안 퍼스티지 분양상담실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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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다] "강남에 집 사면 부자된다"

이날 분양상담을 받으러 온 많은 사람들은 신 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골프연습장· 사우나·수영장 등이 있는 이 아파트의 커뮤니티 센터를 둘러 본 사람들은 "역시 삼성 래미안은 다르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센터에서 만난 김경석(가명·48)씨는 "3.3㎡당 3000만원이면 적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로 세 번째 여기에 왔다"며 "트리플 역세권에다 이러한 학군·환경 등을 갖춘 강남 대단지가 없다, 기대가 많이 된다"고 밝혔다.

인근 서울 서초동에서 86㎡ 아파트에서 2억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는 그는 "같은 크기의 반포 래미안은 7억7000만원인데, 2억원의 전세를 빼고 대출받아서 청약을 할 것"이라며 "당첨되면 1억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3자녀 무주택자 특별공급 물량에 청약한 이정희(가명·49)씨는 "시설이 너무 좋다, 경쟁이 셀 것 같다"고 초조해했다. 이씨는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집값이 하락한다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불안을 조장하지만, 강남은 다르다. 대출이자가 부담되지만 분명 몇억원의 '피(프리미엄)'를 받을 수 있다. 강남 수요는 계속 있다. 친구가 IMF 때 팔려다 못 판 8천만원짜리 집이 지금은 8억원이다. 집을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 분양상담실에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특별공급' 접수 창구가 마련돼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 분양상담실에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특별공급' 접수 창구가 마련돼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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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다] "이 값에 누가 살 지 궁금하다"

현장에서 만난 모두가 반포 래미안의 분양가가 적당하다는 데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박경자(가명·52)씨는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안내 책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박씨에게 분양가에 대한 의견을 묻자 "분양가가 이렇게 높을지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 사놓은 6억원짜리 개포동 13평 아파트를 팔고, 대치동 아파트 전세금 3억원을 뺀 후, 대출금 1억원을 갚고 이곳으로 오려고 했는데 어려울 것 같다. 개포동 아파트를 싸게 내놓아도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이렇게 비싸니…. 분양가가 이렇게 높으니, 누가 이 아파트를 살지 의문이다."

반포 래미안에 대한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망이 궁금했다. 견본주택 앞에서 부동산 중개업소 전단지를 돌리고 있던 한 업소 관계자는 "이 분양가에 사는 사람이 미친 사람이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포 래미안 건너편에 위치한 ㄷ부동산의 김아무개 대표는 "집값이 2001년보다 6~7배 올랐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반포 래미안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어 분양은 되겠지만, 거품이 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날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90세대의 특별공급 물량에 단 2명만이 신청했고, 13세대를 모집한 3자녀 무주택자 특별공급은 13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순간, 앞서 만났던 이정희씨가 기뻐할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도 웃을 수 있을까?

15일부터 시작되는 3일간의 일반분양 청약에서 이씨의 미래와 함께 강남 부동산의 미래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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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반포 래미안, #집값 하락, #집값,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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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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