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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35개 종교·인권단체의 연대체인 '강남대 이찬수 교수 부당 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공동으로 강남대 이찬수 교수의 재임용 거부와 관련된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종교적 배타성'과 족벌 사학의 문제를 심층 취재합니다. <편집자주>
▲ 강남대 정문에서 이 교수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강남대 이찬수교수 부당해직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이들은 이번 사태를 '현대판 종교재판'이라 규정했다.
ⓒ 안윤학
이찬수 강남대 전 교수 해직의 부당함을 알리려는 홍세화(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씨의 강남대 강연이 무산됐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동아리연합회는 지난 6일 오후 3시 강남대 샬롬관 지하강당 103호에서 '세계를 바꾸는 지성, 홍세화 선생님 초청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주최 측은 "이 전 교수 해직과 관련해 학내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이번 강연을 기획했고, 지난달 말경 학생복지처가 강연 개최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연을 하루 앞둔 5일 학생복지처 직원이 주최측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 교수 관련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면서 강연을 문제삼았다.

강연 전날 "졸업 어렵지 않겠나" 전화

▲ 홍세화 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학교측은 강연 허가 신청을 내줄 때는 강연자가 홍세화씨라는 사실을 몰랐고 행사 1주일 전부터 교내 게시판에 붙은 홍보 포스터와 플래카드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찬수 교수 대책위 홈페이지 등에서 이번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한 강남대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강연 내용을 제한을 두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신애 강남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은 "이번 강연회 무산은 학생 자치권을 탄압하는 일"이라며 "학생들이 주최하는 강연을 인사위원회까지 열어가며 예민하게 대응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5일 저녁 확인한 결과,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교내에서 이번 강연과 관련된 홍보물(포스터·현수막)만 떼어졌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김씨는 학교 측이 이번 강연을 주최한 졸업 예정자에게 전화를 걸어 "졸업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강연 취소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측 관계자에게 수차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홍세화 "대학은 억압받은 사람 보호하는 곳"

결국 강남대 대학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알게 된 홍세화씨가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다"며 강연을 취소했다.

홍씨는 "무리해서 진행할 수도 있었으나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염려됐다"며 "이 전 교수 사태 때문에 학생들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건데, 관련 발언이 나오면 안 된다고 하는 등 학교가 주최 측을 압박해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이찬수 전 교수 사태와 관련해 "과거에는 대학이 법에 의해 억압받는 사람들을 보호해 줬는데, 이젠 대학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법에 호소해야 하니 뒤집힌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요즘 학생들은 대학을 취직을 위한 교두보로 생각한다, 비판 정신이 없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홍씨는 지난 9월 <오마이뉴스> 기고글 '누가 강남대 창학이념 배반했나, 학교 떠날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에서 강남대가 이찬수 전 교수를 부당 해고한 것을 비판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대의 한 교수는 "홍 선생이 온다길래 한 번 가보려 했다"면서 강연이 취소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대학에서 자유롭게 말할 자유가 없다면 그게 진정한 대학인가"라며 학교측 대응을 비판했다.

강연 취소까지... 강남대는 뭐가 두려운가

▲ 홍세화씨의 강연 취소를 알리고 있는 강남대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
강남대 학생들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남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강연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댓글을 올리며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디 '한글을몰라'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교육권리도 막다니 답답하다"고 토로했고 '진짜 미쵸~'는 "진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학교"라고 꼬집었다. '강남인'도 "이 교수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학교측이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강연 취소는) 폭력에 가까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최철규 간사는 "표현의 자유를 막는 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졸업을 빌미로 강연 취소를 종용하는 등 탈헌법적인 일이 발생함에도 학생들은 구제 받을 곳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교육부가 나서서 막아야 할 일"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강남대는 지난 1월 이찬수(45) 교수의 재임용 계약을 거부했다. 학교가 내세운 이유는 교양필수 과목인 <기독교와 현대사회>를 강의하는 이 전 교수가 기독교 창학 이념에 부적합한 행동을 했다는 것. 강남대측은 그 예로 지난 2003년 10월에 방송된 EBS <똘레랑스> '단군상, 이성과 우상의 경계에서' 편에서 이 전 교수가 불상 앞에서 절하는 장면이 방송된 것을 들었다.

이와 관련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5월 1일 "학교 측 평가기준이 주관적, 자의적이라 불합리하므로 재임용 거부를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강남대는 이 결정에 불복,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강남대 비판 기사, 홈페이지에 올리지 마라
강남대 홈페이지, 이찬수 전 교수 관련 글 삭제 물의

강남대가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학생들의 글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일, 학교 게시판에 올려진 <오마이뉴스> 기사('강남대가 종교재판 벌인 진짜 이유', 10월 31일 보도)가 아무런 통보 없이 사라지자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기사는 이 전 교수 해고의 배경을 다루고 있다.

아이디 '허걱'은 "우리 학교가 족벌사학이라는 적나라한 기사였다, 누구나 봐도 부끄러운 이야기였다"면서 "게시판도 감시 받는 것인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강남'도 "귀막고 눈 막는다고 썩은내를 못느끼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남대 학생 김신애씨는 "자유게시판은 외부인들도 드나들 수 있었으나, 2002년 경부턴 학생 자치권 탄압의 방편으로 학생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글을 썼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학교 전산정보팀 관계자는 "학교 내부 사정이므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학생 스스로가 지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아서 해석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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