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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의 사립대에서 '족벌경영'이 여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설립자 또는 재단이사장이 가족·친인척(배우자,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에게 대학과 법인의 주요 보직 및 교수직을 맡기거나, 학교를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열린우리당) 의원이 98개 대학(전국 193개 사립대 법인 중 종교기관이 세운 64개교 등 제외)을 분석해 <오마이뉴스>에 공개한 국감자료 '사립대학 법인 및 학교 친·인척 현황(2006년 8월 현재)'에 따르면, 71.4%인 71개 대학에서 설립자·이사장의 친인척 228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당 평균 3.2명꼴이다.

친인척 근무 대학, 후손들 물려받아

직책별로 보면 법인이사가 93명(40.8%, 총·학장 겸임 10명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교수 65명(28.5%), 직원 38명(16.7%), 총·학장 22명(9.6%), 부총·학장 9명(3.9%), 기타 1명(0.4%) 순이었다.

이 중 109명(47.8%, 사위·며느리 포함)이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자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직계가족 외 기타 친인척이 58명(25.4%), 부부관계 32명(14.0%), 형제 10명(4.4%) 등이었다. 친인척 5명 이상이 근무하는 곳도 14개교나 됐다.

또 이들 71개 대학은 후손들에게 세습되고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전 이사장과 설립자 대부분이 아들이나 부인에게 이사(장), 총장직을 물려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지대·부산외대·인하대·한양대 등 35개(49.3%) 대학에서는 '아들'이, 경희대·순천향대·중앙대 등 24개(33.8%) 대학에서는 '부인'이 (부)총장, 이사(장) 등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건국대는 며느리, 상명대는 외손자, 한영신학대는 동생이 각각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는 손자가 상임고문이다.

유 의원은 조사 결과에 대해 "폐쇄적인 족벌 운영체제속에서 비리가 발생한다는 게 문제"라면서 "법인 이사회의 개방성을 높여 족벌의 폐쇄성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방형이사제와 친인척 이사 비율을 제한(1/4이하)한 현행 개정 사립학교법이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를 위해 "교육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족벌'이라 해서 모두 배척하자는 게 아니다, 좋은 '가족'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런 가족이 부패로 이어지는 것을 미리 막자는 게 개정 사학법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 측은 "2004년께 감사원·교육부가 이들 족벌 사학에 대해 감사를 시행한 뒤부터 대학 비리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보를 누락시키거나 아예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대학도 있을 것으로 보여, 족벌세습 문제는 그 실제 내용이 더 심각할 것"고 내다봤다.

"사학은 공공재산... 사유물이 아니다"

1200여 사립학교 법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사립학교법인연합회의 '사학윤리강령'(사단법인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제20회 사학 연수회 자료집 속표지, 1991)은 "사학을 위해 제공된 재산은 국가 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사유물같이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학(전문대 포함)의 법인전입금이 전체 운영수입의 7.7%에 불과한 반면, 등록금은 74.8%를 차지하고 있다. 사학의 족벌경영이 끊임없이 비판받는 이유다.

한편,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정사립학교법은 "이사회 상호간에 친족관계(배우자, 8촌이내 혈족, 4촌이내 인척)에 있는 자가 4분의 1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는 등 재단 이사회와 관련된 규정만 있을 뿐, 법인 사무처나 학교 등에 친인척을 채용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비리사학 7개교 중 3개교가 족벌 운영
이사장-총장 부부와 직원 아들, 학교 운영비 횡령 혐의

'비리사학'에는 소위 족벌 사학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 의해 비리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7개 사립대 중 3개 대학(42.9%)은 친인척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사학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가 의뢰된 강원관광대, 건국대, 경북전문대, 광주대, 백석대, 서남대, 제주산업정보대 등 7개 학교 중 건국대, 광주대, 경북전문대 등 3개 대학에 설립자 또는 재단이사장의 친인척이 포진해 있었다.

건국대는 재단 수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경기도 일대 자연녹지에 스포츠타운 개발을 추진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 저촉되자 설계사 직원과 담합해 체육시설 설치가 가능한 것처럼 질의·답변을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조 문답을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올린 뒤 해당 시에 제출, 결국 허가를 받아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학엔 설립자의 며느리가 이사장을 맡는 등 친인척 6명이 교수, 직원 등으로 학교에 진출해 있다.

광주대도 설립자의 친인척 6명이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부인이 이사장, 아들이 총장, 며느리 둘은 교수 등이다. 광주대는 지난 1999년에서 2002년 사이, 일반대 승격을 추진하며 교육부로부터 정원을 더 배정받기 위한 요건(수익용 기본재산 추가확보)을 맞추기 위해 교비를 유출해 14억 원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경북전문대의 경우, 지난 1999년 기숙사비 등 학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부부 사이인 이사장과 학장, 아들인 기획조정실장의 개인 계좌로 빼돌려지거나 이사장 명의의 토지 매입에 사용(10억여 원)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 경북전문대는 지난 2002년 당시 총 이사 9명 중 3명이 이사로 진출해 있어, 설훈(16대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 있다.

비리혐의로 고발된 사립대는 국회 교육위 정봉주(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2일 공개한 교육부 감사 현황 자료에서 밝혀졌다. 이들 중 족벌 사학은 교육위 유기홍(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전국 193개 사립대 법인 중 98개 대학을 분석한 자료 '사립대학 법인 및 학교 친인척 현황'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사학지원 등 교육재정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6월 중간발표), 비리혐의를 포착해 감사를 시행한 24개 사립학교 중 7개 대학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 횡령혐의 등을 적용해 검찰에 고발했다.

정 의원은 이들 24개 사학이 지난 3년 동안 교육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교육부의 감시가 허술함을 지적한 바 있다. /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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