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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서 종교간 갈등이 테러로 수없이 일어나는 때에 종교간 대화를 통해 상생과 평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에 찬물을 뿌렸다."

이찬수 전 강남대 교수 사태 해결을 위해 전국 기독교인 교수들이 발벗고 나섰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회장 이종오 명지대 교수)는 19일 오전, "강남대가 이 교수의 해직을 철회할 것"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또 학계, 종교·시민단체와 함께 이 교수의 복직을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협의회는 전국 각 대학(일반 종합대 포함) 200여명의 교수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강남대는 지난 1월 "기독교적 창학이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지난 5월 재임용 거부를 취소하라는 교육부의 결정이 나왔음에도 학교 측은 이에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세계는 종교간 대화 중... 우상숭배는 배타적 개념"

하지만 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강남대가 이 교수를 해직한 것을 두고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미국과 유럽의 신학은 종교학과 긴밀한 협력을 가지면서 종교간의 활발한 대화를 펼치고 힌두·이슬람·불교 전공자들을 불러들여 종교 연구소를 키울 만큼 개방적인 학문 풍토를 만든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영국의 한 기독교 재단이 세운 사립중·고교에서는 이슬람 학생을 위한 매주 금요일 기도모임을 허락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기 종교만의 생각에 신앙에 갇히지 않고, 타 종교에게도 넓은 포용성을 보여주며 세계를 향한 큰 지도력을 배운다."

협의회는 또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과 학교측이 이 교수가 불상 앞에 절한 것을 '우상숭배'라며 비판한 것과 관련해 "(타) 종교에 대한 예의 표시와 기독교의 배타적 태도인 우상숭배를 구분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우상숭배 금지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진, 주변 제국국가들의 종교에 대한 거부를 통해 사상적·정치적 독립을 얻으려는 성격이 강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인인 부시 대통령은 이슬람 국가에서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살상자를 만들어냈다"면서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이슬람 등 타 종교에 '영적 전쟁'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또 "강남대 전신인 중앙신학원은 불교강좌(이기영 박사)도 연 바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강남대의 개방적인 학문 풍토에도 맞지 않는 것임을 꼬집었다.

협의회는 이 교수 사태와 관련해 일부 보수 기독교 대학과 신학대학에 ▲종교자유와 관련한 교원 신분 보장 ▲대학교육 간섭 및 침해 중단 ▲종교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학문 분위기 조성 등을 촉구했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1957년에 창립돼 그간 민주화투쟁에 앞장서 왔던 단체다. 지난 5월에는 한국교수불자연합회(1988년 창립, 회장 김용표 동국대 교수)와 공동으로 '인류의 스승이신 붓다와 예수'라는 주제의 학술 모임을 개최해 종교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이 교수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월 중에는 한국종교교육학회(회장 김용표 동국대 교수), 한국문화신학회(회장 이계준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조직신학회(회장 이정배 감신대 교수)가 각각 학교측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또한 유·불·가톨릭·개신교와 일반 학계가 함께 참여한 한국종교간대화학회(공동대표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 박일영 가톨릭대 교수, 황승룡 목사)와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도 각각 4월과 6월에 강남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지난 4월에는 인권실천시민연대·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35개의 시민·종교단체가 '강남대 이찬수 교수 부당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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