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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35개 종교·인권단체의 연대체인 '강남대 이찬수 교수 부당 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공동으로 강남대 이찬수 교수의 재임용 거부와 관련된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편집자주>
ⓒ 안윤학
과거에는 교원이 재임용을 거부당하는 경우, 구제제도가 없어서 곧바로 교원 신분을 상실했다. 하지만 민주화와 더불어 재임용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전개되어 왔고, 헌법재판소도 부당한 재임용거부행위에 대한 구제절차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사립학교법'과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이 개정됐다. 개정 취지를 요약하면 재임용은 객관적인 사유에 따라 판단하며 위법·부당하게 재임용을 거부당하는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재임용 거부 구제절차 마련됐지만...

하지만 소청심사위원회의 재결이나 행정소송을 통해서 재임용 거부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받아도 학교법인들이 복직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소청의 결정이나 행정법원의 결정이 학교법인에 대해서 구속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당하게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원은 민사법원에서 교원지위확인을 받아야만 복직이 인정된다.

그동안 대법원은 재임용에 대해 매우 비논리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즉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교원은 임용기간의 만료로 그의 대학교원으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 임용기간이 만료된 자를 다시 임용할 것인지 여부는 임용권자의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에 속한다고 할 것이며, … 원고들이 재임용거부처분취소 등 판결을 선고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교원임용관계가 성립된다거나 피고에게 반드시 원고들을 교원으로 재임용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대법원의 해석에 의하면 일단 재임용 기간이 만료되면 재임용거부가 위법·부당하더라도 복직을 시켜줄 의무가 학교법인에 없고, 나아가 교원 지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임금채권에 해당하는 손해배상도 인정할 수 없다.

소청심사위·행정소송... 사학에겐 '먹히지' 않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남대 이찬수 교수의 경우에도 소청심사위원회는 재임용거부가 위법하다고 인정했다. 즉 "청구인의 행위가 창학이념에 적합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사유로 재임용 계약 부적격자라 하여 재임용계약에서 탈락시킨 것은 평가 기준이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라 할 수 있어 심히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상위 관련법인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 제7항의 재임용 심사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 이에 재임용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한 것이다.

물론 학교 측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위 소청이나 행정법원의 결정은 학교법인에 구속력을 지닐 수 없다. 때문에 강남대 측은 복직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민사법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위에서 본 논리에 의해 교원지위 확인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기껏해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는 정도에 그치고 말 것이다.

사회적으로 위법한 상황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교권이 침해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구제가 허용되지 않는 이러한 상황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교원지위향상에 관한 특별법'에서 위법·부당한 재임용에 대한 법적 구제의 길을 열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구제가 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생각할 수도 없는 불법 상태다.

이런 모든 혼란의 원인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있다. 나아가 교육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행사해야 하는 교육부의 무책임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종래 대법원은 위법·부당한 재임용거부행위 자체를 심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재임용제도는 대학 통제의 주된 수단으로 작용했다. 민주화와 함께 이런 상황을 그나마 개선하려고 한 것이 헌법재판소였다.

'2002헌바14촵32'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교원지위법정주의의 입장에서 새로운 구제의 절차를 마련할 필요를 인정, '소청(소청에서 구제되지 않는 경우 행정소송)'이라는 구제수단을 마련했다. 그런데 문제는 소청제기를 할 수 있는 법적 이익으로 '재임용을 받을 권리 내지 기대권'이라는 실체적 권리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준과 정당한 평가에 의한 심사를 받을 권리'라는 절차적 신청권만을 부여했다는 점이었다. 이 절차적 신청권은 모든 혼란의 원인이 되어 버렸다.

학교법인 인사권을 '자율적 경영권'으로 간주

이러한 판단은 학교법인의 인사권을 학교법인의 '자율적 경영권'의 일부로 간주한 데서 나왔다. 이러한 학교법인의 자율권이 교권침해를 발생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감독권으로 소청을 통한 재결, 소청에 대한 행정소송제기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 결과 학교법인의 위법·부당한 재임용거부에 대해서 국가(소청과 행정법원)는 위법확인을 통해 개입하고, 민사상의 구제(교원지위확인이나 임금채권의 청구)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민사소송에서 소청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재임용거부취소라는 위법확인이 되면 재임용거부행위를 무효로 판결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무효로 확인되면 불법행위를 인정해 손해배상까지는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구제는 여기까지고 재임용이라는 실질적인 구제는 사립학교법인의 자율성을 존중해 학교법인이 재결이나 판결을 존중하여 복직을 시켜주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최종적 입장으로 보인다.

위법·부당한 재임용거부를 당한 교원은 소청, 소송 등 각종 복잡한 구제절차를 거치지만 최종적으로 신분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소송비용만 추가적으로 사용하는 경제적 불이익만 당하게 되고 '혹시'라는 기대는 '역시'라는 자조로 끝나 버린다. 앞서 본 헌법재판소 결정은 부당하게 재임용탈락된 교원에게 해결의 약처럼 보였지만, 병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헌법재판소가 혼란 초래

▲ 민주화의 성과 중 하나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들은 소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재임용 여부는 학교법인의 자율적 경영권으로 간주해 절차상의 민주성만을 부여했다. 서울 종로구 가회로 15(재동 83)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면 이러한 혼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헌법원리로 해결하지 않고 정반대의 길을 통해 혼란을 고착화 시켜 버렸다.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다룬 2005헌마1119 결정에서 "재임용 재심사를 담당하는 특별위원회의 재심청구 인용결정에 의하여 바로 '학교법인과 재임용이 거부되었던 당해 교원 사이에 교원임용관계가 성립된다'거나 '학교법인이 당해 교원을 반드시 재임용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효력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다만 과거의 재임용 거부처분이 부당하였음을 확인하는 정도의 효력만 있으며 소급효는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하여 이러한 부당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더구나 사립학교법인에 대해서 공공성과 교원지위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사립학교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교육부가 감독권을 발동하기보다는 공공연히 재심의 효력이 사립학교법인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인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 법적인 해결수단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보장된 대학자치의 주된 향유 주체는 교원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합리적인 기준과 정당한 평가에 의한 심사를 받을 권리'라는 절차적 신청권을 인정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절차상의 권리라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로는 교원의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재임용을 받을 권리 내지 기대권'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여 사립학교 교원도 동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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