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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빵굽는 마을 오로뻬사(Oropesa)와 꾸이 마을 띠뽄(Tipon)을 거치며 배를 든든히 한 일행은 푸노를 향해 달리는 본격적인 여행길에 올랐다. 푸노로 가는 2차선의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려나가니, 드높고 아름다운 안데스 산맥과 넓게 펼쳐진 밀밭 등 눈부신 절경으로 잠시도 창 밖에서 눈을 뗄 틈이 없다.

뜨거운 태양볕을 따라 푸노를 향해 달리길 두 시간쯤 지났을까, 일행은 더위도 식힐겸 안데스의 고봉으로부터 내려오는 세찬 물줄기가 쏟아지는 한 계곡 옆에 차를 세웠다.

▲ 안데스 산맥이 멋지게 펼쳐지는 곳에 차를 세운 일행
ⓒ 배한수
차에서 내려 바라본 계곡의 모습은 마치 동화책 속의 그림과 같았다.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안데스 산맥과 꼭 누가 공들여 가꿔 놓은 듯한 푸른 잔디 그리고 나무들. 거기에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계곡의 물줄기까지. 일행은 주저할 틈없이 바로 신발을 벗어던지고 계곡으로 달려갔다.

▲ 아름다운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 중인 페루 친구들
ⓒ 배한수
안데스 고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발을 담그자마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차가웠다. 하지만 장난끼가 발동한 나는 페루 친구들에게 한가득 물을 뿌려대며 물장난을 시작했다. 덕분에 일행 모두의 몸이 순식간에 흠뻑 젖긴 했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하는 잠깐 동안의 물놀이는 더위를 순식간에 다 날려 버릴 만큼 시원했다.

다시 차에 오른 일행은 한 시간여를 더 달려 신비의 물이 있다는 산 뻬드로(San Pedro) 마을에 도착했다. 쿠스코에서 차로 세 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 마을은, 눈에 찍어 바르면 눈의 병을 고친다는 신비의 물과 마시면 내장의 병을 고쳐준다는 약수로 유명한 곳이다.

일행은 우선 눈을 고친다는 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으나, 가게로 운영되는 이곳은 며칠간 문을 닫았다 해서 아쉽게도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가게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워하는 일행에게 근처 가옥에 거주하는 한 아주머니는 "물의 성분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 가게의 물은 잉카시대부터 눈의 병을 고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물을 눈에 찍어 바르면 백내장과 눈병을 고치는 데 효능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실제로 이곳의 물은 정확한 성분이 조사된 바 없고 효능 또한 검증되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소문에 많은 페루 사람들과 이국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신비의 물을 체험해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일행은 발걸음을 돌려 같은 마을 다른 장소에 위치한 '라스 아구아스(Las Aguas)'라는 가게로 향했다. 이곳은 "마시면 각종 내장 질환을 고친다"는 신비의 약수를 파는 곳이었는데, 입장료를 내고 가게의 내부로 들어서자 커다란 목욕탕과 약수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서너 곳 마련되어 있었다.

▲ 약수터 내부의 모습
ⓒ 배한수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약수를 마시는 곳보다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길게 늘어선 40여개의 화장실.

▲ 길게 늘어선 화장실의 모습
ⓒ 배한수
신기한 광경에 종업원에게 가게 규모에 비해 이토록 화장실이 많은 이유를 묻자, "보통 사람들이 방문하면 약 20∼30잔의 물을 마신다. 특히나 이곳의 물은 장에 질병이 있는 사람이 마시면 30분 이내에 바로 배가 아파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화장실을 준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약수로 위장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항상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특히 주말에는 아침 시간에만 200∼300명이 방문한다고 하니, 이렇게 화장실이 많은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서 한번에 이렇게 다량의 약수를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종업원에게 다시 이유를 물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 자주 올 수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한 번 올 때 다량의 약수를 마신다. 하지만 꼭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물을 매일 같이 조금씩 약으로 마시기 위해 장기간 마을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물이길래 이렇게 유명할까?"

나는 일단 물이 마시는 식수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식수대는 지하에서 솟아나는 물을 가두어 호스를 통해 자유롭게 컵에 받아 마실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물을 마시기 전 물이 가두어져 있는 식수대를 유심히 살펴보니, 내부에는 붉은색 침전물들이 가득했다. 물에는 철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듯했다.

▲ 약수를 한잔 받아 맛을 보고 있는 기자
ⓒ 배한수
약수를 한 잔 떠 맛을 보았다. 물은 상당히 짭짤하고 철 냄새가 많이 났다. 마시기가 쉽지 않았지만 함께 간 페루친구들은 쉴 틈 없이 연신 물을 들이켰다. 미소와 함께 살룻(Salud, 페루에서 건강을 기원하는 인사)이란 인사를 건네면서 말이다.

물의 성분 분석표를 보니 실제로 이 물에는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철 등 다량의 미네랄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미네랄 성분들을 포함한 물이 각종 질병치료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듯했다.

▲ 땅에서 바로 솟아나는 약수를 푸는 모습
ⓒ 배한수
식수대 옆에는 바로 땅에서 솓아나는 물을 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의 물은 미네랄 함유량이 식수대의 것보다 더 높다고 하는데, 물을 한잔 떠서 마셔보니 방금 전의 것보다 훨씬 맛이 강하고 색이 진했다. 그런데 물을 떠 마시던 원주민 아주머니가 지금 어디 아픈 곳이 없냐며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는데, 아주머니는 "이 물을 마시면 자기 장기 중에서 안 좋은 곳이 물에 반응하면서 아프다. 젊은이는 아픈 곳이 없으니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다"라며 앞으로도 건강하라는 인사를 건냈다.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지, 없는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원주민 아주머니의 마음씨는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 약수로 목욕을 할 수 있는 목욕탕의 모습
ⓒ 배한수
또한 한편에는 이 물로 목욕을 할 수 있는 목욕탕도 만들어져 있었다. 종업원은 "이 물로 한두 시간 가량 목욕을 하면 각종 피부병 치료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마을에서 약수는 눈을 치료하는 것부터, 내장질환의 치료, 피부병의 치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 열심히 약수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
ⓒ 배한수
오후 네 시, 다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 아이 어른을 가릴 것 없이 열심히 약수를 들이키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믿음처럼 이 물이 많은 페루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길 빌며, 잠깐 동안의 산 뻬드로 마을의 방문을 마친 일행은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덧붙이는 글 | 쿠스코-푸노 여행기는 총 8부로 연재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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